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을 보내며

성현정 울산장애인인권포럼 대표 / 기사승인 : 2021-12-13 00: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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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권

델타, 방역패스, 돌파감염, 오미크론 등 귀에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 속에서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바이러스로 인한 다양한 전염성 질병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라는 예측과 경고 속에서 위드 코로나(with COVID), 포스트 코로나(post COVID)를 준비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져 있는 지금, 개인의 방역수칙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백신접종이 중요하지만 공공의료체계 구축과 건강권에서 소외되고 배제되는 계층들이 없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장애인 가정이나 시설이 코호트 격리라는 이름 하에 방치되는 상황에 놓여있지는 않은지, 백신접종 정보나 신청과정을 알지 못해 접종을 못 하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등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가족이나 지원인이 없는 1인 중증장애인이나 가족 모두가 중증 발달장애인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장애인 건강권 보장을 위한 법률이 제정돼 있지만 아직 많은 부분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대응을 넘어 기본적인 장애인의 건강권을 위해 장애인친화병원, 건강검진기관 지정, 장애인주치의제도를 통해 주장애와 만성징환을 관리하고 방문의료 시스템을 통해 의료기관이나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장애인들의 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올 한해 울산 장애인계는 굵직한 인권침해 사건들이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아직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있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곳에서 성추행사건으로 대표가 구속됐음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같은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지역 내 센터들이 곤혹을 치르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을 일으키듯 실체도 없이, 가해자가 운영하는 라이브 카페 주차장에 놓인 컨테이너 박스에 이름만 걸어놓은 그곳이 자칫 20년 동안 우리 사회의 각 지역사회에서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 실현을 요구하고 실천해왔던 센터들의 운영과 지역사회 운동에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런 때일수록 스스로가 철학과 원칙을 점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정부 역시 이런 문제의 책임을 시설 대표의 일탈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시범사업으로만 머물러 있는 자립생활센터의 법적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그릇에는 제대로 된 것을 담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어떠한 것들을 담아야 하는지도 알 수 없어 그것이 제대로 담긴 것인지조차 알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자립생활이 무엇인지, 센터는 어떠한 철학과 원칙이 담겨야 하는지, 이러한 철학과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업들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을 그릇이 제대로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장애인자립생활은 인권을 기반으로 하는 삶을 실현하는 것이다. 누구나 그러하듯 타인의 통제가 아닌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주체로 서는 것, 삶에 대한 선택과 결정에 대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아닌, 원래부터 있었던 선택과 결정의 권리를 인정받는 삶이 바로 자립생활이다. 인간이기에 가지고 있는 존엄성을 인정받는 삶, 배려가 아니라 장애상황을 고려하는 사회를 만들 가는 것이 자립생활운동이다.


2021년 12월 10일은 세계인권선언 73주년이었다. 우리는 거꾸로 가지 않는 미래, 기울어지지 않은 운동장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인권이 더 이상 선언으로만, 혹은 법조항이나 구호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있는 모든 곳에서 누릴 수 있기를, 우리가 있는 모든 곳에서 존엄과 존중, 자유와 평등이 실현되기를 소망한다.


성현정 울산장애인인권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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