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의 충돌

성현정 울산장애인인권포럼 대표 / 기사승인 : 2021-03-09 00: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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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권

우리 사회 전반에서의 영역별, 부문별 인권의 중요성이 제기되면서 권리 간에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최근, 울산에서는 장애인의 이동권 증진을 위한 사회서비스 중 하나인 장애인콜택시를 둘러싸고 이용자인 장애인과 서비스 제공자인 기사 사이에 불미스러운 상황이 발생했다. 장애특성상 예민해 질 수밖에 없는 안전벨트 문제로 시작된 갈등으로 보였던 이 문제의 본질은 사실상은 장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회서비스 종사자들의 경우, 자신의 입장이나 권리에 대한 인식 못지않게 사회적 약자들의 입장이나 권리를 함께 인식하고 고려해야 함에도 그러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여름, 기사들의 노동권 향상을 위한 전면파업으로 이미 장애인들은 한차례 이동권이 위축 될 수밖에 없었던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장애인들이 상호 권리의 존중이라는 명분 아래 불편함을 감수한 것은 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이 이용자들의 서비스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최소한의 운전원은 파업에 동참하지 않도록 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그 피해를 온전히 감수해야만 했던 터라 노조는 1차적인 신뢰를 잃어버렸다. 그러나 노조는 이번 장애인 이용자와 기사와의 문제 사건에서도 장애인들의 인권증진이라는 명분보다는 문제가 있는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기사에 대해 징계를 합의했으나 징계위에서의 그 합의 과정까지 보여준 노조의 태도는 장애인 당사자 입장에서는 동지가 아닌 적으로 그 방향을 전환해 버린 듯하다. 


이러한 갈등구조 속에서 발생될 수 있는 권리 간의 충돌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자면 해답을 찾기란 쉽지만은 않다. 요즈음 심심치 않게 접하는 내용 중 하나가 코로나 감염자들의 이동경로 공개가 사생활 보호에 반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부가 이동통신사 협조로 휴대폰 번호를 추적해 밝혀진 이동 동선 중에서 숨겨왔던 은밀한 사생활이 공개돼 관계가 깨지고 가정이 무너지고 비난을 받은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하자면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감염 사실을 밝히지 않고 조용히 다른 사람에게 감염 제공자가 돼 감염이 됐다면 피해자들의 건강권과 생명권에 치명적인 결과를 미치게 되는 것이다.


울산에서는 아직 중증장애인 가운데 감염자가 없어서 문제가 되지 않지만 대구에서는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는 중중장애인이 코로나에 감염되면서 활동지원사들의 서비스 제공이 이뤄지지 않아 반조리 식품이 대부분인 지원물품조차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밥을 굶고 화장실 이용이 되지 않는 상황에 노출돼 지역의 한 장애인단체 활동가가 직접 방호복을 입고 그 감염 장애인을 지원했다. 이처럼 모든 국민이 같은 위험에 노출됐을 때 누구의 권리를 위해 다른 누군가의 권리를 양보하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약자들의 삶이 더 힘들고 약자들의 권리가 더 침해되기 마련이다.


사회적 약자는 개인의 상황이나 조건, 능력에 의해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인 조건에서는 상대적으로 훨씬 높은 지위에 있기도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 대부분의 장애인은 사회경제적으로 낮은 지위를 점하고 있고 이것은 사회적 차별과 학대 같은 인권침해의 원인이 된다. 인권이 빛을 발하는 최고의 상황은 약자들의 권리가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그 때일 것이다. 


성현정 울산장애인인권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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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정 울산장애인인권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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