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종 맛없는 것을 맛있게 먹습니다

이영미 비건 활동가 / 기사승인 : 2021-12-27 00: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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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밥상

 

 

텃밭이 있으니 배추 모종을 심었지요. 동물성 퇴비는 전혀 넣지 않고, 풀로 덮어주거나, 식물성 음식만 먹는 비건인의 오줌을 간간이 뿌려 주었어요. 배추가 자라면서 알이 차오르기 시작하니, 고라니님께서 맛있게 뜯어 먹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잎만 뜯어 먹으니 뿌리가 살아남아서 겨울 지난 봄에 새잎을 먹을 수 있을 거 같네요. 김장김치용 배추로는 절임 배추를 주문했어요, 


진실로 건강을 위해서는 식물성 먹을거리들을 최대한 자연스런 상태로 먹는 자연식물식이 답이라는 것을 알고 나서는 점점 요리를 멈추게 됩니다. 그러나 그 답을 잘 모르는 식구들을 위해서는 아직 요리를 멈출 수 없습니다. 겨우살이 준비로 식물식 김장 김치를 담그기 위해서 채수를 우려냈습니다. 표고버섯과 다시마를 하루 정도 우려낸 물에 무, 늙은 호박을 푹 삶았어요. 


채수 우려낸 재료들 중에 호박 무 표고버섯을 개들에게 먹기 좋은 크기로 나눠주고, 저도 남은 것들을 그냥 그대로 먹습니다. 그냥 무 맛이고, 호박 맛이고, 다시마 맛입니다. 시고, 짜고, 단맛으로 요리하지 않고 그냥 먹습니다. 맛없는 맛을 맛있게 감사히 즐기면서 먹습니다. 식구들도, 식물식 동지들도 없이 혼자서 밥을 먹을 때는 오히려 맛없는 것을 마음대로 즐깁니다. 무를 농사지은 농부들을 생각하고, 호박을 주신 지인 생각도 해 봅니다. 지구에 살아가는 생명체로서 에너지도 덜 쓰고, 쓰레기도 덜 남겼으니 기쁘기도 합니다. 내 몸은 자연 그대로를 좋아합니다.

“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 그래서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
나는 말하기를 좋아한다 / 그래서 깊은 침묵을 좋아한다
나는 빛나는 승리를 좋아한다 / 그래서 의미 있는 실패를 좋아한다
나는 새로운 유행을 좋아한다 / 그래서 고전과 빈티지를 좋아한다
나는 도시의 세련미를 좋아한다 / 그래서 광야와 사막을 좋아한다
나는 소소한 일상을 좋아한다 / 그래서 거대한 악과 싸워 나간다
나는 밝은 햇살을 좋아한다 / 그래서 어둠에 잠긴 사유를 좋아한다
나는 혁명, 혁명을 좋아한다 / 그래서 성찰과 성실을 좋아한다
나는 용기있게 나서는 걸 좋아한다 / 그래서 떨림과 삼가함을 좋아한다
나는 나 자신을 좋아한다 / 그래서 나를 바쳐 너를 사랑하기를 좋아한다”
-박노해 시인의 <내가 좋아하는 것들> 전문

이영미 비건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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