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세계와 인식의 세계

이영두 울산대학교 전기공학부 연구교수 / 기사승인 : 2021-11-08 00: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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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자연과학
▲ 가시광 영역 ©해시넷위키

 

단풍(丹楓)은 단풍나무의 잎색이 붉게 변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로, 가을에 접어들며 초록색 나뭇잎이 누렇게 갈하게 붉게 변하는 현상을 총칭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계절의 변화는 알려진 바와 같이 지구의 기울어진 자전축과 공전에 기인하는데, 북반구를 기준으로 볼 때 태양의 남중고도가 변해 낮과 밤의 길이와 지표 단위면적당 태양의 광량이 달라진다. 여름에서 가을로 계절이 변하면 태양의 남중고도가 점차 낮아져 일조량과 일조시간이 줄어들고 그로 인해 나뭇잎은 활동을 서서히 멈추게 된다. 잎의 녹색을 드러내는 엽록소는 잎의 활동성이 낮아지면 분해되는데 이때 붉은 색소인 안토시안이 생성되는 잎은 갈색 또는 붉은색으로 변하고, 안토시안이 생성되지 않는 잎에서는 엽록소의 상대적 양이 감소하며 엽록소로 인해 가려져 있던 카로티노이드 등의 황갈색 색소의 영향이 커져 단풍 현상이 나타난다. 단풍의 찬연한 색은 빛을 통해 우리 눈에 전달되는데, 어떻게 눈은 묘하게 다른 단풍의 색깔들을 인식할 수 있는 것일까?


빛은 다양한 파장을 포함하는 전자기파다. 우리가 눈으로 인식할 수 있는 빛의 영역은 가시광이라 불리우는 400~700nm 범위다. 무지개 빨-주-노-초-파-남-보 7색에 비춰보면 빨간색으로 갈수록 파장이 길어져 700nm에 가까워지고, 보라색으로 갈수록 400nm에 가까워진다. 빛이 붉은 단풍잎의 색소에 부딪치면 700nm 부근의 가시광 영역이 반사돼 잎을 보고 있는 우리의 눈으로 들어온다. 눈으로 들어온 빛은 망막을 자극해 시각세포가 이를 전기신호로 만들고 전기신호는 신경망을 통해 뇌로 전달돼 우리는 색을 보게 된다. 결국 색이란 시각세포가 만들어낸 세상이다. 시각세포는 연속적인 가시광을 어떻게 구별하는 것일까? 각 파장의 빛을 흡수할 수 있는 많은 종류의 시각세포가 있는 것일까? 색의 무한한 조합을 생각할 때 많은 시각세포가 존재할 것 같지만, 실상 우리의 시각세포는 3종류뿐이다. 3종류의 시각 원추세포로 모든 색을 인식한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구체적으로 망막에는 색 인식과 관련해 크게 2종류의 시각세포가 존재하는데 바로 간상세포와 원추세포다. 간상세포는 주로 명암을 구분하는 역할을 하고 원추세포는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한다. 이 원추세포의 종류가 3가지이며, 400~500nm의 파란색, 450~630nm의 녹색, 500~700nm의 빨간색을 각각 흡수한다. 각 원추세포는 대략 200nm의 흡수범위를 가지며, 서로 일정부분 범위가 중첩돼 있다. 이 중첩이 단 3종류뿐인 원추세포로 하여금 다양한 색을 감지하게 한다. 구체적으로는 각 원추세포의 파장감지와 그 세기를 통해 색을 이미지화시킨다. 


빨간색, 녹색, 파란색은 빛의 삼원색이다. 이 3가지 빛색을 통해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종류의 색상이 만들어진다. 정리해 보면 물리적으로 색상은 빛의 파장이지만 인식적으로는 시각세포인 간상세포(명암)와 원추세포(색상)에 의해 이미지화된 작품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쉽게 각 사람이 뇌 안에서 이미지화하는 색상이 다를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각 사람이 가진 시각세포라는 센서의 성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다르기도 하다. 극단적인 예로는 유전적 차이로 특정 색상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우리가 색을 인식하는 것은 이렇듯 오로지 생물학적 과정에 의해서만일까? 우리는 색을 통해 온도를 느끼기도 한다. 파란색 계열의 색은 차가운 느낌을, 주황색 계열의 색은 따뜻한 느낌을, 그리고 빨간색 계열의 색은 뜨거운 느낌을 준다. 왜일까? 이것은 삶의 경험에 의한 것이다. 직관적으로 불꽃의 노란 붉은 색으로부터 우리는 경험적으로 따뜻함과 동시에 뜨거움을 느껴본 적이 있다. 바다색은 어떤가? 여름이라면 시원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색온도를 통해 우리는 색이 생물학적 과정뿐만 아니라 경험적 과정을 거쳐 우리의 뇌에 이미지화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에게 있어 색은 나의 고유 해석이자 기억의 산물이다.


이제 내가 보는 것을 전혀 다른 것 없이 똑같이 타인도 동일하게 볼 것이라는 것은 과학적으로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한 사람의 시각은 그 사람의 생물학적 특징뿐만 아니라 살아온 인생의 모든 파편이 엉기성기 녹여진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비록 사람으로서 동일하지만 개체로서는 다른 감각 세계에 살고 있다. 우리 뇌에 그려지는 모든 세계는 타인의 세계와 비슷할지언정 같을 수는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각자가 모두 고유한 세계를 형성하고 살아가는 귀중한 존재임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다르기 때문에 아름답고 다르기 때문에 소중하다. 


이영두 울산대학교 전기공학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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