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의 편지를 받고

노재용 삼일여고 교사 / 기사승인 : 2021-02-04 00: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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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톺아보기

지난주 울산저널 편집국장이 뜻밖의 메시지를 보냈다. 졸업생이 보낸 메일이라고 하면서. ‘이게 뭐지’ 하면서 읽어보았다. 서울에서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는 졸업생이 쓴 메일이었다. 고교 시절을 생각하며 내 소식이 궁금해 인터넷 검색을 해 봤단다. 울산저널에 기고한 글이 검색돼 읽고 메일을 보낸 것이었다. 졸업 후 10여 년이 지났는데도 나를 기억하고 검색까지 하다니 고맙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나는 평소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즐겨 본다. 골목식당의 문제점을 파악해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골목 상권을 살리는 프로그램으로 제작진과 백종원 씨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식당 위생과 식재료의 신선함, 손님에 대한 정성을 강조하는 백종원 씨의 전문가로서의 조언에 힘입어 조금씩 변화되는 식당의 모습을 보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음식 맛이라는 것은 먹는 사람의 기호에 따라 다를 수 있어 백종원 씨의 제안이 절대적이라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음식 맛이 별로인 식당이 변화돼 손님으로 가득 차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문제점 진단 단계에서 자기 식당의 문제점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주인이 진행자와 모니터를 통해 손님들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망연자실하는 모습을 간혹 본다. 주인 나름대로 만든 음식에 대해 손님들끼리 음식 맛에 대해 냉혹하게 평가하는 모습을 보며 주인은 난감해 한다. 백종원 씨는 손님들은 주인에게 음식 맛이 없다고 직접 얘기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말한다. 당사자가 앞에 있을 때 누가 쉽게 음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하겠는가? 식당 문을 나가서 주인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평가하고 그것이 음식에 대한 진정한 평가라고.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며 아이들의 평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아이들에게 선생으로서의 진정한 평가는 재학 중일 때가 아니라 졸업 후에 받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학년말이 되면 아이들로부터 글을 받는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자유롭게 쓰라고 한다. 어떤 말이든지 괜찮다고 하면서. 일 년 동안 아이들에게 제대로 교육했는지,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 알아보고 다음 학년도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며칠 전 내 방을 정리하며 담임을 할 때 아이들로부터 받은 쪽지와 편지를 보았다. 부정적인 말보다는 긍정적인 말이 거의 전부였고 때로는 나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아이들이 쓴 글을 천천히 읽으며 나는 그때 과연 기본에 충실하며 진정성 있는 교육, 아이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교육을 했는지 나 자신에게 반문했다. 


다음 주에 졸업식이 있다. 1,2학년 함께했지만 마지막 3학년은 함께하지 못한 아이들이 졸업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기존처럼 재학생의 송사와 졸업생의 답사, 졸업식 노래 등을 들어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네들에게 나는 어떤 교사로 자리매김할까 궁금해진다. 메일을 보낸 졸업생처럼 사회생활을 하며 떠올리고 싶은, 좋은 기억으로 남는 교사가 될까? 아니면 잊고 싶은 교사가 될까? 조금이라도 그네들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고 좋은 기억으로 남는 선생이었으면 좋겠다. 


노재용 삼일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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