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 세계 산악영화제

김루 시인 / 기사승인 : 2021-04-27 00: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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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세상

싱그러운 산을 배경으로 영화는 펼쳐진다. 화면 속 영화의 산은 겨울이지만 밖의 산은 봄이다. 연두가 한창인 산을 배경으로 영화가 펼쳐지면 기분은 설레기까지 한다. 내 안에도 연두의 피가 흐르는 걸까? 내가 싱그러워진다.


올해 6회를 맞이하는 울주 세계 산악영화제는 4월 2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됐다. 가을에 주최하던 영화제가 봄으로 바뀌었다. 해마다 가을이면 태풍이 잦아 영화제가 두 번이나 취소돼 가을 행사를 봄으로 옮겼다고 한다. 가을 단풍이 한창인 계절에 영화제를 하는 것도 운치 있지만 봄에 시작하는 영화제는 더 풋풋하게 느껴진다. 겨울을 견뎌온 산의 나무들이 이제 막 연두의 옷을 입고 물오른 얼굴을 하고 손을 흔드는 곳에서 영화를 본다는 건 그야말로 힐링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오랫동안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활짝 피어나는 기분이다. 매년 잊지 않고 산악영화제를 찾는다. 영화도 좋지만 가는 길이 설레고 주변 환경이 좋아서다. 산꼭대기에서 그것도 실내가 아닌 하늘 아래서 보는 영화는 그야말로 환상이다.

영화는 대부분 산악영화다. 눈이 덮인 히말라야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탯줄 같은 고정 로프를 타고 산을 오른다. 오르다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다시 산을 찾는 사람도 있다. 누구는 살아서 돌아가고 누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산 앞에서 사람들은 겸손해진다. 그런 산을 배경으로 영화는 계속된다. 이러한 산악인들을 향해 어떤 사람들은 등반이 탐욕의 일정일 뿐이라고 말한다. 신의 머리는 밟지 않겠다고 맹세한 사람들이 구름 없는 구름을 건너 산을 오르고 있다.-<영혼은 저 너머> 중

영화는 대부분 등반을 시작으로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진다. 코로나19 때문에 작년부터 영화는 자동차극장으로 운영되기도 하고 온라인으로 상영되기도 했다. 올해도 우린 자동차극장을 택했다. 야외에서 편안하게 앉아 볼 수 있는 헤드셋도 있었지만 사정상 마지막으로 상영되는 영화 <영혼은 저 너머>와 <총>이라는 작품을 택했다. 영화를 보러 들어가기 전 주최 측에서 열 체크와 준비한 선물을 나눠준다. 선물은 담요도 있고, 육포도 들어 있다. 영화를 보면서 편하게 앉아 즐길 수 있는 책자까지 준비해 준다. 우린 영화를 보면서 웃기도 하고 안타까워 혼잣말을 내뱉기도 하면서 영화를 감상하기만 하면 된다. 코로나가 발생하지 않았을 때는 주변에 먹거리가 준비돼 있어 소소하게 먹는 재미도 있었다. 멀리서 배낭을 메고 찾아오는 젊은 친구들이 있어 산악영화제는 더 빛이 난다. 산행도 하고 영화도 보고.


모든 영화제가 끝나고 나면 산은 고요해지지만 우린 말하지 않아도 잠시 바람이 된다. 돌이 된다. 나뭇잎이 되어 살랑거린다. 아직 거기 남아서 세계 곳곳의 바람을 타며.


김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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