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소송 중 유의할 점

박현철 법률사무소 법강 대표변호사 / 기사승인 : 2021-12-27 00:00:24
  • -
  • +
  • 인쇄
생활 법률

일반적으로 민사재판은 다음과 같은 절차로 이어진다. 소장 접수(원고)→소장심사(법원)→소장부본 송달(법원→피고)→답변서 미제출 시 판결(자백답변)/답변서 제출 시 답변서 송달(법원→원고)→쟁점정리기일→변론준비절차(법원)→변론기일→집중증거조사기일→판결.


사업상의 이유로, 기타 사정에 의해 수차례 민사재판을 진행해 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익숙한 과정일 것이다. 간단히 소장을 제출하고, 상대방의 답변서를 받아 청구를 인정하는 것인지 인정하지 않는 것인지 확인한 후 수차례, 많게는 수십 차례 준비서면을 주고받으며 누구의 주장이 더 타당한지를 가려내는 순서로 진행된다.


다만,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법원은 먼 곳이고 소송은 남의 이야기로 남는 경우가 많다. 이에 많은 경우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하고 본인이 소위 ‘나홀로 소송’을 이어가는 경우가 있다.


법정에 앉아 내 사건을 대기할 때 자주 목격하게 되는 상황인데, 대략 아래와 같다.


(원고는 피고에게 지난 2005년 빌려준 1억 원의 대여금 반환을 청구한 상태이다. 다만 금전적인 이유에서인지 변호인이 선임돼 있지 않았다. 피고는 두 사람 모두 상사 거래로 인한 금원이기에 이미 단기소멸시효가 완성돼 변제 의무가 없다는 항변을 하고 있다.)


재판장=원고 측 소장 진술되었습니다. 피고는 단기 소멸시효의 항변을 하고 있는데 원고 측 더 제출할 증거나 주장할 내용 없나요?


원고=단기소멸? 그런 건 잘 모르겠고, 매번 갚겠다는 말만 하고 벌써 7년이 넘게 지났습니다. 받은 이자도 한 푼 없고요. 그 돈이 우리 딸 결혼 자금으로 모아둔 돈인데 그걸 안 주겠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재판장=네. 원고 측 주장은 알겠습니다만, 그래서 말씀드리잖아요. 더 주장할 내용이나 증거가 없는지 묻는 것입니다.


원고=차용증도 있고 입금내역증도 있는데 제가 무슨 증거가 더 있겠습니까. 저랑 매번 통화할 때마다 다음 달에는 입금한다고 했다니까요? 피고는 변호사 선임할 돈은 있고 나한테 갚을 돈이 없다는 것이 말이 안 됩니다.


재판장=그래서 계속 말씀 드리는 겁니다. 상대방이 단기소멸시효 항변을 하고 있으니 원고도 적절히 가지고 있는 증거자료를 제출할 생각이 있냐는 겁니다.


원고=차용증이랑 입금내역증이 있는데 무엇을 더 내라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갑니다, 재판장님!


재판장=혹시 주변에 법률전문가들을 통해 상담을 받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원고=변호사 만나보기도 쉽지 않고 상담료만 내라고 할 것 같아서 싫습니다. 차용증이랑 입금내역증이 있으니 이걸로 판단해 주세요!


재판장=그럼 원고가 제출한 증거와 피고의 항변만으로 내가 판단해도 되겠습니까?


원고=네! 빨리 판단해 주세요!


안타깝게도 위 내용은 한 달에 한 번씩은 법정에서 보이는 대화 내용이다. 방청석에 앉아 지켜보는 변호인 입장에서 가장 안타까운 경우다. 우선 피고가 상사 채무의 3년 단기소멸시효를 주장한 이상, 채권자인 원고는 반드시 단기소멸시효의 중단이나 포기 사유를 주장하며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 이미 원고가 법정에서 말하고 있는 바와 같이 “다음 달에는 반드시 갚겠다”라는 피고의 음성녹음 파일 한 개만 있으면 재판에승소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재판장도 알고 있기에 변호인 없이 나 홀로 소송을 진행 중에 있는 원고에게 계속 “더 주장할 내용이나 제출할 증거가 없느냐?”고 요청하는 것이다.


우리 민사재판은 변론주의 원칙을 준수해야 하므로, 재판장 입장에서 “아! 그렇다면 본인이 갖고 있는 전화 녹음 파일을 제출해서 소멸시효 주장에 대해 항변하세요!”라고 말해 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이런 측면에서 재판장은 최선의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혹 본인이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지금 진행하고 있는 나홀로 소송이 분명 내가 억울한 상황이고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더라도, 반드시 가까운 법률사무소에 방문해 상담을 받아보고 재판장이 언지를 주는 “더 할 것이 없나요?”라는 질문에 성실히 답변하기를 바란다.


박현철 법률사무소 법강 대표변호사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오늘의 울산 이슈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