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를 찢고 나온 여자들-이유리의 그림 속 여성 이야기

김명숙 사회적기업 나비문고 대표 / 기사승인 : 2021-03-09 00:00:56
  • -
  • +
  • 인쇄
서평

 

3월 5일부터 12일까지 어라운드울산 3층 갤러리(문화의거리 33번지)에서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여성과 환경’ 전시회가 열립니다. 올해 11년째 맞이하는 울산여성문화공간과 사회적기업 나비문고가 공동으로 준비했습니다. 이 전시회 준비로 너무 바빠 이 글을 쓸까 말까 망설이다가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꼭 소개하고 싶은 책이 있어 쓰기로 했습니다. 


올 1월 신간 목록을 보다가 제목에 끌려 이 책을 주문했는데 받아보니 책 표지에 “제22회 양성평등미디어상 우수상” 표시가 있었습니다. 3.8 세계여성의 날 행사를 준비하면서 읽기에 안성맞춤인 책이고 제게 특별히 반가운 책이라 바쁜 틈에도 금방 다 읽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지금도 그리는 것, 감상하는 것 모두 좋아합니다. 늘 우선하는 다른 일로 깊이 공부하지는 못했지만 이런저런 다양한 그림을 많이 봤습니다. 


명화라고 소개되는 그림, 기술적으로 잘 그려졌으나 뭔가 불편했던 그림, 그런 류의 그림이 가끔 가정집 거실 가운데 떡하니 자리 잡고 있어 놀라기도 했습니다. 여성 억압이 지금보다 훨씬 더 심했던 시대에 여성의 몸을 마구 드러내는 그런 그림을 보며 당황스럽고 불쾌했던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것 같은데 종교화라고 하니 이상했지만 뭐라고 반박하기도 힘들었고 그래서 더 찜찜했던 순간들.


이 책은 그 불편했던 찜찜함을 시원하게 잘 정리해줍니다. 유명한 화가와 그림에 얽힌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들을 알고 나니 그림이 선명하게 이해됐습니다. 화가의 욕망이 어떻게 그림에 드러나는지 잘 알게 해줬습니다. 


저는 이 책으로 저자 이유리 씨를 처음 알게 됐는데 저자 소개 글을 보니 이미 그림에 관한 책을 세 권이나 펴낸 해박한 그림 전문 작가입니다. 이 책은 가부장제 사회에 사는 화가라는 직업인들의 삶, 특히 권력을 가진 유명 화가들의 삶과 그들의 욕망에 대한 보편적인 이야기입니다. 독서를 좋아하는 많은 분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림을 좋아하면 더 재미있게 읽겠지요. 


이 책은 훌륭한 그림으로 평가받는 작품들 속에 어떻게 남성중심적 시선, 욕망이 교묘하게 숨겨져 있는지를 파헤쳐나갑니다. 그래서 탐정소설을 읽을 때 느끼는 그런 짜릿한 재미도 있습니다. 벌거숭이 임금님 이야기처럼 알고 보면 어이없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벌거숭이를 벌거숭이라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성찰하게 합니다. 저자는 남성의 시선으로 남성의 성적 유희를 위해 그려진 수많은 그림이 순결, 아름다움 또는 종교라는 포장으로 교묘하게 속내를 숨기고 있다고 말합니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습니다. 1부 ‘여성, 만들어지다’는 가부장 사회가 만드는 여성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천재 화가 피카소는 ‘그루밍’ 성범죄자임을 말합니다. 2부 ‘여성, 우리는 소유물이 아니다’는 여성을 소유물로 여기고 대상화하는 가부장 사회를 비판합니다. 여성은 열등한 존재도 음식도 관음의 대상도 아니라고 말합니다. 3부 ‘여성, 안전할 권리가 있다’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범죄를 저지른 대가는 가해자에게로,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라고 외칩니다. 4부 ‘여성, 우리는 우리 자신이다’는 여성에게 주어진 굴레를 벗어던지고 ‘자신’의 삶을 산 당당한 여성 화가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서로 존중하는 민주사회를 꿈꾸며 민주사회의 걸림돌인 가부장제를 조금씩 허물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리 작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여성 예술가들의 삶을 비롯해 그림 속에서 여성이 어떠한 방식으로 재현되어 왔는지, 남성들이 여성에게 가해온 폭력의 양상이 어떠했는지 (…) 반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 문제가 21세기 한국 사회와도 긴밀히 연결돼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책이 그 성찰의 기회까지 준다면 저자로서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김명숙 나비문고 대표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명숙 사회적기업 나비문고 대표 김명숙 사회적기업 나비문고 대표
뉴스댓글 >

오늘의 울산 이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