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걷기에 진심입니다

최미아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 이사장 / 기사승인 : 2021-06-29 00: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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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교육

아침 맨발 걷기 130일을 넘긴 문달 언니(각종 문서작업에 능숙해 ‘문서의 달인’으로 부르다 생긴 별명)는 자주 카톡 대화방에 맨발 걷기의 효능을 알렸다. 만나면 그윽한 눈빛, 진심 어린 표정으로 맨발 걷기를 권유했다.


“미아도 맨발 걷기 꼭 해봐. 내가 발 습진으로 삶의 질이 떨어졌는데 속는 셈 치고 했던 맨발 걷기로 습진이 낫고 삶의 질이 올라갔어. 지금은 너무 행복해. 아침(이라지만 5시 30분이면 새벽이 아닌가)에 아무도 없는 바다를 걸으면 혼자 바다를 전세 낸 것 같아.”


전도, 포교, 간증에 잘 넘어가지 않는 무신론자인 나는 “그래 언니 행복하다니 다행이네”하고 건성으로 답했다. 문달 언니와 함께 들어있는 카톡 대화방만 수어 개. 언니는 대화의 흐름에 방해되지 않게 한 번씩 맨발 걷기의 효능, 포항에서 진행되고 있는 ‘맨발로 20선’ 지자체 사업, 울산 미포초등학교의 ‘7560+운동 실천학교’ 기사 등을 공유했다. 찬란한 해돋이 사진도 첨부했다. 꽃샘추위가 가시지 않은 3월 말 아침은 춥다. 맨발로 걷다니, 그것도 바닷물에 발을 담그면서. 상상만 해도 팔뚝에 닭살이 돋을 것만 같았다. 아들 셋을 키우는 격동적 삶을 사는 엄마의 표정이 저렇게 평안하고 행복해 보이다니. 


속는 셈 치고 간증을 확인하러 3월의 마지막 날 밤, 아침 맨발 걷기를 가겠다고 카톡 대화방에 글을 남겼다. 거절 잘 못하는 착한 식물도감 언니(길가의 풀, 꽃, 나무 이름을 물으면 98% 답을 해주는 언니)를 모시고 가겠다 했다. 4월 1일 아침 6시, 일산해수욕장에서 만난 문달 언니는 내가 만우절 거짓말을 하는 줄 알았단다. 난 그렇게 부지런한 유머를 구사할 줄 모른다. 4일째 되는 날 놀이동무 언니(놀이라면 모르는 게 없는 놀이 강사 언니. 식물도감 언니도 놀이동무다)도 합류했다. 우리는 6시를 조금 넘겨 일산해수욕장에 도착해 떠오른 해를 보며 신발을 벗었다. 


4월 말까지는 추워서 발이 오그라들어 겨울 패딩점퍼를 정리하지 못했지만 매일 아침, 휴일도 빠짐없이 한 시간을 걸었다. 걷고 나면 바쁘게 돌아가 등교할 아이, 온라인 수업을 해야 할 아이의 아침 식사를 챙겼다. 문달 언니는 새벽 기상이 습관이 돼 독서 시간이 늘고 매일 글을 쓰고 있다. 타지역 방문이 잦은 놀이동무 언니는 맨발로 걷기 좋은 명소를 찾아 직접 걸어보고 사진을 공유해 줬다. 식물도감 언니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 나라의 새 어른’이 되어 밥 두 그릇을 뚝딱 비우는 건강한 언니가 됐다. 나는 건강상의 이유로 40여 일을 걷고 더 이상 아침 맨발 걷기를 나갈 수 없지만 이들 세 사람이 매일 공유해주는 커피색 같이 잘 그을린 맨발 사진을 보며 기운을 얻는다. 


발 습진을 나으려, 아침형 사람이 되어 보려, 나오라고 하니 안 나갈 수가 없어서 나왔던 사람들이 월요일 아침이면 마음이 불편해졌다. 날이 더워지면서 주말에 바다를 찾는 사람들이 늘더니 폭죽을 터트리고, 맥주와 음료를 마시고 캔과 플라스틱컵을 그대로 바다에 두고 간 것이다. 제삿밥 위에 꽂힌 숟가락마냥 모래 위에 꽂힌 폭죽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왔다. 버려진 캔맥주 주변의 먹다 남은 안주는 다음 날 까마귀의 아침밥이 되었다. 아침 동안 환경미화원께서 쓰레기를 치우긴 하지만 바다에 펼쳐진 쓰레기를 보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처음엔 ‘치우는 사람이 있으니 그냥 걷자’ 했다. 치우는 사람은 그대론데 버리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났다. 일단 모래에 꽂힌 폭죽만 뽑자 했다. 바닷가 폭죽 터트리기를 금지시킨 해운대해수욕장 현수막을 보고 동구청에 폭죽 금지 요청 민원을 접수했다. 울산 최초 자원순환가게 ‘착해家지구’에 캔을 주면 울산페이(울산 지역화폐)로 돌려준다는 소식을 접했다. 아침에 손 되는 대로 주어 모았던 캔을 차 트렁크 가득 채워 보냈다. 소식이 ubc울산방송 프로그램 ‘지구수다’에 전해져 아침 방송 녹화도 했다(7월 3일 오전 9시 30분 방송 예정). 각자 생활의 작은 변화로 시작했던 아침 맨발 걷기가 지구를 살리는 실천으로 이어졌다. 바다에 버려진 온갖 쓰레기와 분실물 중 휴대폰에 얽힌 사연을 소개하고 싶지만 얘기하면 길어진다. 아침 맨발 걷기가 점점 재미있어진다. SNS에 공유한 사진을 보고 종종 맨발동무가 찾아온다. 언제나, 누구든 환영이다. ‘맨발덕분에’(맨발 걷기 모임 이름) 우리는 산다.


최미아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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