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을 재활용한 식당을 운영하는 야생동물 ‘오소리’

한상훈 박사,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 기사승인 : 2021-05-25 0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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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야생동물

▲ 오소리 사육 농장에서 집단 사육 중인 오소리 무리(2009년 12월 5일 경북 김천 오소리 농장에서)

▲ 깊은 산속에서는 낮에도 활동하는 오소리(2014년 6월 3일 강원도 북부)

■ 분류: 식육목 족제비과
■ 영명: Asian badger
■ 학명: Meles leucurus

오랜 진화 과정을 거쳐 생존해오면서 도구를 이용하거나 자신의 분비물로 먹이를 해결하는 영리한 야생동물들이 있다. 침팬지는 나뭇가지에 침을 발라 흰개미집 구멍에 넣어 개미를 잡아먹고, 돌을 이용해 딱딱한 열매껍질을 깨부수어 먹는다. 검은댕기해오라기는 가래침과 같은 토사물을 물 위로 뱉어 먹이로 착각한 물고기가 접근하면 쏜살같이 부리로 찍어 먹는다. 까마귀는 딱딱한 호두나 개암나무 열매를 차가 다니는 도로 위나 기차 철로에 놓아 차가 지나가면서 깨부수면 속의 부드러운 열매를 집어 먹는다. 그러나 이 모든 도구나 분비물을 이용하는 영리한 야생동물 가운데 자신의 똥으로 먹이 곤충을 유인해 먹는 야생동물이 오늘의 주인공‘오소리’다.

 

▲ 오소리가 파서 똥을 싸놓은 식당 기능의 흙 굴(똥 굴) (2019년 8월 12일 경남 의령 한석산에서)

식육목 족제비과에 속하는 오소리는 동식물을 가리지 않고 먹는 잡식성 야생동물로 피부밑 지방질이 두텁고 곰처럼 겨울잠을 자는 독특한 생리적 생태 습성이 있다. 크기는 머리와 몸길이 50~70cm, 꼬리 길이는 20cm를 넘지 않는다. 뒷발보다 앞발이 크고, 땅을 파기 위한 발톱이 매우 길게 밖으로 드러나 있다. 뒷발의 발바닥 모양은 사람의 갓 태어난 아기 발바닥과 매우 닮았다. 활동은 주로 해가 떨어진 저녁부터 이른 새벽까지 움직이는 야행성 야생동물이지만 인적이 매우 드문 숲속에서는 주간에도 활동한다. 


오소리는 특히 곤충을 즐겨 먹는데, 먹이 곤충을 유인하기 위해 자신의 배설물(똥)을 매우 잘 활용한다. 자신의 생활 영역 숲속 이동 길옆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너비 30~50cm, 깊이 30cm 정도 흙 굴을 파서 그 안에 똥을 싸고 다닌다. 흙 굴(똥 굴)의 수는 아직 정확히 조사된 사례는 없지만, 내 경험상 적게는 10개 내외, 많게는 20개 이상 만들어 매일 관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상세히 설명하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오소리는 잠자리 굴 밖으로 나와 먹이활동을 위해 행동 영역 안의 이동 길을 따라 움직이는데, 주로 보행성 곤충(갑충)과 절지동물을 찾아다닌다. 그냥 이동하면서 찾아 먹는 곤충의 양은 적기 때문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똥을 싼 흙 굴을 파서 그 똥을 분해하기 위해 모여든 갑충을 잡아먹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새 똥을 흙 굴속에 싸둔다. 이런 행동을 매일 반복하면서 봄부터 가을까지 배불리 먹고 생활한다. 

 

▲ 오소리속 3종의 형태 차이 비교. 맨 위 유럽오소리, 가운데 아시아오소리, 아래 일본오소리(출처: 위키피디)

1990년대 중반까지 오소리는 곰처럼 지방질이 많고 그 기름이 민간에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돼 밀렵이 성행했다. 개체 수가 급감해 마을 근처 야산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20여 년 동안의 밀렵 단속 시간이 흘러 지금은 전국 산야에서 오소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오소리 기름은 대개 화상을 입은 피부의 재생 효과가 높다고 해 러시아에서는 오소리 기름 연고를 만들어 약국에서 판매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피부 미용에 좋다고 알려져 미용비누가 제작돼 판매되고 있다.
 

▲ 우리나라 오소리가 속한 아시아오소리의 분포지도(출처: IUCN 적색자료)

<특기사항> 

20세기 말까지 오소리는 1속 1종으로 알려져 왔으나 유전적 특성 비교연구 결과, 유럽과 아시아 그리고 일본의 오소리가 각각 독립 종으로 인정돼 현재는 1속 3종이 유라시아 대륙에 분포하고 있다. 우리나라 오소리는 아시아오소리 종 그룹에 포함되고 러시아 연해주와 중국 동북부 지역의 오소리와 유전적 특성이 같은 지리적 아종으로 알려져 있다.


한상훈 박사,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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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훈 박사,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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