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동해선 광역전철 탑승

권명길 울산장애인소비자연대 대표 / 기사승인 : 2022-01-20 20:29:36
  • -
  • +
  • 인쇄
장애인권
고장 난 엘리베이터, 설렘과 기대는 실망과 허탈함으로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은 함께 산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지난달 부산과 울산을 연결하는 동해선 광역전철 2단계가 개통했다. 이번에 새로 개통하게 된 동해선 광역전철을 직접 타보고 싶었다. 지난주 목요일, 친구와 함께 부산으로 가기 위해 태화강역 매표소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약속 시간에 맞춰 장애인콜택시를 타고 태화강역 앞에 내렸다. 새로 만들어진 태화강역 방문은 처음이라서 더 설렜던 것 같다. 

 

안내돼 있던 길을 따라서 걸어가던 중,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친구를 보게 됐다. 찬 바람이 세게 불어오던 날씨였던 터라 ‘왜 밖에서 기다리는 거지?’ 궁금했다. 미리 도착한 친구는 태화강역 매표소로 가려고 했으나 “엘리베이터 앞에 파란 선이 있어서 안 된다”고 말했다. 친구의 대답에서 ‘파란 선이 뭐지?’라는 의문이 생겼다. 

 

태화강역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넜고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함께 이동했다. 앞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보는 순간 ‘파란 선’이 뭔지 알게 됐다. 양쪽으로 세워진 기둥에 걸어놓은 파란 선이 엘리베이터의 탑승을 막고 있었다. 친구가 말했던 ‘엘리베이터가 안 된다’는 상황에 나 역시 속수무책이었다. 이게 ‘왜 설치돼 있지?’ 황당하고 당황스러웠다. 

 

우리는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매표소조차 갈 수 없는 상황이라 몹시 답답했다. 어쩌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봤지만 작동하지 않았고, 비상벨을 눌러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옆에 있는 계단과 에스컬레이터가 보이긴 했지만 휠체어를 이용해 걷는 우리에게는 불가능한 이동수단이었다. 혹시나 다른 엘리베이터가 있지 않을까? 해서 주변을 둘러보기도 했다. 그러나 상황을 알 수 있는 안내 문구나 문의할 전화번호조차 찾기 어려웠다. 

 

옆에 있던 장애인활동지원사님이 나를 대신해서 매표소로 올라가 상황을 알아보기로 했다. 우리는 이용하지 못하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활동지원사님을 기다리는 5분 동안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려고 오는 분도 있었고, 계단으로 가다가 기다리고 있는 우리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는 분도 있었다. 

 

계단으로 직원이 내려왔다. 직원은 엘리베이터가 고장이라서 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에게 어디로 가는지 물었고, 다른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3층까지는 올라갈 수 있는데, 우리가 이용하려고 한 동해선 광역전철은 5층이라서 5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 건, 수리 중인 엘리베이터뿐이라고 말했다. 근데 엘리베이터기 언제 고쳐진다는 대략 시간을 알 수 없었다. 우리는 언제 고쳐질지 모를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거나 다음으로 약속을 미루는 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날 일정을 취소해야 했다. 우리는 지역사회에서 함께 산다고 늘 말하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에서 장애를 더 크게 느낀다.

 

권명길 울산장애인소비자연대 대표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권명길 울산장애인소비자연대 대표 권명길 울산장애인소비자연대 대표
뉴스댓글 >

오늘의 울산 이슈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