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살리는 퇴직자들의 인생이모작” 칡칡폭폭포레스트 협동조합

김선유 기자 / 기사승인 : 2021-03-22 14:36:24
  • -
  • +
  • 인쇄

▲ 왼쪽부터 서동식 칡칡폭폭포레스트 대표, 장태준, 한흥석, 정종찬 조합원. ⓒ김선유 기자

[울산저널]김선유 기자= 2018년부터 레저, 건강, 산악 등 다양한 취미 공동체로 뭉쳐온 현대자동차 동료들은 퇴직 후 숲에서 자연과 함께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뜻을 모아 임업 사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2019년 9월에 산림일자리발전소 그루경영체 육성사업에 선정돼 트레이닝 과정을 거쳐 지난해 7월 칡칡폭폭포레스트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칡칡폭폭은 현재 칡즙을 생산하고 있으며 칡즙 외에도 다양한 임산물 식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퇴직자들의 인생이모작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 중인 서동식 칡칡폭폭포레스트 대표와 장태준, 한흥석, 정종찬 조합원을 만났다.

 

▲ 분쇄기에 세척한 칡을 넣어 분쇄하는 과정


Q. 칡칡폭폭포레스트 협동조합의 설립과정은?
2018년부터 현대자동차 근속 30년에서 많게는 35년 이상의 퇴직자들이 모여 퇴직 이후의 행복한 삶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기존 모임은 레저, 건강, 산악 등 취미 공동체로 10여 명이 함께했다. 이후 몇 사람이 단순한 모임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노후에도 할 수 있고 건강을 위한 임업 사업을 진행해 보자고 뜻을 모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취미활동으로 북구 지역 한 농가에서 위탁을 받아 칡을 캐고 칡즙도 짜보며 실습을 진행했다.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활동하다 보니 이 정도 실력이면 직접 생산하고 가공해 판매까지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압축기를 이용한 착즙 과정


2019년 9월 산림일자리발전소 그루경영체 육성사업에 선정돼 그해 10월 그루경영체 성과공유 전국대회에도 참여했다. 이후 다른 단체와 업체에 견학을 다녔다. 주로 식물재배 등 임업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교육, 워크숍 등 트레이닝 단계를 거쳤다. 지난해 2월에는 적정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곡성에 1박 2일 견학을 다녀왔다. 6월에는 청송을 방문해 1박 2일 동안 식품제조가공업에 대한 워크숍에도 참가했다. 워크숍을 통해 제품생산 기초부터 시작해 제품관리, 제품허가 등 다양한 정보를 습득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7월에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울산시로부터 정식인가를 받아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 저온 멸균 과정


Q. 칡칡폭폭의 구체적인 사업은?
농산물, 임산물 제조판매로 영업허가를 받았다. 그중에도 칡즙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협동조합 설립 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직접 산에 올라가 칡을 캐와 가공을 거쳐 칡즙을 생산하게 됐다. 지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산이나 주변 산주의 허락을 받아 3일 정도 칡을 채취해 저장한 후 칡즙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숲과 함께 건강을 생각하는 인생이모작이라는 모토로 기존의 숲 가꾸기 활동 중 산림의 피해를 주는 임산물을 발견했다. 넝쿨식물류 중 칡은 갱년기 여성에게 효능이 좋은 건강식물로 인식돼 있지만 나무를 뒤덮어 고사시키고 숲을 황폐화시키는 주요 원인이기도 했다. 우리 조합은 숲에 피해를 주지만 사람들에게는 건강보조식품으로 섭취할 수 있는 칡을 활용한 제품을 만들게 됐다. 특히 숲도 살리고 소비자들에게는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칡즙을 만들고 있다. 또 조합원들은 노동을 통해 신체건강과 근로소득을 얻고 있다.
우리는 퇴직 후에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타인에게 의지하고 회사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삶을 개척하고 노후를 준비하는 활동을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처음에는 취미로 생각했던 활동이 주업이 되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현재 영업허가와 식품허가를 취득했고 조합원들은 건강검진을 끝낸 상황이다. 사회적협동조합 교육도 받았다. 칡즙을 포장하는 포장박스와 파우치는 임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았다. 칡즙 생산에 필요한 시설과 기계는 조합원들이 십시일반 설립자금을 모아 장만했다.  

 

▲ 칡즙 포장 과정


Q. '칡칡폭폭'이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조합원들은 사업의 목적과 취지에 맞는 이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 의견과 이름이 나왔다. 그중에서도 칡칡폭폭이라는 이름에 칡이라는 상징성도 있고 ‘끊임없이 달리는 기차’를 의미하는 것이 조합설립의 목적과도 같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칡칡폭폭에는 인생이모작을 숲에서 힘차게 달린다는 의미도 있다.  

 

▲ 박스 포장 전 검수 과정


Q. 그루경영체를 통해 어떤 도움을 받았나?
산림일자리에 대한 이론 등 다양한 교육 제공과 방향을 제시해줬다. 또한 경영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이 이어졌다. 그루매니저를 통해 컨설팅도 받았다. 이런 지원이 앞으로도 깊게 이어져 산림일자리가 더 많이 창출되길 바란다.

Q. 칡칡폭폭 칡즙의 장점은?
칡은 주요 성분인 다이드제인(식물성 에스트로겐)이 풍부하다. 칡은 대표적인 에스트로겐 작물인 석류보다 600배 이상을 함유하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든 좋은 작물이며 숙취해소 등 기력회복에도 좋다. 비타민C, 비타민B2, 칼슘, 마그네슘, 철, 인 등도 풍부하게 들어가 있어 피로회복에도 도움을 준다. 철저한 위생 수칙과 제조시설을 운영해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직접 채취, 세척, 가공, 포장, 유통까지 맡고 있어 안전하고 믿을 수 있다. 또한 우리 조합은 증류수 또는 고형분 등 일체의 첨가물 없이 100% 생 칡만을 활용해 칡즙을 생산하고 있다.

Q. 칡칡폭폭의 목표는?
현재 울산지역 대기업의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퇴직을 많이 하고 있는 상황이다. 칡칡폭폭의 조합원들도 은퇴하고 나서는 앞으로의 삶이 불투명하고 막막했다. 사실 퇴직 전에는 회사 일과 업무환경에 적응해 있었고 스스로 무언가를 찾아서 하는 것이 어려웠다. 회사에 있을 때는 불가피하게 피동적이고 수동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가 운영하는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회사에 다니면서도 인생이모작을 위한 교육도 많이 받았지만 실질적으로 실천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우리는 이런 문제를 탈피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우리 조합이 인생이모작을 실현하는 선두주자가 되고 모범사례가 되길 바랐다.
힘들고 어렵지만 우리가 먼저 이겨내고 길을 만들어 놓는다면 앞으로 퇴직할 후배들이 쉽게 접근하고 노후를 위한 활동을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큰 힘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조합이 성공적으로 목적을 달성한다면 후배들에게는 더 큰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퇴직 이후에 겪는 우울증은 정말 무서운 부분이다. 누구보다 무력해져 좌절감도 느끼게 된다. 또한 무력감을 이겨내기 위해 뚜렷한 목적과 목표 없이 사업을 시작해 실패하는 사례도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숲과 산이 존재하는 한 우리의 사업은 지속될 것이고 보다 성공적으로 사업이 지속된다면 후배들에게 물려줄 수도 있는 큰 자산이라는 생각과 책임감으로 일하고 있다.

Q. 사업을 진행하면서 힘든 점은?
야심 차게 준비했지만 다들 퇴직 후 처음 해보는 일이고 제품 판매를 전문적으로 해본 사람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거기에 더해서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들을 만날 수 없어지고 이후 더욱 더 대면이 힘들어지면서 제대로 된 제품 홍보도 할 수 없었다. 특히 조합원들이 현대자동차 퇴직자들이기 때문에 주요 고객은 크게 형성돼 있지만 실질적으로 사람들을 만날 수 없어 판로가 막힌 상황이다. 꼭 판매의 목적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퇴직 후에도 이런 활동과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알리고 싶은데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맞아 어떠한 홍보 활동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답답하지만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생산은 했지만 판매로 이어지지 않아 수익도 저조한 상황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조합원 추가 모집을 통해 칡 수확 가용인력을 늘릴 계획이다. 더 많은 칡 채취를 위해 전국 산주 현황을 파악해 리스트를 확보할 예정이다. HACCP 인증 준비를 위한 위생 시스템을 구축하고 겨울철 제품 외 추가 식품군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품질관리 및 고객 서비스 대응을 위한 상담실도 운영할 계획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서동식 대표=협동조합을 운영해 보니 생각보다 기관과 지자체의 지원이 부족해 힘든 부분이 많다. 금전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판매를 위한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지원이 절실하다. 특히 울산지역의 은퇴자들이 다른 도시로 빠져나가지 않고 은퇴 후에도 울산에 정착해 살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뜻을 같이 하고 있지만 협동조합을 이끄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서로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점도 많다. 앞으로 힘들더라도 함께 이겨내고 우리의 목표를 잘 이뤄내길 기원한다. 퇴직을 앞둔 사람들에게도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너무 회사에 의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퇴직에 앞서 미리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기 위한 계획을 잘 세워 나오길 바란다.
장태준 조합원=퇴직할 때는 사실 별 생각 없이 했지만 막상 퇴직해 보니 힘든 점이 많았다. 퇴직 전부터 퇴직 후의 삶을 생각해야 된다. 퇴직 선배로서 우리 조합원은 언제든지 고민을 들어줄 준비가 돼 있다. 어려워 말고 찾아와 주길 바란다.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있다. 칡즙 생산을 위해 산을 오르는 것도 육체 건강에 좋지만 무료하게 집에 있는 것보다는 사무실에 모여 서로의 얘기를 듣는 것도 정신건강에 좋다는 것도 느꼈다. 꼭 칡칡폭폭뿐만 아니라 많은 것에 대해 논의하고 남은 인생을 함께 더불어 살았으면 좋겠다.
정종찬 조합원=가족의 건강, 사회적인 건강을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건강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생산하고 있는 칡즙도 그렇다. 우리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에서 더 나아가 우리가 건강할 수 있는 식품이어야 남도 건강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만들고 있다. 이번 취재를 계기로 칡칡폭폭의 칡즙이 많이 알려지길 바란다.
한흥석 조합원=2015년에 퇴직한 베이비부머 세대로서 막상 퇴직해 보니 노는 것도 하루 이틀이고 퇴직 후 초기에는 집에만 있다 보니 무기력해져갔다. 주변의 실패사례를 접하며 투자하는 것도 두려웠다. 사실 여러 곳에서 인생이모작을 위한 퇴직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지만 당시에는 크게 도움이 안 됐다. 다행히 그루경영체를 통해 매니저를 만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협동조합 설립에도 그루경영체의 지원이 컸다. 앞으로도 우리 조합은 시니어의 성공적인 사례로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또한 각 지자체에도 시니어 관련 전문 부서가 생겨 우리와 같은 조합이 더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많은 지원이 뒷받침되길 바란다.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선유 기자
뉴스댓글 >

오늘의 울산 이슈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치

+

경제

+

사회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