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다는 것에 대한 심리적 토대

송영주 심리상담사/미술치료사 / 기사승인 : 2021-04-26 00: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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쏭쏭샘의 심리로 마음 들여다보기

아이는 태어나면 엄마의 젖을 빨면서 생명을 유지하고, 신체를 움직이게 되면서부터는 자기 손과 발을 빨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그리고 스스로 신체를 움직일 수 있게 된 다음에는 먹는 것을 통해 생존과 에너지, 기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프로이드는 생후 18개월까지를 구강기(oral stage)라고 했다. 이 시기에는 입이 두 가지 형태의 행동을 한다. 먹고 마시는 흡입 행동과 깨물고 뱉어내는 행동이다. 흡입 행동에 집중이 되면 먹고 마시고 흡연과 음주 등에 관심이 많으며 성장해 낙천적이고 의존적이 된다. 그 이후 이가 나올 때 깨물고 뱉어내는 등 입의 공격적인 행동이 나타나는데 여기에 집중이 되면 성격적으로 적대감, 질투, 냉소적, 비관적, 공격적이 되고 남을 통제하려고 한다.


구강기적 행동을 통해 만족을 얻는 대표적인 행위가 먹는 행위인데, 우리는 먹는 행위를 통해 최초로 내가 아닌 다른 것에서 만족을 얻게 된다. 내가 아닌 다른 물건이나 환경, 사람에게서 만족을 얻는다는 것인데, 이는 스스로 만족하는 것이 아닌 수동적인 만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즉 내가 스스로를 충족시키지 못해 다른 무언가로부터 충족을 받는 행위다. 구강기 불만족인 사람들은 다른 무언가에 의존하는 성격이 되거나, 그 의존에 반항하기 위해 적대적이고 공격적이고 통제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의존적 성향과 통제적 성향이 지니는 심리적 토대는 공통적으로 먹는 것과 관련이 있으며, 의존적인 사람은 지나치게 많은 것을 먹는 폭식으로, 통제적인 사람은 지나치게 많이 먹고 뱉는 거식의 특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의존과 통제, 폭식과 거식은 모두 내가 아닌 환경이나 상황 또는 다른 사람이 나를 만족시켜 주길 바라는 수동성이 공통점이다.


이런 수동성은 구강기의 어떤 부분이 충족되지 못해서 나타나는 것일까? 구강기의 시간을 생각해 보면 태어나서부터 18개월까지인데 이 시기는 엄마의 관심과 보살핌으로 모든 의식주가 해결될 수 있다. 즉 아이는 모든 것을 엄마라는 주양육자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주양육자는 엄마가 아니더라도 의식주를 책임지는 사람을 말한다). 엄마가 아이의 의식주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아이의 욕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것을 충족시켜 줄수록 아이는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자신의 욕구를 다른 대상과 환경으로부터 충족받고 만족한 아기는 이 세상에 대한 믿음 즉 신뢰를 갖게 되고 ‘내가 살 수 있는 세상이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반면에 자신의 욕구를 충족받지 못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아기는 ‘이 세상은 믿을 만한 것이 못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세상과 환경, 상대를 불신하게 된다. 그래서 다른 것으로부터의 충족을 갈망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것으로부터의 충족과 만족을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먹는 행위다. 


먹는 행위의 이면에 있는 생각은 신뢰와 불신이다. 신뢰를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과 상황, 환경에 대해서도 믿을 수 있기에,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세상에서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게 된다. 반면에 불신을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과 상황, 환경에 대해 믿을 수 없기에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불안해하고 의기소침하고 움츠러드는 생각과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먹는 행위의 이면에 있는 감정은 무엇일까? 믿을 수 없는 사람과 상황, 환경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면 허전함과 외로움, 공허함을 느끼는 것 같다.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세상과 타인에 대한 믿음을 채울 수 없어서 외로움과 공허함을 느끼며, 그것을 순간이나마 잊어버리고 가장 쉽게 자신을 충족시킬 수 있는 행위가 먹는 것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먹음으로써 생존하게 되고 에너지가 생성되지만, 너무 많은 먹는 것은 생존과 에너지가 아닌 내적인 허전함과 외로움, 공허함을 채워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내가 최근에 무언가를 많이 먹거나 먹는 것에 몰두해있거나, 스스로도 먹는 것에 대해 자제가 안 된다면 내가 허전함과 외로움, 공허함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송영주 심리상담사/미술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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