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내 손으로 작은집 짓기를 시작하자

이우영 부산생태귀농학교 53기 졸업, 소농학교 6기 졸업 / 기사승인 : 2022-03-16 00: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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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집 짓기

2월 22일부터 25일까지 20시간 과정으로 부산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 지역의 인구 감소와 중장년들의 직업적 전망을 탐색해보는 직무특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작은집 짓기 교육이 진행됐다. 경남 김해시 한림면에 있는 생태체험학교 참빛에서 부산귀농운동본부 졸업생을 대상으로 작은집 짓기와 파빌리온 건축 교육을 했다.
 

▲ 인원 모집 포스터

첫째 날

‘작은집 짓기’ 과정은 부산귀농운동본부 11기 졸업생이며 울산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진일주 강사님이 은퇴 후 또는 귀농·귀촌 시 집을 짓기 전에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설명하면서 시작됐다. 진일주 강사는 첫 번째, 집 짓는 데만 집중하지 말고 집을 짓고 나면 반드시 창고를 짓고 그다음 텃밭 또는 정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집, 창고, 텃밭(정원)을 모두 감안해 구상해야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집 크기, 단열, 난방만 생각하지 말고 그늘, 환기 등 자연에너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까지 고려해 집안에 사람이 다니는 길, 바람길(환기), 겨울철 난방에 따뜻한 온기가 가는 길, 겨울철 햇님이 들어오는 길과 여름철 그늘길 등을 감안하는 게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에너지는 적게 쓰고 효율은 높게 하는 외단열공법은 여름철 캠핑 갈 때 아이스박스에 음식물과 얼음을 넣어서 가면 몇 시간이 지나도 얼음이 잘 녹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바닥, 벽, 천정까지 단열재로 감싸고 특히 단열재와 단열재가 붙는 부분에 틈을 없애고 단열선이 끊기지 않게 하는 공법이다.


집 짓기 동영상을 먼저 보고 작은집 짓는 과정을 바닥기초 프레임부터 바닥 단열, 벽체 만들어 세우기, 박공 조립, 서까래 조립, 내벽 조립, 지붕 덮기, 페인트칠하기까지 공정별 슬라이드를 보면서 집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고 설명을 들으니 집짓는 과정에 대해 많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오후에는 나무 자르기 실기로 진행했는데 시작할 때부터 가장 강조한 것이 안전이다. 서툴러도 틀려도 아무런 문제가 안 되며 처음 하는 게 서투른 게 정상이고 틀리면 다시 하면 된다는 것이다. 천천히 가는 게 사고도 안 나지만 가장 빠르다. 장비를 사용할 때 한 사람씩 손을 잡아 주고 자르고 난 다음 스스로 잘라보기로 진행했다. 자기가 자른 나무토막을 모두 가지고 집에 가서 찻잔 받침으로 사용하겠다고 한다. 역시 자기 손으로 만든 것에 대한 보람, 애착이 있음을 보여 주었다.


나무 잘라 보기 실습 이후 다용도로 활용 가능한 파빌리온 건축 실습을 진행했다. 파빌리온 (pavilion)은 박람회나 전시장에서 특별한 목적을 위해 임시로 만든 건물을 뜻하며 규범 표기는 미확정이다.
 

▲ 나무 자르기

다빈치 브리지 만들기

‘다빈치 브리지’라는 건축 기법을 배우고 직접 실습하면서 원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다빈치 브리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설계한 다리다. 전쟁 시 끊어진 다리를 건너기 위해 임시로 다리를 만들어서 군인들이 다리를 건넌 후 다시 분해해 이동하기 쉽게 상호지지구조(Reciprocal Structures)의 조립형으로 만들었다. 설치뿐만 아니라 분해도 용이하게 만들었다. 상호지지구조는 기둥과 보 없이 짧은 부재를 서로 지지하도록 조립해 벽체와 지붕을 일체로 만드는 3D구조다.


다빈치 브리지는 반원 구조물이기에 내각의 합이 180˚라는 원리도 알 수 있었다. 오후 실습시간에 교육생들이 직접 높이 3.5m, 폭 6m의 다빈치 브리지를 만들어 봤다. 조립할 때 중요한 것은 교육생들의 안전과 협동심이었다. 양쪽에서 같은 속도로 천천히 호흡을 맞춰 구조물을 하나씩 조립해 나가면서 완성돼가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했다.


다빈치 브리지는 경량성, 이동성, 비기둥구조, 경제성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건축물뿐만 아니라 도시재생 구조물, 놀이공간, 글램핑장, 행사장 임시무대, 휴식 장소, 차고지 등 다양한 용도로 많이 쓰이고 있다.
한파주의보가 내려져 있는데도 운동장에서 실습해 보면서 힘들고 어려움도 있었지만 새로운 경험을 해본 교육생들이 많았다.
 

▲ 다빈치 브리지

둘째 날

“귀농귀촌해서 집 짓고 나면 뭐 하실 건가요?” 창원 자작나무공방, 임경수 그루메니저님이 와서 2021년 초등학교 6학년들이 만든 작은집 짓기 동영상을 보면서 집짓기 전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제안했다고 해서 집 짓는 프로젝트가 이뤄지는 게 아니고 교사, 교장 선생님 그리고 학부모들이 모여서 합의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쳤다. 학생들이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고 모델을 선정한 다음 반별로 1/10 크기의 모형을 만드는 실습을 했다.


실제 집 짓는 과정은 전혀 달랐다. 안전교육을 충분히 하고 안전모, 보안경을 착용하고 안전사고 없이 실습을 진행하기 위해 노력했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의 영상은 나무를 자르고 붙이는 과정을 통해서 아이들이 쑥쑥 커 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연장을 쥐어주면 작은집 짓기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바뀌는 과정을 보여 주었다.


“집 짓고 나면 뭐 할 건가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질문을 던진 뒤 임경수 그루매니저는 집 짓고 나서 묵언수행할 게 아니라면 나이가 들었어도 할 일을 찾아야 하고, 특히 지역의 공동체 활성화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파빌리온 건축 지오돔 만들기

돔은 둥근 구조를 가진 건축물로 수천 년 동안 유지된 건축 형태다. 돔이 오랜 시간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둥근 구조이기에 횡력, 항력, 양력 등의 힘이 분배돼 사각 박스 구조에 비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지오돔은 차수가 높을수록 꼭짓점의 종류가 많아져서 구에 가까워진다.


가장 단순한 형태가 1V인 구조다. 보통 3V 형태의 지오돔이 가장 보편적이다. 실습도 2개 조로 나눠 3V 구조로 진행했는데 한 조는 4미터, 다른 한 조는 5미터 직경인 지오돔을 설치했다.


지오돔의 가장큰 장점은 분해 조립이 가능하고 이동(승용차에 실림)이 쉬우며, 계절별로 용도별로 변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오돔의 활용은 다양하다. 글램핑장으로, 비닐하우스로, 간단한 농막으로, 휴게실 등 장소와 용도에 따라 정말 다양하다.


데저트돔에서는 설계하고자 하는 크기에 따라 조립도를 쉽게 산출해볼 수 있다. 조립도에 따라 파이프를 재단해 조립하면 된다. 지오돔 조립을 하는데 추운 날씨임에도 땀이 날 정도로 뒤에서 보기만 하는 사람 없이 모두 참여해 열심히 조립하고 완성된 돔 위에 올라가 사진도 찍고 수다도 떨고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 지오돔 만들기

 

▲ 지오돔 완성하고 기념 촬영

셋째 날

작은집이나 리모델링할 때 난방을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실내에서 교육했다. 건식난방을 설명하고 난 다음 전기보일러로 연결하고 바닥에 호스를 깔아보는 실습을 진행했는데 그다지 어렵지 않고 저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에서 구매한 다음 집에서 설치할 때 주의사항까지 설명했다.


집을 지으면 난방시설을 해야 한다. 보일러 시스템과 태양열, 태양광을 이용해 효율을 올리는 방법, 햇빛 온수기, 햇빛 건조기를 이용한 고추건조기 등 다양한 적정 기술을 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비닐하우스 안의 고추 건조 시스템은 획기적이었고 신선한 충격과 도전 의욕을 불러일으켰다.

파빌리온 건축 조별로 만들기

3개 조로 나눠 조별로 만들고 싶은 구조물을 선정하고 실물을 만들기 전에 조별로 미니어처를 만들었다. 실습에 앞서 어제 만든 지오돔을 해체하는 설명을 듣고 해체한 후 조별로 구조물을 만들었다.


이제는 평면도인 도면이나 사진만 봐도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됐고 공간 개념도 교육 이전보다 쉽게 이해가 된다. 교육은 이론만 들었을 때는 이해되는 듯하지만 실제 해보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교육에서는 이론은 적게 실기는 많이 배치돼 실제 해보는 경험이 더 중요함을 느꼈다.


실기를 하면서도 강사는 옆에 와서 틀려도 틀렸다고 말하지 않는다. 교육생이 가서 질문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리고만 있다. 문제가 있으면 같은 팀이 의논해서 스스로 알아가는 과정을 가르치는 것 같다.
 

▲ 조별 자유주제 만들기

넷째 날

중장년들의 인구(1,2차 베이비부머 세대는 56∼75년생 1500만 명)가 밀집돼 있고 평균수명도 대폭 늘어나는 상황에서 중장년들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활용(실제 사용)도 중요하다. 이번 교육 참가자 중 임업기술훈련원에서 교육받은 분들이 세 명 있는데 학교 내 소모임을 제안했다. 시간을 두고 차분히 준비하면 직업적 전망까지 가능하다. 함께 어울려서 살아가는 방법을 설명을 들으면서 미래에 대한 준비는 지금 하는 것임을 느끼게 했다.


적정 기술 교육도 있었다. 자립하는 삶에 맞춰 ‘나무는 적게 효율은 높게’ 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포켓스토브 난로를 볼 수 있었고 직접 난로를 시연해 보면서 완전 연소를 볼 수 있었다. 간단해 보이지만, 과학의 원리가 내포돼 있고 당장 적용하고 싶은 시스템이었다.


불을 다루는 방법(기술), 화목보일러 고치기, 난로 등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서 실습하면서 설치한 다빈치 브리지를 안전하게 해체하는 방법, 파빌리온 구조물 안전하게 해체하는 방법을 듣고 모두 해체했다.
 

▲ 지오돔 헤체. 차량 적재함에서 해제하면 안전하다.

주택 리모델링

오후에는 합천에서 온 최창열 선생님이 주택 리모델링에 대해 건축용어와 비용절감 방법, 자재 선택 등에 대해 교육했다. 포괄적인 내용이었지만 몰랐던 부분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흥미롭고 막막하기만 했던 집 짓기와 집수리 그리고 귀농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다. 교육 중에 배운 지오돔과 포켓스토브 난로는 당장 적용해 제작해서 내 손으로 작은집짓기를 시작하고자 한다. 또한 같이 교육받은 교육생들과 동아리를 구성해 향후 진로에 대해 서로 도움을 주고 정보를 교환하고자 한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줄자를 갖고 실물을 재보고, 치수를 노트에 적고, 자연스럽게 토론까지 하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면서 알차고 유익한 교육의 기회를 만들어준 부산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와 부산귀농운동본부에 감사드린다.


이우영 부산생태귀농학교 53기 졸업, 소농학교 6기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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