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달밤

정익화 울산생활과학고 교사 / 기사승인 : 2021-08-10 00: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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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여행

“아- 신라의 밤이여/ 불국사의 종소리 들리어 온다/ 지나가는 나그네야 걸음을 멈추어라/ 고요한 달빛 어린 금오산 기슭에서/ 노래를 불러보자 신라의 밤 노래를”


영화 <신라의 달밤>(2001년 개봉 차승원, 이성재, 김혜수 주연 코미디 영화)에도 나오는 유명한 노래입니다. 경주에 놀러 갈 때면 한 번쯤 흥얼거리는 유명한 노래이지요. 1947년 유호 작사 박시춘 작곡 현인이 불러 히트한 대표적인 대중가요이며 불국사역 삼거리에 노래비가 있습니다. 

 

 

▲ 불국사역 삼거리에 있는 ‘신라의 달밤’ 노래비 ©정익화

 


그런데 우리가 즐겨 부르는 이 노래의 유래를 알게 되면 유쾌하지만은 않습니다. 일제강점기 일본이 동남아에서 승전하면서 이국 풍물을 노래하던 시기에 인도를 배경으로 나온 노래입니다. 조선악극단의 무대공연에 동남아 풍물을 소개할 때 많이 불렀다고 합니다. 원래는 ‘인도의 달밤’이었는데 작사가 조명암이 월북하는 바람에 작사가 유호가 개작해 신라의 달밤이라는 곡으로 불리게 된 겁니다. 명동 시공관 무대에서 <자유만세>라는 영화 시사회 때 처음 불렀는데 9번이나 앙코르를 받고 관객들이 외워서 따라 부를 정도였다고 합니다.


“아 인도의 달이여 마드라스 교회의 종소리가 울린다/ 지나가는 나그네야 걸음을 멈추어라/ 달빛 어린 수평선 흘러가는 파도에 실어보자/ 방랑의 이 설움” 


불국사역 삼거리에는 무영탑과 영지에 얽힌 아사달과 아사녀의 전설을 바탕으로 한 조형물이 있는데 전에는 이 자리에 3층 석탑이 있었습니다. 경주 남산 염불사 터에 있던 석탑을 1963년 경주를 관광도시로 꾸미면서 삼거리에 옮겨 세워 놓았습니다. 부처를 공양하던 탑이 도심의 도로가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공해를 견디며 서 있다가 2009년 염불사 터 복원 공사로 제자리에 옮겨져 다행입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피리사 승려가 염불을 외면 경주 360방 17만 호에 들리지 않는 곳이 없었다고 하며 스님이 입적한 후 염불사로 고쳐 불렀다고 합니다.

 

 

▲ 불국사역 삼거리. 무영탑과 영지에 얽힌 아사달과 아사녀의 전설을 바탕으로 한 조형물 ©정익화

 


근처에는 ‘구정동 방형분’이라는 봉분 아랫부분이 사각형이라 ‘방형분’이라고 불리는 특이한 형태의 무덤이 있습니다. 경주에는 대부분 둥근 형태의 무덤이 많은데 고구려 장군총, 피라미드처럼 아랫부분은 사각형으로 돼 있으며 무덤 안에는 주검과 널을 얹었던 석관과 돌 받침대가 있고 쌍여닫이 돌문이 있는 ‘굴식돌방무덤’입니다. 

 

 

▲ 염불사 3층 석탑. 2009년 불국사역 삼거리에 있던 탑을 제자리에 옮겨놨다. ©정익화
▲ 불국사역 삼거리에 있는 구정동 방형분. 무덤 아랫부분이 사각형으로 돼 있다. 무덤 안에 주검과 널을 얹었던 석관과 돌 받침대가 있고 쌍여닫이 돌문이 있는 굴식돌방무덤이다. ©정익화

 


불국사에서 동쪽으로 가면 감포가 나옵니다. 봉길에는 감은사 삼층석탑과 문무대왕릉이 있고 ‘만파식적’을 얻은 ‘이견대’가 있습니다. <삼국사기>, <삼국유사>에 따르면 동해 앞바다 섬에서 낮에는 갈라졌다가 밤에는 합치는 대나무가 있어 피리를 만들어 부니 적병이 물러가고 질병이 쾌유되며 바람과 파도를 다스린다고 하여 ‘만파식적’이라고 했답니다. 근처 ‘나정 고운모래 해수욕장’에는 만파식적이라는 네 글자를 아무런 설명도 없이 일본식 서체로 입간판을 세워 눈에 거슬립니다. 일본식 술집 간판에 많이 쓰이는 서체와 비슷합니다. 문무대왕이 왜구를 물리치고자 동해 용왕이 되어 감은사를 오가며 동해를 지키는데 아직도 왜색이 횡행합니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는 관광 목적으로 일본인 주택을 개축하고 정비해 구룡포항을 만든 일본을 칭송하고 고통받은 조선인들의 참상은 나 몰라라 하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과거를 회상할 때 무턱대고 복원에만 치중하면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데 방어진항 복원 사업도 비슷한 형태입니다. 군산처럼 외관은 복원하되 건물 안 내용을 당시의 조선인 참상과 독립활동 등으로 채워 미래의 교육 현장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 나정 고운모래 해수욕장에는 만파식적이라는 네 글자를 아무런 설명도 없이 일본식 서체로 입간판을 세워 눈에 거슬린다. ©정익화

 


만파식적 대금과 더불어 가얏고라고도 불리는 가야금은 삼현삼죽의 하나로 널리 사랑받고 있는데 일본 정창원(쇼소원)에는 신라금(시라기고도)이라고 불리며 보존되고 있어 신라의 달빛을 멀리 일본까지 비추고 있습니다.


정익화 울산생활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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