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마음앓이

이성애 울산광역시청년센터 사업지원팀 주임 / 기사승인 : 2021-04-27 00: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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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공감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이 문구들은 온라인 서점에서 주간 베스트 도서로 오른 에세이의 제목들이다. 필자는 책을 사려 온라인 서점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왠지 모를 울적함을 느끼게 됐다. 모두 얼마나 쉬고 싶을까, 얼마나 ‘진짜 나’로 살아가고 싶을까, 얼마나 괜찮은 척 애써왔을까. 저 제목들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이 문구들이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우연히 한 뉴스 기사를 통해 취업난에 홀로 취업 준비를 하다 고독사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됐다. 잡코리아가 지난달 20∼29세 청년 6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평소 우울감이나 좌절감을 겪는다’고 응답한 이들이 10명 중 약 8명의 비율을 차지했다. 청년들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취업난’(51.3%)이다. 일부 청년들은 취업 준비 과정에서 자괴감과 상실감, 좌절감에 가족, 친구를 비롯한 사회와 단절돼 살아가다 외로운 죽음을 맞이하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지 어언 1년이 훌쩍 넘은 지금, 끝날 줄 알았던 취업난은 끝이 보이지 않게 심해져만 가며, 코로나19가 끝나기만을 바라던 청년들의 마음에는 깊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모두 그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은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물론 누군가가 알아줘야지만 그 노력이 인정받고 빛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 한 명쯤은 알아줬으면, 그리고 묵묵히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부모님의 걱정 섞인 말 한마디, 먼저 취업에 성공한 선배의 조언, 진심인 걸 알지만 왠지 크게 와닿지 않는 친구의 응원까지 모두 어깨 한가득 부담으로 다가올 뿐이다.


지금의 청년 세대는 학창 시절, 혹은 그 이전의 어린이집, 유치원을 다니던 때부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왔다. 한글을 깨치던 그때부터, 구구단을 외던 그때부터 들끓는 경쟁이 일상이었으며, 학창 시절 개인의 경험과 성장은 배부른 소리로, 공부와 연관되지 않은 활동들은 쓸데없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학업에서의 성취가 최우선이며 성과주의적인 환경 속에서 자라왔고, 원치 않는 비교 속에서 살아왔다. 그 어린이들이 자라 청년이 됐지만, 현실은 나아지지 않았고, 들끓는 경쟁 속에서 뒤떨어지는 청년들은 스스로를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숨은 언제 쉴 수 있을까, 언제쯤 이 끝없는 달리기를 멈출 수 있을까. 매일 고민하지만 고민을 계속할수록 답을 찾기 힘든 물음의 연속이다.


필자가 근무 중인 울산청년센터에서는 청년들의 마음 건강을 위해 ‘봄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심리상담보다는 가볍지만, 청년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전문가의 답 편지와 함께 고민에 맞는 책을 선물해주는 사업이다. 봄식당을 통해 많은 청년의 다양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지만, 실제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고민은 일자리, 취업, 창업과 관련돼 있다. 청년들의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응원하는 청년센터에서 근무하며 취업, 창업 이외의 삶도 무한히 응원하고 있지만, 사실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삶에서 취·창업은 떼려야 뗄 수 없음에도 동의할 수밖에 없다. 


내가 아닌 타인이 내 노력을 알아주는 것은 꽤 힘든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노력과 고민하던 지난날들의 우리가 모두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필자도 대학 졸업 후 취업 준비 기간을 거쳤던 사회초년생이다. 사실 정확하게 말하면 대학을 졸업하던 시점의 나는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여타 취업준비생들과 같이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대학원 진학과 취업 사이에서 많은 고민과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필자는 스스로 비교적 건강한 취업 준비 기간을 거쳐왔다고 생각한다. 취업준비가 수월해서가 아닌, 나 자신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남들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으려 노력하며, “나는 왠지 성공할 것 같은데?”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기도 했다. 필자가 겪은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 보자면, 취업 준비 과정에서 스스로 옭아매지 않고 건강한 마음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것은 거창하지 않다. 잊고지낸 작은 일상,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좋아하는 음료를 마시거나, 먹고 싶었던 음식을 직접 해 먹는 등 작은 행동이 또 다른 하루의 원동력이 되곤 했다. 늦봄 저녁의 공기를 맡으며 산책하거나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 등, 힘들더라도 스스로의 일상생활에 환기를 할 수 있는 작은 창을 내어준다면 조금이나마 힘든 시기를 이겨낼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한다. 더불어 울산청년센터에서 월별로 진행하고 있는 원데이 클래스나 강연에 참여한다거나, 센터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사업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자신의 일상에 제공하는 건 어떨까. 직접 겪어봤고 지나온 길이기에 더더욱 우리는 청년들에게 손을 내밀고 싶다. 


이성애 울산청년센터 사업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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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애 울산광역시청년센터 사업지원팀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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