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놀이터도 있는데 발달장애 어린이 놀이터는?

전은영 울산장애인부모회 동구지회 회원 / 기사승인 : 2021-12-29 00: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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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겨울이 왔네요. 매서운 찬 바람이 부는 창밖을 보니 한숨부터 납니다. 저도 한때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하고 눈 오는 날을 좋아했던 적이 있었던 거 같은데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자폐성장애를 가진 내 아이는 잠을 거의 안 자고 늘 뛰어다니고 소리를 내는 특성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취학 전까지만 해도 하루에 10시간도 넘게 놀이터에 있던 적도 있었고, 비가 오거나 한겨울이 되면 키즈카페 등을 전전하며 밖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집에서도 끊임없이 뛰고 소리를 지르는 아이 때문에 이웃의 민원과 눈총을 여러 번 받은 터라서 최대한 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집에 들어가야 했으니까요.


그런데 아이가 자라서 학교에 다니고 키가 훌쩍 크자 말 그대로 갈 곳이 없어졌습니다. 아이가 비교적 어릴 때에는 그나마 사람들의 시선에서 조금 자유로웠지만, 현재 10살에 55킬로그램이 넘는 아이로 자라자 어딜 가든 의도치 않게 불편한 시선을 끄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또래의 아이들은 학원을 가거나 친구들끼리 모여 놀겠지만, 내 아이는 몸만 자랐을 뿐 아였습니다. 집 앞 놀이터에서 어린 아기들이 엄마들과 종종거리며 놀고 있는데, 큰 소리를 내며 뛰어다니는 아이 때문에 아기들이 울거나, 엄마들이 놀라서 아기를 안고 피하는 상황이 자주 생기니 마음이 참 불편했습니다. 저도 비장애 어린 딸을 키우는 엄마이기에 그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한편으로 씁쓸하고 야속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와 처지가 비슷한, 발달장애 아들을 키우는 엄마들과 이런 고민을 함께하다가 집에서 멀리 떨어진 한 특수학교의 놀이터에서 자주 놀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주말이나 연휴처럼 사람들이 많이 붐빌수록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저희에게는 특수학교 놀이터가 그나마 마음 편히 갈 수 있는 안식처였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누가 와서 이 학교에 다니는지 물어보면 어쩌나… 다른 학교 학생은 이용을 자제해 달라고 하면 어쩌나…’하는 불안한 마음을 완전히 떨쳐 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집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놀이터를 자주 오가며 엄마들의 대화는 늘 “우리가 갈 곳이 많았으면 좋겠다. 눈치 안 보고 놀 수 있는 곳이 생기면 좋겠다. 반려견 놀이터도 있던데 발달장애 어린이 놀이터도 생기면 좋겠다.” 이런 하소연뿐이었습니다. 차창 밖으로 교육청, 청소년문화시설, 체육관, 복지관 등 높고 큰 건물이 보일 때마다 ‘저 큰 건물 중에 한 군데라도 발달장애아동 실내놀이시설 하나만 생기면 좋겠다’는 바람이 머릿속에 꼬리를 물고 떠나가지 않았습니다. 놀이터나 공원 어디에도 ‘발달장애인 출입금지’는 없습니다. 하지만 당사자의 부모로서 느끼기에는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분명한 금지선이 존재하는 기분입니다. 실외도 이런데 실내놀이터는 더 두 말할 것도 없겠지요.


발달장애 아이들이 10살, 15살이 된다고 해서 그들의 지능도 나이와 비례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아이 같은 눈빛으로 놀고 싶어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이해받고 환영받지 못할 뿐이죠. 등교하지 않는 주말이 다가오면 또 어디를 가야 할까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궂은 날씨에 비라도 오거나 한여름, 한겨울이 되면 고민은 몇 배로 깊어집니다. 코로나로 자가 격리 아닌 자가 격리를 했을 때에는 밖에 나가고 싶어서 자해하는 아이를 붙잡고 나쁜 생각도 여러 번 했습니다. 


누군가는 그럴수록 세상의 시선과 마주하고 부딪혀야 한다고 말하겠지요. 하지만 이미 너무나도 힘겹고 지치는 일상의 연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발달장애 어린이와 그 부모들이 조금이라도 마음 편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우리도 세상 속에 아이들을 내어놓고 행복하게 기르고 싶은 평범한 부모이니까요.


전은영 울산장애인부모회 동구지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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