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 민주주의를

박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 / 기사승인 : 2021-04-12 00: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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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얀마의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쿠데타에 맞선 시민들의 불복종운동에 군부가 폭력진압을 하면서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있다. 지난 3월 27일 미얀마 ‘군의 날’에는 최소 114명이 넘는 시민들이 군경의 총 앞에 죽어갔다고 한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쿠데타가 시작된 2월부터 지난 4월 5일까지 군인들의 무차별 총격과 폭력에 숨진 시민들이 570명을 넘어섰으며 구금자는 이미 3000여 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희생자에는 어린이도 40여 명이나 포함돼 있다.


최근 현지 보도에 따르면 폭력과 총격도 모자라 로켓추진 수류탄(RPG)도 사용하고 있으며, 전투기를 동원해 정부군과 교전 중인 소수민족인 카렌족과 카친족 지역을 공습하고 있다고 한다. 국제사회의 방관 속에 참혹한 상황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미얀마의 현대사는 대한민국의 현대사와 많은 부분 일치한다. 63년간 영국과 일본의 식민통치도 그러하고 53년간의 군부독재도 그렇다. 1988년 8월 8일 시작된 ‘8888 민주화투쟁’으로 수천 명이 숨지는 사건도, 긴 시간 군부독재에 저항해온 투쟁의 역사도 한국과 닮았다. 결국 미얀마 민중들의 끈질긴 투쟁과 희생으로 2015년 첫 민간정부의 출범이라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수많은 희생을 딛고 얻어낸 민주주의는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시민들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을 것이다. 군부의 쿠데타로 인해 미래에 대한 희망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가는 것에 저항하는 힘은 아마도 민주주의를 경험한 젊은 시민들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이번 군부의 쿠데타는 지난 2020년 11월 8일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이 압도적 지지를 얻어 승리한 것에서 출발한다. 2015년에 이어 2020년에도 시민들이 압도적 지지를 보이자 군부는 선거 조작 의혹을 제기해 총선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선포했다. 하지만 이는 구실에 불과한 것으로 민주주의 이행을 약속했던 군부가 총선에서 나타난 시민들의 민주주의 열망을 짓밟은 쿠데타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군부는 지금까지 미얀마 시민들의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저항과 투쟁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있다. 미얀마 거리에서는 매일같이 총성이 이어지고 있다. ‘차라리 날 쏘세요’라며 중무장한 경찰병력 앞에서 무릎을 꿇은 안 누 따웅 수녀의 울부짖음이 귓가에 생생하다. 평화 시위를 벌이던 꽃다운 미얀마 청년들이 장갑차를 앞세운 군과 경찰의 실탄 사격에 쓰러지는 모습은 마치 1980년 광주를 피바다로 만든 군의 만행을 떠올리게 해 우리를 분노와 충격으로 몰아넣고 있다.


쿠데타 세력인 군경의 폭력적인 유혈 진압에도 시민들의 목숨을 건 저항은 지속되고 있다. 미얀마 시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군부의 폭력과 살상에 맞서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인권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평화적인 시민불복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미얀마의 모든 도시에서는 연일 거리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사회 전 영역에서 시민불복종운동을 주도하며 총파업이 전개되고 있다. 


군부 쿠데타로 의원직을 상실한 의원 298명으로 구성된 CRPH(임시정부연방의회대표위원회)는 4월 1일 군부의 학살에 맞서 소수민족까지 참여하는 ‘국민통합정부’ 구성을 선포하고 조만간 ‘연방군’ 창설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미얀마에 2개의 정부가 양립하면서 내전이 임박해지고 있음을 의미하다. 실제로 미얀마에 주재하고 있는 나라들이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철수조치를 취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필수인력을 제외한 자국민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으며, 유럽의 국가들도 자국민 철수를 권고한 상황이다. 


미얀마 상황이 내전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지 않도록 국제사회의 압박이 절실하다. 이미 미얀마 시민사회는 미얀마의 상황을 바꾸기 위해 유엔의 압박을 간절히 요청하고 있다. 2005년에 채택한 유엔의 ‘보호책임’(R2P)을 발동하라는 것이다. ‘보호책임’(R2P)은 어느 국가가 자국민에게 심각한 반인도주의 범죄나 대량학살을 저지를 때 국제사회가 개입해 이를 억제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국제사회는 이미 국제법으로 전 인류가 보편적으로 보장받아야 하는 생명, 안전, 인권, 민주주의의 가치와 이를 보장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상호협력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대한민국 정부와 유엔 등 국제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늦었지만 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행동에 나서고 있다. 미얀마의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3월 27일부터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삼산 롯데호텔 앞에서 ‘미얀마 민주주의 지지 거리사진전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미얀마 이주노동자와 유학생을 비롯해 66개 울산지역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캠페인이다. 


시민에게 자행되는 학살과 잔학행위는 결코 한 국가의 문제로 묵과될 수 없다. 민주주의를 위해 긴 시간 피를 흘리며 싸워온 한국의 시민으로서, 민주사회를 열망하는 국제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연대하자. 


마침 언론에 반가운 소식이 올라왔다. 서울시교육청이 6일 <미얀마의 봄을 기다리며>라는 제목의 계기 교육자료를 제작해 학교 현장에 보급한다고 한다. 미얀마 민주주의에 연대하는 것이 바로 살아있는 민주시민교육이다. 울산에서도 시작되길 기대해본다.


박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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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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