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는 말

신미옥 울산고운중학교 교장 / 기사승인 : 2021-08-10 00: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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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톺아보기

힘이 꼭 힘을 들여야만 생기는 게 아닌데, 요즘 나는 모든 일에 힘주고 사는 것 같다. 마음이 급하기 때문일 것이다. 얼른 어떤 궤도에 오르고 싶기 때문이다. 반듯한 어떤 틀을 갖고 싶기 때문이겠다. 드디어 어떤 자리를 잡고 싶은 욕심 탓이다. 바쁘니 내가 하는 말에 뾰족하니 날이 서 있어 쓰는 말마다 상처를 품고 있다.첫 한 학기를 마무리하고 방학을 맞았다. 무사히 보냈다는 것만으로 감격스러워서 고마움으로 차올랐다. 그동안 우리는 온몸 바짝 긴장해 숨 가쁘게 살았으므로 한숨 돌리고 굳었던 몸과 맘 풀어주어야 마땅함에도 그렇지 못하고 있다. 방학한 지도 오늘로 20여 일이 지났다. 방학하자마자 우리는 다시 학교로 모였다. 한 학기 교육과정 평가회 한다고 이틀, 예산 들여다보고 살림살이 규모 있게 다시 짠다고 하루, 새로 전학 올 아이 맞는 일로 이틀, 백신 주사 맞고 안정을 취한다고 이틀, 2학기 교육과정을 프로젝트 중심으로 재구성한다고 앞서 걸어간 학교에서 배워보자고 마련한 연수 받느라 이틀을 꼬박 보냈다. 앞으로 남은 날 가운데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2학기 시간표 얼개 짜느라 하루 넘게, 또 담임 선생님들은 가정 방문하느라 사나흘을 더 써야 한다. 아무리 길어도 방학은 언제나 짧기만 한데.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집식구들과 마음 편히 보낼 시간이 제대로 나려나 모르겠다. 그동안 밀렸던 온갖 일 하고 그간 못 살폈던 사람 챙기느라 피곤하겠지. 한 몸 챙겨 쉬어보겠다는 엄두나 날까 모르겠다.


‘철학과 원리를 바탕으로 대안학교 교육과정 디자인하기’라는 주제로 멀리 이우중고등학교 교장 선생님과 함께하는 공부 자리를 마치고 우리끼리 편하게 얘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아이들이 목공 수업 시간에 만든 멋진 평상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얘기를 나누던 참이다. “샘, 2학기 때 이 평상 몇 개 더 만들면 안 될까요? 다리도 좀 뻗고 널널하게 앉으려면 두세 개는 더 있으면 좋겠다.” “안 만들어요.” “샘에게 상처 받았대요. 평상 만들 때, 샘이 한 말에 상처받아 두 번 마감 칠해야 할 것도 한 번만 칠했대요. 지금이라도 얼른 사과하세요.” “제가 정말 그랬대요?” “그때 뭐 그런 걸 어데 다 쓰냐고 하는 바람에 안 만들기로 했어요.” “아 정말 그랬어요? 미안합니다.” “그래도 안 만들어요.” “아 정말 미안합니다. 몇 개 더 만들어 아이들도 평상 곳곳에서 옹기종기 모여 얘기 나눌 수 있게 마련해줘요.” 옆에서 1학년 3반 학생이라고 그 재주 많은 샘을 놀린다. 내가 그러고 있었구나. 보이지 않은 데서 아이들과 무엇이라도 해보려고 애쓰셨던 그 마음에 아무렇지 않게 막말이나 하고 내가 가벼웠구나. 그러니 하늘에 대고 이렇게 말하는 수밖에. “쭈니샘~ 많이 고맙습니다. 그렇게 함부로 말해서 미안합니다.”방학을 하면 참 좋다. 아이들이나 선생님들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방학은 온전히 놀아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힘이 난다. 아이들도 그렇고 선생님들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언제 방학을 좀 널널하게 방학답게 보내게 될까?


신미옥 울산고운중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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