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과 문화지체 현상, 해법은?

이승진 나은내일연구원 이사 / 기사승인 : 2021-06-29 00: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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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울산

요즘은 프랜차이즈(가맹업) 음식점이나 시외버스터미널, 고속도로휴게소에 가면 ‘키오스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지하철이 있는 도시에서는 매일 마주하는 기기가 키오스크다. 도입 초기에는 어색하고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차츰 대중화돼가는 추세다. 노인들과 중장년 세대는 여전히 낯설어 하지만 스마트기기 사용에 능숙한 청년들과 청소년들에게는 일상이 됐다.


이처럼 세대 간 문화 격차의 상징이 된 키오스크가 등장한 이유는 간단하다. 자영업자들에게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임차료에 비해 인건비를 줄이는 건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 대안이 키오스크였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키오스크는 대부분의 생활공간으로 확산되고 있다. 누군가의 현실과 또 다른 누군가의 현실이 충돌하는 과도기이기도 하거니와 디지털 세상에서 그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문화지체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디지털 기기에 낯선 누군가에게는 이런 곤혹이 없다. 키오스크를 마주한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메뉴를 잘못 선택했을 때 ‘뒤로 가기’를 하거나 ‘삭제’를 못해서 당황해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현금결제가 안 된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고 난감해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땐 뒤에 서 있던 내가 도와드리지만 글자를 모르는 경우도 있고, 알더라도 상황에 맞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누군가의 일상에 두려움과 소외감이 엄습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은 스마트폰을 구입해도 구조만 설명하지 ‘상세한 사용설명서’를 제공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다는 걸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직관적’이라고 표현하는데 직관적이라는 건 경험이나 추리, 판단에 의하지 않고 대상을 직접적으로 파악한다는 뜻이다. 그냥 ‘써 보면 알게 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노인들과 중장년들에게 ‘써 보면’은 통화와 문자서비스 정도다. 좀 더 나가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영상시청 수준에서 멈춘다. 


일부 노인복지기관에서 직원들이 키오스크나 스마트폰 활용능력을 익힐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경우도 있지만 노인복지관이나 노인대학은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이다. 결국 소득이 적거나 가난한 노인들은 그럴 기회조차 접하기 어렵다. 그래서 현 정부는 노인들이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고 접근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교육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방송(EBS)과 연계해서 다양한 프로그램과 교재를 개발하겠다는 계획도 눈에 띈다. 그러나 교육방송을 활용한다 하더라도 노인들은 그마저도 익숙하지 않다. 


정부가 이런 문제들을 인식해서인지 도서관이나 복지관 같은 생활 SOC(사회간접자본) 천여 곳을 활용해서 태블릿PC와 스마트폰 사용법 같은 기초 교육부터 모바일 금융, 기차표 예매, 인터넷 쇼핑, 스마트 오피스 등 디지털 생활·심화 교육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관건은 공간의 문제다. 예를 들어 내가 거주하고 있는 서생면은 지역아동센터가 유일한 사회복지기관 이다. 울산광역시와 울주군처럼 지자체의 문제의식과 해결방안은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생활 SOC를 활용하겠다는 정부 계획대로라면 결국 이런 노력들이 도심에 거주하는 노인들에게만 제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불어 스마트기기를 판매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도 고령층 소비자를 위한 교육 과정을 만들고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수많은 기술을 접목해서 비싸게 만들어 파는 상품인데 그에 대한 사회적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스마트폰은 단순한 이동전화기가 아니라 카메라와 컴퓨터, 게임기, 텔레비전, 녹음기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금융업무와 학습, 교육, 행정업무를 수행하는 사무실과 같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노인이 사무실 하나씩은 가지고 다닌다는 뜻이다. 그 사무실을 놀리게 두는 건 해당 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제로 비칠 수 있다. 


이런 현상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정부들도 노력해 왔다. 기업들도 나름 고민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대개는 관련 교육기관이나 생활 SOC가 풍부한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대상이었다. 도심이 아닌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는 그림의 떡과 같다. 그런 교육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게 현실이다. 결국 핵심은 접근성 문제다. 공간의 문제다. 이런 구조에서는 정부가 지원하는 서비스건 기업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건 전시성 사업이나 일시적인 이벤트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사회현상과 문제를 해결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면피용으로, 누군가의 밥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느낌이다.


요즘은 마을기업과 사회적기업, 사회적협동조합 등 다양한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산간 지역이나 어촌 지역에도 형성되고 있다. 이런 사회적경제 조직들에게 교육 공간을 제공하거나 전문강사를 파견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마저도 참여하기 어려운 노인들이 있다면 그 지역 주민들을 교육강사로 양성해서 집집마다 방문교육을 수행하는 일자리 사업을 만들 수도 있다. 당사자 입장에서 조금만 더 고민하면 방법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이제 정부도, 지자체도, 기업도, 중간지원조직도, 수행기관도 실적이 아니라 실속을 고민해야 한다. 지속가능성은 마을과 주민조직에게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이승진 나은내일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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