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표준형 원전’ 증기발생기 수명이 짧은 이유는?(1)

이기암 기자 / 기사승인 : 2021-04-09 19: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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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전위험공익정보센터 김혜경 운영위원, 이원영 수원대 교수(왼쪽부터).

 

[울산저널]이기암 기자=지난해 9월 원전위험공익정보센터(PRCDN. Public Reporting Center for the Dagers of Nuclear Power Plants, 이하 센터)는 공식 출범식을 열고 활동을 시작했다. 센터는 이원영 수원대 교수, 성원기 강원대 교수, 김병갑 울산 탈핵운동 인사, 유원일 전 국회의원, 곽노진 생명탈핵실크로드 100인 위원, 류두현 IT 엔지니어, 문인득 원전엔지니어, 이승은 생명탈핵실크로드 순례단 간사, 이향림 저널리스트 등이 주도해 설립했다.

 

원전위험공익정보센터는 앞으로 원전노동자의 피폭, 불량변압기 위험 등 원전운행 위험, 원전 인허가 및 한수원·원안위 관료들의 불법행위와 직무유기로 인한 위험, 먹거리방사능오염 등 원전의 모든 제보 등을 중점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센터는 지난 2일 ‘한국형 원전의 아킬레스’라는 주제로 2021년 상반기 보고회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김혜경 운영위원(전 기자)이 증기발생기 문제의 원인이 어디 있는가를 조사한 결과를 심층 설명했다.
 

이처럼 한국 표준형 원전의 증기발생기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수원대 이원영 교수가 미국의 원전기술자들도 위험하다고 지적한 기록이 있으며 서울대 핵공학과 이은철 교수도 2011년경 위험을 지적한 바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근본 원인과 대책을 강구하지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 지난 2일 원전위험공익정보센터는 ‘한국형 원전의 아킬레스’라는 주제로 2021년 상반기 보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혜경 운영위원이 증기발생기 문제의 원인이 어디 있는가를 조사한 결과를 심층적으로 설명했다. ⓒ이기암 기자

유독 수명 짧은 CE 모델 증기발생기

이기암 울산저널 기자(이하 이)=먼저 원전의 핵심설비가 무엇이고 증기발생기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간단히 설명해 달라.


김혜경 원전위험공익정보센터 운영위원(이하 김)=원자로, 터빈과 함께 발전소 3대 주요 설비 중 하나인 증기발생기는 핵반응으로 발생한 1차 계통 냉각수의 열을 이용해 2차 냉각수를 증기로 만든다. 증기발생기에서 만들어진 증기는 터빈으로 이동하게 되고 이 증기가 터빈을 돌려 전력을 생산하는데 이것이 원자력발전의 기본 원리다. 증기발생기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모델과 용량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높이는 약 20m, 무게는 약 700톤에 달하는 거대한 구조물이다. 일반적으로 가압경수로 발전소에는 2~4개가 있는데 한국 표준형 원전의 경우 2대가 존재한다. 기기 내부에는 물이 증기로 변하는 1mm 두께의 전열관(세관) 다발이 수천 개 혹은 수만 개 들어있다.
 

이=그렇다면 한국의 표준형 원전에서 증기발생기의 문제가 의혹이 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한국 표준형 원전의 원 모델은 컴버스천엔지니어링(CE)사의 시스템80으로 참조 발전소는 미국의 팔로버디 원전이다. 한빛 3,4호기는 최초의 한국 표준형 원전이라고 할 수 있고, 이후 한울 3,4호기를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몇 년 전 증기발생기 관련 취재를 시작한 이유는 왜 한국 표준형 원전, 즉 CE 모델 증기발생기의 수명이 유독 짧은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됐다. 보통 원자력발전소의 설계수명은 40년, 좀 더 개량된 APR1400 모델의 경우 60년까지 책정됐다. 그렇다면 주요 설비인 증기발생기도 발전소 설계수명과 동일해야 하지 않는가. 

 

그러나 CE형 증기발생기 수명은 20년, 즉 절반도 되지 않았는데 교체되는 상황이다. WH형인 고리 1호기와 프라마톰 모델인 한울 1,2호기를 제외하고 증기발생기가 교체됐거나 예정된 원전 6곳은 모두 CE형이다. CE형의 경우 가동된 지 13~16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교체됐다. 한국 표준형 원전 증기발생기의 짧은 수명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원인에는 여러 가지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는데 전열관 재질 문제와 유체유발진동, CE형 고유의 문제 등이 거론된 바 있다.
 

이=한국의 가압경수로 모델 중 CE사 모델, 웨스팅하우스형 모델의 증기발생기가 좀 다르다던데?
 

김=CE형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증기발생기의 형태다. 웨스팅하우스(WH)와 캔두(CANDU)-6 모델 등에 적용된 증기발생기는 매달아두는 형태로 하부지지대는 H빔(Beam) 형태이고 콘크리트 구조물에 매입된 철물과 앵커볼트로 결합된 구조다. CE 모델은 판형/동체형 지지대 구조로, 매달아두는 형태가 아닌 바닥에 지지대를 받쳐서 고정하는 모델이기 때문에 하부구조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특히 CE형 증기발생기의 하부에는 납작한 모양의 철판인 슬라이딩베이스가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국 표준형 원전 증기발생기 하부
앵커볼트 없어 슬라이딩베이스 변형


이=증기발생기의 하부지지구조물에 결함 때문에 전열관 마모가 촉진됐다는 것인데 특별히 포착된 것이 있는가?
 

김=한국형 원전 증기발생기의 짧은 수명에 대해 의문을 가지던 중 두산중공업의 기계기술책임자였던 문인득 기술사로부터 관련 제보를 받게 됐다. 문 기술사는 울진 3,4호기 증기발생기 교체사업과 신고리 3,4호기 건설 공사에 참여한 바 있으며, 두산중공업은 한국형 원전 증기발생기의 설계와 제작, 공급을 담당하고 있다. 문 기술사는 CE형 모델인 미국 팔로버디 원전의 증기발생기 하부에는 앵커볼트가 있지만 한국 표준형 원전에는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 김혜경 원전위험공익정보센터 운영위원이 한국 표준형 원전, 즉 CE 모델 증기발생기의 수명이 유독 짧은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기암 기자

 

증기발생기는 열팽창과 수축이 수시로 발생하는데 앵커볼트 누락으로 슬라이딩베이스가 열응력으로 변형되면 증기발생기가 수직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기울어진다. 그 결과 주변 구조물과 접촉하게 되면 진동이 발생하고 이 같은 영향이 기기 내부로 전달돼 전열관 마모손상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관련 업계에서는 전열관 마모 원인에 대해 재질 문제와 유체유발진동(Flow-induced vibration)으로 보는 경향이 컸다. 문 기술사가 주장하는 구조적 진동 현상은 여태껏 제기된 적 없는 새로운 주장인 셈이다.

 

이=한국의 원전 증기발생기 하부에는 앵커볼트가 없다는 얘기인데 이에 대한 설명 부탁한다.
 

김=팔로버디 원전과 한국 표준형 원전들을 비교해보면 다른 점이 확연히 보인다. 팔로버디의 경우 증기발생기 슬라이딩베이스 가장자리에 앵커볼트가 있는데 한빛 3,4호기와 신고리 3호기에는 앵커볼트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 미국 원전에는 있는데 해당 모델을 그대로 복사한 한국 표준형 원전에는 없는지 의문이 들었다. 증기발생기 슬라이딩베이스에 있는 앵커볼트가 무슨 역할을 하길래 미국에는 있고 한국에는 없는지 말이다.
 

증기발생기 하부지지대의 앵커볼트는 내진설계용으로 이해하면 쉬울 것 같다. 이런 앵커볼트를 그냥 빼도 되는 것인지. 또 어떤 합당한 절차나 안전 해석에 따라 앵커볼트가 필요 없었을 수도 있다. 미국 백텔사의 세인트 루시 원전 증기발생기 교체 용역 설계자료 문서의 일부에 보면 앵커볼트라는 단어가 보인다. 앵커볼트가 10개라고 돼 있다. CE80 모델 전 형님격인 CE67 모델이 있었는데 세인트 루시 1호기가 CE67 모델에 포함된다. 이 모델에 보면 직경 3.5인치 크기의 앵커볼트 10개가 있는데 인장하중(잡아당기듯이 작용하는 외력)을 위해 설계됐고 지진이나 냉각재상실사고(LOCA) 하중으로 발생하는 증기발생기 슬라이딩베이스가 들리거나 전도되는 현상에 대해 하부에서 구속력을 행사한다고 돼 있다.
 

팔로버디 최종안전성분석보고서에도 백텔사 문서처럼 앵커볼트가 지진이나 냉각수상실사고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증기발생기의 전도 현상을 제한한다고 돼 있다. 증기발생기 지지대는 내진설계 범주 1등급에 포함되는데 결론적으로 지진을 대비해 슬라이딩베이스에 부착해 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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