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잊어 세월호

정승현 시민 / 기사승인 : 2021-04-27 00: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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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진 소리

언젠가부터 2014년 4월 16일을 생각하면 이 문장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는 뜻에서 나온 책 <눈먼 자들의 국가>에 나오는 박민규 작가의 문장이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우리는 눈을 떠야 한다. 우리가 눈을 뜨지 않으면 끝내 눈을 감지 못할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문장을 떠올릴 때마다 우리 때문에 눈을 감지 못하는 아이들이 생각나 고통스럽다. 한편으론 우리가 깨어 있다면 아이들이 편히 눈감을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을 내게 된다. 망각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게 된다. 2021년 4월 16일에는 416합창단의 이야기가 담긴 책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을 읽었다. 동시에 이 책에 수록된 CD를 꺼내 세월호 엄마 아빠들의 노래를 들었다. ‘잊지 않을게’, ‘네버 엔딩 스토리’까지 들을 때만 해도 눈물을 꾹 참았는데, ‘못 잊어’가 나올 때는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울음이 터져버렸다.

못 잊어 못 잊어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못 잊어 못 잊어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부모에게는 ‘안 잊어’가 아니라 ‘못 잊어’다. 아무리 잊으려고 노력해도 부모는 잊을 수가 없다. 못 잊는 거다. 우리는 기억하기 위해 ‘노력’이 필요한데, 부모들은 잊기 위해 ‘노력’해도 절대 못 잊는 거다. 이 노래를 부르면서, 목이 메어 부르지 못하면서, 부모들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을까. 나에겐 이 416합창단의 노래가 올해 들은 그 어떤 음악보다도 더 깊고, 마음을 울리는 아름다운 노래였다. 


아름다운 이유는 비단 부모들이 매번 마음 다해 이 노래를 부르기 때문만은 아니다. 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김애란 작가의 표현을 빌려 말하면, 슬픔이 슬픔에게, 고통이 고통에게 다가가는 음악이 바로 416합창단의 노래이기 때문이다. 416합창단은 자신들처럼 고통받은 사람 곁에 가서 그들을 위로하는 노래를 부른다. 지금까지 416합창단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메탄올 실명 피해 노동자, 삼성전자 산재 사망 노동자, 부당해고를 당한 KTX 여자 승무원,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용산참사 희생자, 고 김용균 노동자, 고 이한빛 피디, 스텔라 데이지호 침몰 참사 실종자 가족 등 세월호 참사와 연결돼 있는 사회적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사람 곁에 가서 노래로 연대했다. 그들이 노래로 함께 손잡는 모습은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답지만, 동시에 무척 슬픈 현실이다. 


만약 세월호 이전에 발생한 많은 참사와 사회적 고통들에 우리가 제대로 응답했다면, 세월호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지겹다는 말로 지금 우리가 세월호 참사의 진실에 눈 감으면 또다시 우리는 고통스런 참사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눈을 뜨자. 세월호 참사의 완전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유가족들 곁에서 힘이 되어주자. 그들의 손을 잡아주자. 


정승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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