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전체 재난대비 공공의대 건립해야”

이기암 기자 / 기사승인 : 2021-04-16 14:4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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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대 유치하면 부속병원 따라올 수 있어”
“용역과는 별개로 지금이라도 TF팀 만들어야”
▲ 울산정책공간은 14일 울산북카페에서 ‘울산의 공공의료 확충 방향’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이기암 기자

 

[울산저널]이기암 기자=울산시가 지난 3월 울산의료원 설립을 위한 타당성조사 용역에 착수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울산에 공공의대 설립도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울산의료원 설립 추진이 타 시도보다 뒤늦게 시작된 가운데 올 하반기에 있을 예타면제에 통과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장기적으로는 공공의대를 울산에 유치해서 의대 부속병원까지 설립하는 계획으로 울산의 공공의료를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정책공간울산은 지난 14일 울산북카페에서 조용선 우정병원 원장, 김승석 근로복지공단 상임감사, 윤인섭 정책공간울산 대표, 최병문 울산지역혁신플랫폼 총괄운영센터장, 정창윤 울산일자리재단 원장, 안재현 미래비전위원회 위원장, 나경아 정책공간울산 간사, 김경미 울주군 정책비서, 손형순 울산노무현재단 공동대표, 이철호 코크리넷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울산의 공공의료 확충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 2002년 울산지역 거점 국립병원 시행 대상 사업이 확정됐지만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경제성 부족으로 설립이 무산됐다. 2008년에는 울산 재활전문 산재병원 건립 방안이 검토됐지만 부산대 양산병원과 대구산재재활병원의 진료 중복 등을 이유로 무산됐다. 이후 2013~14년에는 산재모병원 건립안이 발표됐지만 세 차례에 걸친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역시 과다 건립비용 등의 이유로 설립이 무산됐다.

2018 지방선거 때 일산형 공공병원 언급
지자체 의지, 지방의료원 비전 명확해야


2018년 지방선거에서 송철호 후보는 핵심 공약으로 울산 공공병원 유치를 들고나왔다. 2019년 1월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으로 산재전문 공공병원 설립사업이 선정됐고 산재전문 공공병원은 ‘울산 혁신형 공공병원’에서 ‘울산 산재전문 공공병원’으로 목적이 변경됐다. 2020년 11월 울산건강연대는 울산의료원 설립 추진위원회 구성을 촉구했고 대통령 주재 중대본 회의에서 송철호 시장은 울산 공공의료원 건립을 공식 건의했다. 2021년 2월 송철호 시장은 울산의료원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공공의료기관은 공공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만들 수 있는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대통령령으로 정한 단체(국립대학병원, 치과대학병원, 국립중앙의료원, 건강보험공단) 등이 만들 수 있다. 근로복지공단이 산재전문 공공병원을 추진하고 있고 국립대학병원이나 치과대학이 없는 울산의 경우 유일하게 건강보험공단만이 공공의료기관을 건립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만든 자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공공의료를 확충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갖고 있다. 300병상 이상의 공공병원을 권역별로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018 지방선거 때는 일산형 공공병원 모델이 부각됐다. 건강보험공단에서 운영하는 것이었고 당시엔 건강보험공단에 누적 흑자가 많은 편이었기에 건립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공단 재정이 갈수록 감소하고 있어 지금은 일산형 공공병원 모델은 건립이 어려운 상황이다.
 

조용선 우정병원 원장은 “지방의료원은 반드시 지자체가 주도해서 만들어야 한다”며 지자체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정부의 지원이 있지만 굉장히 적고 운영의 전반적인 부분은 지자체가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원장은 “과거 지자체 선거 공약들을 보면 지방의료원을 만들겠다는 공약은 거의 없었다”며 “지자체에서는 지방의료원은 뜨거운 감자로 인식돼왔다”고 설명했다. 지자체가 지방의료원을 만들고 운영하는 데 있어서 명확한 비전을 시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을 17개 권역으로 나누고 17권역을 다시 70개 지역으로 나눠서 지역을 중심으로 한 공공의료기관을 만든다는 것이 공공의료의 기본적인 틀이라고 한다. 17개 권역의 주요 시에는 기본적으로 센터가 있고 권역별로 대학병원이 있는데 인천과 울산만 국립대학병원이 없는 상황이다. 70개 지역으로 나눴지만 실제 공공의료체계는 절반밖에 형성이 안 돼 있다. 그런 상황에 지방의료원들이 묵묵히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부족한 부분은 민간의료기관이 해결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코로나가 터지면서 병실이 부족하고 시원치 않은 줄 알았던 공공의료가 환자들을 다 케어해 내는 상황이 되면서 공공의료에 대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실, 2020년 9월 말경까지 울산시의 입장은 산재병원에 공공기능을 합치면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12월이 되면서 울산 양지요양병원에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병실·인력 부족으로 큰 곤혹을 치르자 울산시는 울산의료원 설립의 필요성을 절대적으로 체감하게 됐다. 하지만 일각에선 산재전문 공공병원이 이미 설립된 마당에 울산의료원 예타면제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 장기적으로 공공의대 설립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공의대 부속병원 통해 공공의료 해결

정부는 지난해 의대 정원을 확대하고 공공의대를 만들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의사들의 반발로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은 잠정 보류된 상황이다. 정부가 무작정 의대 정원 4000명 확충을 얘기하기에 앞서 전국 지자체별로 지방의료원을 하나씩 다 만들겠다고 선 대책을 얘기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기관을 먼저 만든 후 의대 인원을 충원하는 것이 낫지 않았겠냐는 평가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충 얘기가 나오자 이젠 공공의료의 부실 논점이 ‘의사 수가 많냐 적냐’로 바뀌게 됐다.
 

적절한 의사 수가 모자란다는 것이 많은 사람의 주장이다. 하지만 의사가 모자란 것이 맞긴 하지만 모자란 수를 채운다고 해서 지역 의료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것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며 부족하다면 어느 정도 부족하다는 것인가에 대해 학자들, 그리고 연구방법에 따라 차이가 많다.
 

조 원장은 “어떤 사람들은 수천 명, 또 어떤 이들은 수만 명의 의사가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다”며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하는 입장은 점점 의사들 노동시간이 감소하고, 은퇴 의사가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 의료보장성이 확대되면서 수요가 점점 늘어나고 인구의 고령화로 감염병에 대한 잠재적인 수요도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사 수가 충분하다는 입장에서는 우리나라가 OECD 평균보다 젊은 의사들이 많고 의사 증가율도 빠를 것이며 2023년이 되면 우리나라 의사 수가 OECD와 같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치하는 의견은 지방과 수도권과의 의료불균형이 심하다는 것이다. 특히 필수의료 부분에서 불균형이 심한데 의사를 많이 뽑아도 이런 추세가 유지된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것이다. 조 원장은 “지역의료 취약의 근본적인 문제는 의사 수가 부족해서 나타나는 문제고 이는 결국 지역불균형의 문제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공공의대는 전북 남원에 폐교된 서남대 의대를 활용해 세우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남원은 부지매입까지 완료했지만 20대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고 21대 국회에서 다시 진행하려는 상황에 의료파업 사태가 발생했다. 서울경기권은 의과대가 많으니 제외하고 강원에도 인구 대비 의과대가 많고 충청도는 서울과 가깝기에 공공의대가 필요치 않다. 결국 호남권과 영남권에 하나씩 줘야 하는 상황이다.
 

조용선 원장은 “지진과 원전 등 재난에 대비할 수 있는 500병상 이상의 공공병원이 영남권에 반드시 필요한데 울산에 공공의대를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어 “만약 공공의대를 울산에 유치한다면 공공의대 대학병원을 만들 수 있는 방법도 있고 시의 재정부담도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울산시는 부지 정도만 내줘도 제대로 된 공공병원이 하나 생길 수 있게 된다. 울산의대를 좀 더 키워서 국가에서 공공의대를 지어주면 감염병뿐 아니라 영남권 전체의 재난 대비 공공병원을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 조 원장의 생각이다.
 

최병문 울산지역혁신플랫폼 총괄운영센터장은 “현행법령의 한계 안에서 보면 교육부가 주도하는 대학병원, 복지부가 주관하는 지역의료원 등 행정적·현행법적 한계가 분명 있지만 이런 것들을 대선 공약으로 정책계발을 할 때는 현행법령의 한계를 뛰어넘는 방식으로 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현재 국회의 임기가 3년 남았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2년이 더 남았기 때문에 충분히 법을 제·개정 할 수 있는 주체가 있다는 것이다.
 

윤인섭 정책공간울산 대표는 “울산의료원이 설립됐을 경우 울산시가 운영할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도 고민해야 하고, 용역과는 별개로 지금이라도 TF팀을 만들어 울산의료원을 어떤 방식으로 추진해야 할지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창윤 울산일자리재단 원장도 “현 정부 들어서 균형발전을 아무리 강화해도 실제 민간영역에서 알짜배기들은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고 지방은 껍데기화돼 가고 있다”며 “인구 규모가 적은 지역에서 대선 후보가 한 지역의 대학병원 공약 얘기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고 민간의료 영역이 반발하고 나서는 것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우려했다.

 

▲ 울산정책공간은 14일 울산북카페에서 ‘울산의 공공의료 확충 방향’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북구보건소 사진. ⓒ이기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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