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광역시사편찬위원회 복원과 상설화

이종호 기자 / 기사승인 : 2021-06-22 12: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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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지역사에서 찾는 울산의 정체성

2002년 <울산광역시사> 출간을 위해 울산광역시사편찬위원회가 한시 운영됐지만 시사 발간 뒤 해체됐다. 상설 연구기관을 운영하는 다른 지역에 견줘 울산의 지역사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지역사 연구는 지역의 정체성 형성에 필수다. 지역의 정체성은 지역이 갖는 특징과 나아갈 방향, 정책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역의 역사 자료를 발굴해 분석하고 정리해서 역사서를 편찬할 전문 연구기관이 없다면 지역의 정체성 찾기는 불가능하다. 2022년 특정공업지구 지정 60주년을 맞이하는 공업도시 울산의 ‘정체성’도 마찬가지다. 울산에 상설 역사 전문 연구기관이 왜 필요한지, 지역사 연구가 지역 정체성 형성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취재한다. <편집자 주>

1. 독립된 상설 지역사편찬원이 왜 필요한가
2. 지역사편찬위원회의 존재 이유
3. 지역박물관 따로 또 같이
4. 지역학연구센터와 지역사 연구
5. 울산광역시사편찬위원회 복원과 상설화

 

 

 

2002년 <울산광역시사> 6권 발간

 

울산시가 공식 역사서를 발간한 건 1987년 한 권짜리 <울산시사>가 처음이다. 1997년 광역시로 승격되고 그해 울산광역시사편찬위원회 조례를 제정했다. 2002년 발간된 <울산광역시사>는 역사편, 전통문화편, 정치행정편, 산업경제편, 사회문화편, 자료편 등 여섯 권으로 구성했다. 역사편은 울산의 자연과 선사시대부터 한국전쟁까지 시대사를 8장에 걸쳐 담았다. 울산의 문화재, 한문학, 구비문학, 방언, 민속, 인물, 지명 등은 2권 전통문화편에 모아 실었다. 정치행정편에는 해방 후 정치사와 광역시 승격의 의의, 시정개황과 분야별 행정을 다뤘다. 산업수도 울산의 공업화 과정과 노동운동, 노동생활은 4권 산업경제편에 정리했다. 보건, 환경, 사회복지, 교육, 종교, 언론, 예술, 체육 등도 사회문화편으로 펴냈다. 자료편은 고문헌, 고서, 왜란 사적, 문장, 금석문, 사료와 연표로 꾸몄다. 

 

<울산광역시사> 편찬 뒤 울산광역시사편찬위원회는 활동을 멈췄다. 울산광역시편찬위원회 조례는 위원회의 기능을 시사 및 사료편찬에 관한 계획, 시사 및 사료의 간행으로 규정하고 시사편찬 업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전문위원 1명과 연구원 2명을 둘 수 있도록 했다. 전문위원과 연구위원은 사료의 조사·수집·편찬, 시사의 연구·편찬 등을 처리한다고 명시했지만 1999년 전문위원과 연구위원을 비상근으로 한다고 조례를 개정해 시사편찬을 사실상 시사 간행까지 한시 업무로 제한했다.

 

2002년 시사 발간 뒤 울산 지역사와 지역학 연구는 울산연구원 울산학연구센터에서 도맡다시피 했다. 울산학연구센터가 펴내는 울산학 연구 보고서는 2006년 <현대 울산인의 삶과 문화>를 시작으로 지난해 <한반도 철기시대 살찌운 2천년 통조림>까지 모두 91권 발간됐다. 2006년 <1987년 이전 울산 노동자들의 생활세계>, 2008년 <일제시기 신문기사로 본 울산인의 생활모습>, 2009년 <울산의 옛길>, 2010년 <울산의 장터 어제와 오늘>, 2011년 <산업수도 울산의 사택문화>, 2012년 <공업도시 50년 ‘촌락’에서 ‘산업수도’로>, 2013년 <울산 근로자들의 생활사>, 2014년 <울산 여성 어업인(해녀)들의 변천사>, <울산 염부들의 구술사, 울산 소금 이야기>, 2017년 <구술로 그려 낸 기억 속의 울산>, 2018년 <울산 옛터비에 담긴 기억들-공단 이주민 이야기>, 2019년 <울산의 쟁이들: 장도·붓·벼루 무형문화재 구술생애사> 등이 눈에 띈다.

 

2015년 도시경관 기록화 사업에 이어 2016년부터 2019년까지 3년 동안 디지털울산문화대전을 구축해 홈페이지를 열었다. 지난해 울산역사문화대전으로 이름을 바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역사문화대전 사업에 대해서는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김진곤 울산향토사도서관 관장은 “역사문화대전은 한국학중앙연구원과 각 지자체가 협력해 해당 지역의 다양한 정보를 인터넷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으로 집필자 실명제와 차후에 사실과 다를 경우 일정한 절차를 거쳐 수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사업이었다”며 “하지만 집필자들의 지역사에 대한 지식의 결여, 관리되지 않은 빈약한 자료, 현재 존재하는 자료에 대한 집필자들의 수집 노력 부족, 다양하게 선정되지 않은 항목, 원고에 대한 체계적인 검증 부족 등의 이유로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 광역시 승격 20주년에 맞춰 2017년 발간한 <울산을 한 권에 담다> 표지
광역시 승격 20주년이 되는 2017년 울산시는 <울산을 한 권에 담다>를 발간했다. 시대의 격랑과 함께한 울산의 사건, 세계사적 가치를 지닌 울산의 자연·문화유산, 청사에 길이 빛날 울산의 인물, 변화의 소용돌이와 울산의 생활상으로 나눠 정리했고, 부록으로 울산의 문화재지도를 실었다. 이 책에 대해서도 기존 자료들을 모은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시사편찬위원회 조례 전부개정

 

울산시는 지난해 시사편찬 업무를 위해 일반임기제 학예연구사 한 명을 임용했다. 올해 들어 시사편찬 업무가 울산시 기획관실에서 문화예술과 문화유산팀으로 이월됐다. 5월 20일 울산광역시사편찬위원회 조례를 전부개정했다. 시사편찬위원회의 기능을 기존 시사 및 사료의 간행에서 시사편찬 기본계획, 시사편찬과 사료 조사·연구, 지역사 연구를 위한 자료 수집, 보존 및 연구를 심의하는 것으로 확대했다. 위원의 임기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한 차례만 연임할 수 있도록 바꿨다. 부위원장은 문화체육국장이 당연직으로 수행하고, 시사편찬 업무 담당 부서장이 간사를 맡도록 했다. 시사편찬소위원회를 둬 시사편찬 업무의 효율을 기하고, 울산시가 보존·관리하고 있는 기록물 등에 대해 열람 및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사료의 수집과 보관을 위해 필요한 경우 시, 구·군 또는 각 기관과 단체 등이 발행하는 도서와 그 밖에 간행물의 발송을 요청할 수 있도록 권한을 높였다. 특히 전문위원 및 연구원은 비상근으로 한다는 조항을 없애고 선임연구원과 연구원을 둘 수 있도록 명시했다. 

 

울산시는 하반기에 울산광역시사편찬위원회를 꾸리고, 광역시 승격 30주년이 되는 2027년 <울산광역시사>를 새로 편찬할 계획이다. 시사편찬위원회에서 시사편찬의 큰 방향이 정해지면 연구원들로 시사편찬실을 꾸려 내년부터 시사편찬 사업에 본격 들어가게 된다. 울산시가 새로운 시사편찬 사업을 본격화하는 2022년은 울산이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지 60년이 되는 해다. 공업화가 진행되면서 고향을 떠나야 했던 원주민의 이주사와 팔도 각지에서 공장을 찾아 울산에 온 노동자들의 유입사를 새로 펴내는 <울산광역시사>에 어떻게 담아내야 할지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안산시는 안산산업역사박물관을 내년에 개관한다. 화성시는 2018년 1차 <화성시사>를 10권 발간하면서 노동자와 이주시민의 삶을 제8권 <산업단지 노동자들의 일상문화와 정체성>, 제10권 <동탄신도시 주민의 생활문화와 정체성>에 담아 펴냈다. 공업화 이후 60년의 역사를 뒤늦게 새로 기록하는 울산이 산업수도, 노동자도시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어떻게 찾아낼지 주목된다.

 

“2027년 울산광역시사 발간 계획”

시의회, 시사편찬위 상설화 간담회

 

▲ 17일 오전 울산시의회 4층 다목적실에서 이미영 시의원이 주관해 ‘울산광역시사편찬위원회 복원과 상설화를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울산광역시의회 제공.

 

6월 17일 울산시의회 4층 다목적실에서 이미영 시의원이 주관하는 ‘울산광역시사편찬위원회 복원과 상설화를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허영란 울산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역사는 늘 새롭게 해석되고 다시 쓰이기 때문에 울산의 역사는 늘 새롭게 기록돼야 한다”며 “역사는 지역 정체성의 토대”라고 말문을 열었다. 허 교수는 “한 도시의 자기 정체성과 지향은 시대의 흐름 속에서 거듭 변화하고 새로워진다”며 “울산은 어떤 도시인가? 어떤 도시이고자 하는가? 그것에 대한 모색은 과거로부터의 구속과 현재적 과제, 미래의 꿈을 관통하는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의 비전은 산업도시로서의 과거에 대한 진지한 성찰에 바탕을 둬야만 현실적 저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그것을 누가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 시사편찬위원회의 역할은 그런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새롭게 역사를 연구하고 재구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10여만 명의 도시, 역사 관련 전문 제도는 울산대학교가 유일하다는 한계도 지적했다. 허 교수는 “예산을 확보해서 다양한 연구자들에게 울산을 연구하도록 유도하고 그것을 미래지향적 어젠다와 연결시키는 데 필요한 상설적 기획 관리 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 “지방분권 상황에서 보통사람들의 역사가 반영된 새롭고 혁신적인 시사의 모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면서 “박물관, 기록관, 역사관 등 과거를 다루는 다양한 기관이 각각 건립되고 있는데 울산처럼 독특한 역사를 가진 도시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특별한 방안으로 도서관, 기록관, 박물관 등 다양한 정보자원을 서비스하는 라키비움 같은 복합문화공간을 만드는 것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구한 울산대 아산리더십연구원 연구교수는 “시사가 특정 관점이나 특정 세력의 이해에 기반한 자기중심적 역사 서술이 돼서는 안 된다”며 “시사가 시민들에게 유용한 가치를 지니려면 기존의 역사 기술을 넘어서는 새로운 편집 방향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울산은 도시가 급성장하면서 놓친 게 너무 많고, 토대자료와 원천자료가 부족하다”면서 “최소한 공단 조성으로 사라진 마을에 대한 기록부터 제대로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민 울산대박물관 학예실장은 “2016년부터 30개월 동안 디지털울산문화대전 사업을 해왔는데 미시적으로 시사 개편이 필요하다”면서 “새로운 시사 모델과 상시적 시사편찬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역사학자들의 지역사 연구를 지원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허영란 교수는 “학자들의 연구가 축적돼야 제대로 된 콘텐츠가 나올 수 있다”면서 “잘 뛰기 위해서는 근육을 키워야 하고 기초 체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만의 어젠다가 나오기 위해서는 울산에 대한 연구가 축적돼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진곤 울산향토사도서관 관장은 “지역사 자료 수집 없이는 어떤 성과도 낼 수 없다”며 “지역사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축적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영미 울산대 역사문화학과 객원교수는 “보통사람인 도시민이 역사의 주인”이라며 “사라지고 있는 도시민의 역사를 공공의 역사로 끌어들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 교수는 “젊은 연구자들에게 울산을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줘야 한다”며 “시사편찬위원회가 부족한 울산의 지역사 연구 역량을 보완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연옥 울산시 문화예술과 과장은 “시사는 지역사 연구의 총체적 결과물”이라며 “올해는 준비연도인 만큼 조만간 시사편찬위원회를 구성하고, 2027년 시사 발간을 목표로 시사편찬 방향과 집필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규성 울산시 문화예술과 문화유산팀장은 “역사학은 완전한 사회학도 아니고 완전한 인문학도 아니기 때문에 자칫 감정적, 교훈적 역사로 흐를 수 있다”면서 “시사편찬위원회가 구성되면 무엇보다 객관적이고 균형감 있는, 오래 갈 수 있는 역사 서술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를 주관한 이미영 의원은 “울산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위해 도시의 정체성을 제대로 찾아야 한다”며 “시사편찬위원회의 필요성과 복원, 상설화에 공감하며 앞으로 울산에 대한 많은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의회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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