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제 준비, 이대로는 안 된다

박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 / 기사승인 : 2021-03-08 00: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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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2021년 1월 1일 시행됨에 따라 자치경찰의 시대가 도래했다. 경찰사무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구분됐지만, 자치경찰법령이 따로 제정된 것이 아니라 경찰법을 전면 개정해 자치경찰 관련 규정을 삽입했다. 자치경찰을 따로 조직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경찰 조직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지역 내 주민들의 생활안전에 대한 사항이나 교통문제를 비롯해 학교폭력, 가정폭력, 아동학대, 성폭력, 경범죄 등 일상을 살아가는 대부분 영역을 자치경찰의 책임 아래 놓았다. 그리고 이런 자치경찰의 경찰사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 국가경찰의 통제가 아닌 지역의 민주적인 통제장치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개정 경찰법에서는 그 지역의 민의를 반영하는 자치경찰위원회를 구성해 지휘·감독하도록 하는 반쪽짜리 자치경찰을 시작하게 된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부터 시작된 자치경찰제도는 지방자치・지방분권・주민자치 등의 실현과 수사권 확대로 거대해진 경찰권에 대한 견제・균형의 실현이라는 두 가지 목적으로 도입됐다. 


울산을 비롯한 17개 광역자치단체는 자치경찰제도의 도입에 따른 후속 조치를 준비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개정 경찰법 부칙 제3조에 따라 자치경찰사무 수행에 필요한 시범운영은 2021년 6월 30일까지 완료해야 하고 7월 1일로 자치경찰 운영에 들어가므로, 4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울산광역시 자치경찰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대한 정비를 시급히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새롭게 시작될 자치경찰제도는 수십 년 동안 유지되던 중앙집권적 경찰구조에서는 불가능했던 지역의 특성과 시민의 요구에 따른 치안서비스의 제공을 가능하게 할 것이고, 민주적 통제장치인 자치경찰위원회의 구성을 통해 시민들의 인권과 기본권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함으로써 경찰행정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자치경찰제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독립적인 경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국가권력의 정책에 의존했던 정치경찰시대를 마감하고 비로소 시민의 경찰로 재탄생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첫째, 준비 부족으로 인한 혼란과 지방자치단체의 역량의 차이로 인한 치안서비스의 지역 간 불균형이 우려된다. 시행이 몇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자치경찰의 업무 배분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아직도 확정되지 않은 채 조례를 통해 구체화시켜야 하는 과제로 남아있다. 자치경찰제도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곳곳에서 준비 부족이 느껴진다. 제도의 미비로 인한 구조적인 한계와 운영의 미숙함은 자치경찰제도의 조기정착과 실효적 운영에 의문을 품게 한다.


둘째, 정치권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자치경찰위원회가 민주적 통제장치로서 본래적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치경찰위원회를 통한 민주적 통제장치의 핵심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와 지방 토호세력과의 유착으로 인한 부패, 온정적 사건처리의 문제 등을 제어하는 것이다. 7명으로 구성될 자치경찰위원회는 경찰의 업무처리과정에서 각종 인권침해, 기본권 침해 관련 쟁점들을 구체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작동해야 한다. 따라서 자치경찰위원회의 구성은 반드시 시민들의 의사를 반영해 추진해야 하며, 법 제19조 구성의 대원칙에 따라 특정 성(性)이 6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고, 위원 중 1명은 반드시 인권문제에 관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임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치경찰제도의 도입이 준비 시간의 촉박함을 이유로 시민사회와 어떠한 공감도 없이 정치권 주도로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주민 모두의 지지와 환영 속에서 출발해야 할 자치경찰제도가 정치세력 간의 자리다툼으로 변질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촉박한 일정 등의 이유로 후보추천과정에서 시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어떤 장치도 허용되고 있지 않다. 시민과 전문가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한 추천권 행사인지, 추천된 후보가 자치경찰위원회 위원으로서 정치적 독립성과 전문성을 담지하고 있는지 검증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대로는 안 된다, 자치경찰제의 본래 도입취지를 실현하고, 제도의 시행착오를 줄여 조기정착과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의 참여와 공론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촉박한 일정이 문제라면 과감하게 추진일정을 늦추고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자치경찰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구성원칙에 맞게 2인의 추천권이 부여된 울산시의회 및 위원추천위원회는 서로 다른 성을 가진 위원을 추천하거나, 2인 중 1인은 반드시 인권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을 추천하는 등 시민의 의사를 반영해 추천권을 행사해야 한다. 또한 자치경찰제도의 조기정착을 위해서 시민과 전문가를 포함한 자문위원회 등을 구성해 조례안과 더불어 지역적 특색을 반영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운영지침 등을 세밀히 규정해 민주적 통제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울산시민 모두의 환호와 지지 속에서 자치경찰제가 시행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박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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