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나이 제한 없애야

권명길 울산장애인소비자연대 대표 / 기사승인 : 2021-04-26 00: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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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권

‘전신경화증’을 진단받았을 때 ‘병을 이겨내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병의 진행 정도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빨라지면서 좌절하게 됐다. 서서히 혼자서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었고, 심지어 밥 한 숟가락도 스스로 먹을 수 없을 만큼 몸 상태가 악화됐다.


그때 나를 돌봐준 보호자는 언니였다. 아프게 되면서 큰언니의 집에서 보살핌을 받게 됐고, 큰언니가 평일 24시간 돌보고 주말에는 작은언니가 보살펴 주면서 힘든 시기를 보냈다. 나 때문에 언니들이 마음을 졸이며 지내고 편하게 외출하거나 일을 할 수 없단 사실이 너무 속상했다. 언니들은 ‘괜찮다’며 ‘아픈 네가 제일 힘들 거’라고 말했지만, 당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언니들에게 짐이 되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에 많이 지쳤다.


‘진짜 계속 이러고 살아야 되는 건가?’라고 나쁜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때, 진료받던 병원 담당 교수님이 장애 진단을 받도록 방법을 알려줬고, 관절구축으로 인한 지체장애1급을 진단받게 되면서 ‘장애인활동지원’ 제도를 신청할 수 있었다(등급 폐지되기 전).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목적은 신체적·정신적 이유로 원활한 일상생활과 사회활동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사회참여를 지원하고, 그 가족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했다.


실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받게 되면서 조금씩 내 삶이 긍정적으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우선 장애인활동지원사님이 활동 지원하는 시간 동안 보호자는 마음 편하게 외출할 수 있었고, 나도 일상생활에서 가능한 일들이 조금씩 많아졌다. 그래서 지금은 ‘못 움직인다. 못 한다’라는 표현보다는 ‘할 수 있는데, 방법이 다르다’고 말한다.


현재는 장애인활동지원이서비스가 중증장애인에게 없어서는 안 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서비스를 받기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끔찍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까지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는 만 65세가 되면 노인장기요양서비스로 전환됐다. 여기서 문제는 서비스가 전환되면서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는 점이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때는 한 달 400~500시간으로 활동했다면, 장기요양으로 전환되면 월 200시간이 되지 않는 시간으로 한 달을 살아야 한다. 즉 하루 14시간 활동지원을 받다가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강제로 서비스가 전환되면서 하루 4~5시간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다. 장애의 정도가 심한 장애인에게는 죽으라는 말과 다름없다. 밥도 제때 못 먹고, 화장실도 못 가게 되는 삶!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보건복지부에서는 노인장기요양 전환자 408명에게 급여량 감소분을 지급한다고 했다. 다행히 올해 시범사업이 시행돼 일부 중증장애인이 활동지원을 받게 됐지만 이전에 이미 전환된 중증장애인은 여전히 불편하게 살고 있다. 가족에게 ‘부담’이 되거나, 원하지 않지만 시설 입소를 했을 수도 있다. 나는 장애인활동지원이 제도의 목적에 맞도록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나이 제한’을 없앴으면 좋겠다.


권명길 울산장애인소비자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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