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일가 지배력 높이려 자사주 악용”

이기암 기자 / 기사승인 : 2021-03-19 14: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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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탈법 재벌승계 폭로 정책토론회
▲ 18일, 울산 동구퇴직자지원센터 3층 대강당에서 ‘탈법적인 재벌승계 폭로 및 대안 마련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이기암 기자
 

[울산저널]이기암 기자=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이 이뤄진 후 현대중공업그룹 지배구조 변화의 핵심은 현대중공업을 다시 분할해 현대중공업 중간지주회사를 만들고 이 중간지주회사에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주식을 현물 출자해 주요 주주가 되는 것이었다. 전문가들은 현재 현대중공업지주회사가 현대중공업 등 조선 관련 자회사도 직접 지배하고 있지만, 대우조선을 인수한 후에는 조선 관련 자회사들을 중간지주회사를 통해 지배하고 현대오일뱅크 등은 직접 지배하는 방식으로 바뀔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중공업 등을 직접 지배하고 있지만 물적분할 후에는 현중 중간지주회사가 중간에 끼어 있다. 간접 지배방식으로 변경됐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지주의 리스크는 그만큼 줄어들게 되고 산업은행이 주주로 남아 있어 정책금융을 받기는 오히려 더 유리한 구조가 됐다. 물적분할을 함으로써 현대중공업지주의 수익성은 높이면서 현대중공업지주 아래 조선과 해양, 정유화학 등 주요 사업이 회사별로 구축되는 것이다.
 

물적분할이란 기존의 회사가 어떤 사업부문을 분할해 자신의 자회사로 만드는 것이고 인적분할은 분할회사의 주주들이 분할된 각각 회사의 주주가 되는 것이다. 현재 상법 규정에 보면 자산과 부채의 분할은 해당 사업 부문에 귀속되는 것 외에는 이사회가 결정한다고 돼 있다. 

 

분할에 있어서 회사가 주장하고 있는, ‘명확하게 구분되는 경우’라는 것은 조선 관련 매출채권이나 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 매입 관련 채무 등이며 구분되지 않는 경우는 현금, 금융상품, 차입금 등이다. 즉, 명확하게 해당 사업 부문에 귀속되는 것 외에는 이사회가 결정한다고 하는 규정을 이용함으로써 회사는 현금 등과 현금으로 전환이 가능한 자산의 약 40%를 한국조선해양에 귀속시킨 것이다.
 

하지만 차입금인 3조2800억 원은 그대로 현대중공업에 남겨 뒀다. 사업부서가 아닌 한국조선해양이 많은 현금을 가져가면서 차입금의 상황이나 조선, 해양, 제품 건조 등 현금이 많이 필요한 사업 회사에는 부채만 남겨놓았다. 송덕용 회계사는 “이처럼 자산과 부채를 분할하는 중요한 이유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배구조 완결에 필요한 자금을 지주회사가 조달하지 않고 한국조선해양이 부담하도록 하려 하기 때문”이라며 “이는 결국 직접 생산을 담당하는 현대중공업 등 종속회사들에게 가장 큰 부담을 지게 함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기업분할하면 노조 권리 이전 안 돼”
“자기주식에 대한 신주배정 금지해야”


기업을 분할할 경우에 가장 큰 문제는 단체협약이나 고용, 임금, 노조 인정 등 노동조합의 권리가 포괄적으로 이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판례에 따라서 채권이나 채무의 이전과 같이 근로조건과 관련된 부문만 이전되는데 이 때문에 노조에게는 실질적인 권리 저하가 뒤따르게 된다. 송덕용 회계사는 “분할 직전과 분할 후 2018년 말 기준 각 부문의 수익성을 보면 상당한 편차가 있으며 분할의 일반적 목적 중 하나가 매각이나 청산 등 구조조정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수익성에 편차가 있다는 것은 그 안에 구조조정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즉, 수익성이 낮다는 것은 구조조정의 법적인 조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송 회계사는 “현대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던 자기주식을 현대중공업지주가 보유하게 됐는데, 정몽준 회장이 보유 중인 현대중공업 주식도 현대중공업지주에 현물출자하면서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중공업 지분을 목표만큼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기업분할의 경우 단체협약이나 고용, 임금, 노조 인정 등 노동조합의 권리가 포괄적으로 이전되지 않는다. 민주노총의 투쟁 모습. ⓒ이기암 기자

 

결국 이 자사주는 회사의 돈으로 매입한 것이며 소위 주주를 위해 배당의 한 방법으로 실행된 것이라는 것이다. 재벌들이 자사주 본래의 취지와 달리 회삿돈을 가지고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자사주를 악용했다는 것이 송 회계사의 설명이다. 즉, 일반주주들의 경우 현물출자라는 번거로운 과정에는 잘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대주주가 그 주식의 대부분을 확보하는 현물출자(주식교환) 유상증자로 지분율을 대거 높였다는 것이다.

 

문제는 현대중공업지주 발행 주가와 현대중공업 등의 교환주가가 적절한가다. 송 회계사는 “당시 관련 주가 흐름을 보면 이상한 점이 있는데 현대중공업지주 주식의 발행가액 등은 청약 개시일(2017년 7월 12일) 전 과거 제3거래일부터 제5거래일까지 기간의 가중산술평균주가(그 기간 동안 증권시장에서 거래된 해당 종목의 총거래금액을 총거래량으로 나눈 가격)로 결정되는 것인데 거래가 분할 후에 재상장된 후 약 두 달 후에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당시 대주주에게는 현대중공업, 현대E&ES, 현대건설기계 주가는 높고 현대중공업지주 주가는 낮을수록 유리했던 것인데 그렇게 돼야 현대중공업 주식 등을 높은 가격에 팔 수 있고 현대중공업지주 주식을 낮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목표대로 주식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게 송 회계사의 설명이다. 

 

송 회계사는 “2017년 7월 전후 상황을 보면 현대오일뱅크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현대중공업지주 주가는 처음부터 다른 회사들에 비해 상승여력이 많았지만 현대중공업 주가 등은 주가가 상승할만한 소재가 별로 없었고 실제 이들 주가는 하락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상식에 맞지 않은 주가 흐름으로 인해 최대주주인 정몽준 회장은 현대중공업지주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었고 결국 분할은 최대주주의 지분 확대와 이익 확대로 연결된 것이라는 것이다.
 

▲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는 현대중공업이 하청노동자들의 체불·체납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기암 기자

 

김유정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도 “회사분할이 재벌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 및 경영권 승계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 소수주주들의 권리침해와 노동자들의 권리침해가 수반한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자기주식과 분할재무 구조 불균형 문제를 법적으로 차단하고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의 회사분할에 대한 의사결정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 상법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과 노동관계법에는 이와 관련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분할회사의 자기주식에 대한 신주 배정을 금지할 필요가 있는데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10인은 2020년 6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 내용은 회사가 분할 또는 분할·합병하는 경우 단순분할신설회사, 분할합병신설회사의 분할회사가 보유하는 자기주식에 대한 신주배정 자체를 금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상법 개정안 발의안이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및 경영권 승계를 위한 회사분할의 유인을 일정 정도 감소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분할회사 지배주주의 분할 후 지주회사에 대한 현물출자 등의 방법 등 회사분할을 근본적으로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도 “기업은 이윤추구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같이 모색해 나가는 형태로 공공의 이익도 고려해야 함에도 지금까지 현대중공업이 보여주는 행태는 후진적”이라며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기업과 인권 프레임워크’, 즉 기업의 인권책무를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고 현대중공업도 인권존중책임에 있어서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EU의 경우 많은 국가가 기업과 인권 문제를 다루는 위원회와 이사회가 중앙 및 지방정부와 산업계, 노조 및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개방적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민태 울산저널 대표는 “한국은 재벌이 차지하는 경제력이 세계 최고일 정도로 여전히 재벌공화국이며 재벌의 시장지배력 강화는 중소기업 경쟁력 약화와 골목상권 장악으로 나타나고, 상위 1%가 전체소득의 15%, 상위 10%는 전체소득의 50%를 차지하는 등 자산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고 이는 곧 교육과 일자리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성장이 아닌 분배로, 개발이 아닌 보존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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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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