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료의 마을, 자바섬 화산 폭발과 지구 온도 안정화

권춘봉 이학박사 / 기사승인 : 2021-12-13 00: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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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자연과학

월요일 아침, 회의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니, 연구실의 인도네시아 동료가 필자에게 자기 집 뒷산에서 폭발이 있었다고 말한다. “내가 지내는 북구는 조용했는데, 무거동에 그런 일이 있었어?”라며 앉아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지난 4일, 인니 자바섬 동부의 스메루(Semeru) 화산에서 대형 분화가 발생했다. 자바섬은 그 동료의 고향이자 현재 부모님이 사는 지역이었다. 당시 13명이 숨지고 약 100명이 다쳤다고 AFP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이 보도했으나, 6일 화산은 다시 폭발해 사망자는 더 늘어났고, 이재민도 5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 인터넷에 올라온 세메루 화산 폭발 영상. 출처: The Indian Express, 2021.12.7.

인도네시아 자바섬은 환태평양의 조산대, 불의 고리(Ring of fire)에 속한다. 이것은 실제 고리는 아니지만, 지진 활동이 있었던 장소들을 이어보면 2만4900마일(약 4만km) 길이의 말발굽 모양이 만들어져서 붙게 된 이름이다. 전 세계 화산의 75%와 지진의 90%가 이 태평양 주변지역에서 집중해서 발생한다. 이는 페루, 칠레의 서부에서 시작해 미국의 서쪽, 알라스카 알류산제도를 가로질러 러시아의 캄차카반도까지 이어지고, 일본열도를 지나 동아시아의 해안선에서 남쪽으로 향한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과 자바섬을 거쳐 파푸아뉴기니를 지나 남쪽인 뉴질랜드로 이동한다.

 

▲ 환태평양 조산대, 불의 고리. 스메루 화산 폭발 지점(검은 화살표), 출처: ABC 뉴스 홈페이지

화산과 지진이 이 지역에 집중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구는 크게 지각, 멘틀, 외핵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지각층은 표면이 약 100km 두께인 암석권이 10개의 판으로 이뤄져 있고, 서로 상대적으로 운동하고 있다. 이 판들이 움직일 때, 한 판이 다른 판 밑으로 들어가는 경우, 이 판들의 경계에서 지진과 화산이 주로 발생한다. 태평양 중앙부에서 약간 동쪽에는 중앙해령이라는 바닷속 산맥이 있다. 이곳에서 지각이 만들어져 태평양의 가장자리를 파고들면서 지진과 화산이 발생한다. 판과 판이 충돌하면서 지진파가 지표면에 도달하는 것이 지진이다.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나면 지구 깊은 곳에서 생성된 마그마나 액화된 바위인 용암이 주변의 물질보다 가볍기 때문에 부력에 의해 지각의 틈새로 올라오다가 지면에서 폭발을 일으켜 화산 폭발이 된다. 그 결과 대륙의 이동, 해저 확장, 해저 산맥인 해령이 형성된다. 


화산은 기후변화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산이 폭발할 때, 엄청난 양의 화산입자와 가스가 공기 중으로 방출된다. 이때 이산화황가스가 상층대기권(성층권)에 대량 주입되고, 물과 반응해 황산구름을 형성한다. 이 구름은 태양으로부터 오는 광선이 지구로 오는 것을 차단해 태양에너지가 지표에 도달하지 못하게 한다. 이 때문에 하층대기와 지표는 냉각되고 기후변화를 유발한다. 예로,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이 폭발했을 때, 이산화황이 연직 44km로 성층권까지 확산했다. 이 때문에 1815년 전 세계 연평균 기온이 5℃ 하강하고, 여름철인 6월, 북미지역에 50cm 폭설이 내렸다. 이듬해에는 여름이 없었다는 기록이 있다. 폭발 직후에도 직접적인 영향이 크지만, 이후 간접적인 피해도 발생한다. 또 다른 예로, 1991년 6월 14일 발생한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이 있다. 약 2000만 톤의 이산화황이 분출돼 성층권을 통해 전 지구를 순환하면서 몇 년에 걸쳐 지구 평균 기온을 0.2~0.5℃ 정도 낮춘 것으로 기록된다(국립기상과학원).


화산활동이 지구의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는 최근 더욱 괄목할 만한 연구 결과가 있다. 지난 8월 23일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지에 발표됐는데, 주저자는 영국 사우샘프턴대학의 톰 거논(Tom Gernon) 교수이고, 호주 시드니대, 호주 국립대, 캐나다 오타와대, 영국 리즈대의 연구자들이 국제합동연구를 진행한 것이다. 화산이 폭발할 때 대기 중에는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화산 분출로 대기 중에 높이 떠오른 이산화탄소가 지구상에서 높이 있는 화산으로 만들어진 산, 즉, 화산호들을 산화시켜 풍화시키는 것이다. 더욱이 화산으로 만들어진 화산암은 잘 부서지고 화학적으로도 잘 반응해서 빠르게 풍화한다. 풍화돼서 잘게 쪼개진 것에는 칼슘과 칼륨, 나트륨을 포함하는 칼슘-알칼리성 화산 물질들이 풍부한데, 이는 모두 바다로 흘러간다. 이 성분들은 바닷속 생물들의 구조를 형성하는 데 사용하는 미네랄이 되고 이 미네랄은 이산화탄소를 바닷속에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 결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줄어들게 돼 지구의 온도가 안정화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화산이 분출될 때 나오는 엄청난 양의 분진도 미네랄이다. 이 분진도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해당 논문은 화산 폭발이 지구 기후의 안정화에 기여한다는 것을 밝혔다. 하지만 이에는 상당한 시간차가 존재하고 많은 지구과학적 과정이 서로 연결돼 있다고 한다. 연구팀은 이 같은 복잡성을 풀기 위해 기계학습 알고리즘과 판구조의 재구성을 통합한 새로운 ‘지구 네트워크(Earth network)’를 구축했다(사이언스타임즈; Gernon 외 7인, 2021). 

 

▲ 주요 지질학적 과정과 해수와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모식도. Sr은 바닷물의 스트론튬. 스트론튬은 바닷속에 이산화탄소를 고정시키는 생물들의 구조를 형성하는 데 필수인 미네랄이다. 출처: Gernon 외 7인, 2021.

자카르타와 부산 간의 거리는 약 5157km이고 2785 해리(海里)에 달한다. 멀다. 이곳에서 발생한 거대한 화산 폭발은 이곳 울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이것은 당장 내 동료의 가족의 안위를 함께 걱정해야 하는 인정을 발동시킨다. 또 오늘 내리는 비에 분진이 섞여 있을 수도 있고, 일 년 후 이곳의 여름이 그리 덥지 않을 수도 있으며, 지구온난화로 인해 발생하는 해안 침식의 규모가 조금 적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 지구적인 자연적 지구 온도 안정화 시스템에 비해, 인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화산 배출에 의한 것보다 150배나 많다고 한다. 지구가 감당해 내기에는 너무 많다는 것이다. 또 생명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 앞에서 화산 폭발이 지구온난화가 나아지는 역할을 할거야라고 말하기에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저, 오늘도 텀블러를 챙긴다.

※ 참고자료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환태평양 조산대
동아사이언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1900841#home
판구조론, 2010. 지구의 비밀을 밝혀내다, 사이언스올.
ABC 뉴스 https://www.abc.net.au/news/2018-11-06/ring-of-fire-1/10434136?nw=0
알기 쉬운 기후변화, 국립기상과학원 http://www.nims.go.kr/?sub_num=849
‘화산 폭발이 지구 기후 안전판 역할 했다’, 20201. 사이언스타임즈, https://www.sciencetimes.co. kr/news/
Gernon, T., Hincks, T., Merdith, A., Rohling, E., Palmer, M., Foster, G., Baraille, C., Muller, R.D., 2021. Global chemical weathering dominated by continental arcs since the mid-Paleozoic. Nature Geoscience volume 14, 690–696. https://doi.org/10.1038/s41561-021-00806-0.

권춘봉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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