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바닷가 시민 모니터링: 네이처링으로 시민과학 하기

지찬혁 국제습지연대한국본부 공동대표, 경남환경교육네트워크 / 기사승인 : 2021-06-02 00: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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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공동기획

“시민과학(citizen science)”은 최근 몇십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시민참여(citizen engagement; citizen participation’)”를 통해 수집하고 정리한 자료들이 환경조사, 자연자원 조사 등의 분야에서 강조되고 있고, 유엔 기구에서도 시민참여 방식의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특히 기술의 발전과 대중화가 이뤄지면서 과학적 연구조사에서 일반인들이 과거보다 손쉽게 기초자료를 수집할 수 있게 됐고 신뢰도도 증가했다. 이제는 전문가들조차 부족한 예산과 인력을 보완하고 조사연구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시민과학자”를 초청해 연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에는 조류, 식물 등 조사자료가 GPS 정보와 함께 빅데이터로 자동 정리되는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시민 모니터링의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네이처링(Naturing)” 같은 오픈 네트워크 어플리케이션이 바로 그것이다. 

 

 


올해부터 울산 바닷가 시민 모니터링도 “네이처링”으로 간절곶과 진하해수욕장, 처용암으로 이어지는 울산연안 특별관리해역의 바닷가에서 생물다양성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네이처링’은 한국어로 개발된 어플리케이션으로 프로그램 사용자가 관찰한 생물의 이름과 사진, 소리 등을 입력하면 관찰할 곳의 위치, 주변 생물정보, 기상정보, 학명 및 분류체계 등이 자동으로 정리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여러 사람이 함께 참여하는 ‘미션’을 통해 함께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수집한 자료를 깔끔하게 정리해서 다운받을 수 있는 편리함까지 갖추고 있다. 일이십 년 전만 하더라도 이 과정은 전문가들에게조차 조사지와 GPS 수신기, 카메라 등 조사 장비를 들고 채집한 정보를 연구실에서 문서 편집, 엑셀 작업 등을 거쳐 정리하여야 하는 고된 작업이 필요한 일이었다.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하다. 


시민과학의 활성화에 있어서 ‘네이처링’ 같은 오픈 네트워크 어플리케이션은 제대로 활용하기만 하면 여러 가지로 유용하다. 우선 그동안 우리 주변의 생물다양성 조사와 같은 현장 모니터링(field monitoring)의 접근성을 높였다. 과거에는 현장 모니터링에 참여하는 일반인을 조사원으로 훈련하는 준비과정이 많이 소요됐지만 지금은 어플리케이션 안의 프로그램이 이 과정의 대부분을 소화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과학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앱을 깔고 현장으로 가기만 하면 된다.


‘네이처링’을 통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과제도 실현할 수 있다. 자연관찰, 시민과학 프로젝트, 생태지도, 생물다양성 조사, 사진과 관찰일지, 환경교육 등 자연 세계와 우리의 세상을 연결하는 다양한 공유 플랫폼이 기술적으로 손쉽게 제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성공적인 ‘네이처링 미션’ 중에서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가 있다. 정부 기관 전문가가 개설한 시민과학 프로젝트로 2018년 개설한 이래 야생조류 생물종, 충돌 지점 등 전국적인 현황을 공유하는 데 성과를 보이고 있다. 참여 조사자만 오늘 기준으로 2296명이고, 관찰기록이 2만370건에 이르고 있다. 만약 전문가가 연구용역으로 진행했으면 불가능한 기초자료일 것이다. 

 


시민 모니터링 중에서 프로그램 진행 방법을 ‘네이처링’으로 바꾸는 경우도 있다. 경남람사르환경재단이 2010년부터 시작한 생물모니터링 중 제비 생태조사 사례다. 학교 교사들이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환경 교육을 목적으로 학생들과 함께 제비 도래 현황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2016년부터 ‘네이처링’을 기반으로 조사 결과를 취합, 정리하고 있다. 매년 교사, 학생으로 이뤄진 시민과학자들이 조사하고 그 결과를 해마다 발표회를 통해 공유하고 있는데, 전국적으로도 가장 장기간에 걸쳐 진행하고 있는 제비 모니터링 사례로 꼽히고 있다. 


‘네이처링’ 같은 오픈 네트워크 프로그램은 지속적인 시민 모니터링의 기반을 편리하게 제공하는 것 외에도 시민참여 과정을 보다 쉽게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과거라면 환경운동가를 비롯한 시민활동가들이 대중매체를 통해 모집하고 취지를 설명해야 했겠지만 그런 긴 과정은 단축하거나 생략할 수 있다. 이제 함께 풀어 갈 과제에 집중할 수 있고, 참여하는 개인은 자신이 관찰한 결과를 개인적으로 또는 전체와 공유해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다. 과거처럼 진행 상황이나 결과를 기다릴 필요가 없어진 덕분이다. 이제 누구나 시민과학 프로젝트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고, 내 주변의 가까운 자연으로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 있다. 


울산 바닷가 시민 모니터링이 올해부터 네이처링으로 시민과학을 활성화는 계기를 마련했다. 울산특별관리해역의 바닷가를 걸을 때마다 매년 사라지고 있는 생물종을 관찰하면서 시민 모니터링이 왜 필요한지 절감하고 있기에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울산 바닷가를 기록하고 시민들과 공유할 것이다. ‘네이처링’으로 보다 손쉽게 시민과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앞으로 많은 ‘시민과학자’가 함께 네이처링하길 바라본다. 그리고 먼 훗날이 되더라도 우리의 울산 바다가 다시 깨끗하게 되살아나는 데 이 자료들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지찬혁 국제습지연대한국본부 공동대표, 경남환경교육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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