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된 상설 지역사편찬원이 왜 필요한가

이종호 기자 / 기사승인 : 2021-05-26 00: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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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에서 찾는 울산의 정체성

학술연구와 대중성을 함께…서울역사편찬원

2002년 <울산광역시사> 출간을 위해 울산광역시사편찬위원회가 한시 운영됐지만 시사 발간 뒤 해체됐다. 상설 연구기관을 운영하는 다른 지역에 견줘 울산의 지역사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지역사 연구는 지역의 정체성 형성에 필수다. 지역의 정체성은 지역이 갖는 특징과 나아갈 방향, 정책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역의 역사 자료를 발굴해 분석하고 정리해서 역사서를 편찬할 전문 연구기관이 없다면 지역의 정체성 찾기는 불가능하다. 2022년 특정공업지구 지정 60주년을 맞이하는 공업도시 울산의 ‘정체성’도 마찬가지다. 울산에 상설 역사 전문 연구기관이 왜 필요한지, 지역사 연구가 지역 정체성 형성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취재한다. <편집자 주>

1. 독립된 상설 지역사편찬원이 왜 필요한가
2. 지역사편찬위원회의 존재 이유
3. 지역박물관 따로 또 같이
4. 지역학연구센터와 지역사 연구
5. 울산광역시사편찬위원회 복원과 상설화


서울시사편찬위원회에서 편찬원으로
“기관 설립, 지자체장의 의지 중요”

 

▲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88호수 옆에 있는 서울역사편찬원. ©이종호 기자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수영경기장 밑 88호수 건너편에 서울역사편찬원이 있다. 이 건물은 올림픽공원을 만들 때 지은 ‘몽촌클럽’이라는 식당이었다. 서울시는 2003년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서울시사편찬위원회를 이곳으로 옮겼다. 역사 연구와 도서 편찬만 하지 말고 시민들을 위한 역사교육 프로그램과 역사자료실도 운영하라며 건물을 마련해준 것이다.


서울역사편찬원의 전신인 서울시사편찬위원회는 1949년 ‘서울시사편찬위원회 설립’ 훈령과 1953년 서울특별시 시사편찬위원회 설립 조례를 제정해 만들었다. 서울역사편찬원은 훈령이 제정된 1949년을 설립연도로 해 2019년 설립 7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열었다.


서울시사편찬위원회는 1977년 <서울육백년사> 1권을 발간하면서 서울역사를 본격 편찬하기 시작했다. 서울시 문화국(문화본부) 문화재과에 소속돼 있던 편찬위원회 위원들은 서울역사를 제대로 수집해 조사하고 연구, 편찬하기 위해서는 위원회를 독립된 연구기관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꾸준히 요청했다. 2015년 편찬위원회의 기능을 이어받아 서울역사편찬원이 새로 문을 열었다. 편찬원의 목적은 서울역사의 조사 연구, 사료 수집, 도서 발간, 시민 대상 역사교육 등을 통해 서울의 역사적 정체성을 확인하고 서울 문화의 계승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편찬원은 서울시 문화본부의 사업소 형태로 독립된 상설 연구기관이다. 4급 개방형 임기제학예연구관인 원장과 5급 임기제학예연구관인 시사편찬과 과장, 임기제학예연구사인 연구원 7명, 공무직인 보조연구원 8명, 행정직 3명과 사서, 환경관리직 등 22명이 일한다. 연구관과 연구원의 임기는 5년이고, 대부분 박사학위를 취득했거나 박사과정 수료 후 연구경력이 10년 이상이다. 공무직 연구원들도 석사학위 이상의 경력자들이다.


편찬원의 자문기구인 서울시사편찬위원회는 당연직 위원인 서울시 문화본부장을 포함해 한국사 전공 교수 등 21명으로 구성돼 있다. 1년에 전체 회의 한 번, 소위원회를 3~5회 열고 편찬원의 역사 편찬과 교육사업, 자료 조사와 연구 등에 대해 자문한다. 편찬원은 서울역사자료실도 운영한다. 자료실은 시민과 연구자들이 서울역사 자료를 마음껏 볼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지난해 편찬원 예산은 약 12억5000만 원으로 10억 원 정도가 편찬과 교육사업에 쓰였다. 대부분 사업은 연구원 7명이 전담해 수행하고, 보조연구원인 공무직 연구원 8명이 자료 조사와 수집에 도움을 주고 있다.


박명호 서울시사편찬과장은 “편찬원 설립 후에 전국 8도에서 연락이 와 어떻게 설립하게 됐는지 열심히 설명했지만 아직 우리 편찬원 같은 형태로 지자체에 기관이 설립됐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며 “행정기구인 지자체에서 역사와 문화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기관을 설립하는 것은 사실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지자체장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 박명호 서울역사편찬원 서울시사편찬과장. ©이종호 기자

 


서울의 시대사와 주제사, 마을사

서울역사편찬원은 해마다 25권 안팎의 역사 도서를 발간한다. 지금까지 39종 421권의 도서를 펴냈다. <쉽게 읽는 서울사>는 40권짜리 <서울2천년사>를 시대별로 묶어 낱권으로 시민들이 쉽게 읽을 수 있게 펴내고 있다. 2018년부터 고대사, 고려시대사, 조선시대사 2권, 개항기, 일제강점기 등 6권을 발간했고, 올해 현대사 편 2권을 합쳐 총 8권 발간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서울시사편찬위원회가 발행한 <동명연혁고>의 내용을 보완하고 확대해 마을(법정동)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담은 <서울 동의 역사>는 2018년 성북구 편 4권, 2019년 송파구 편 4권에 이어 지난해 구로·금천구 편 4권을 발간하고 올해 은평구 편 발간을 계획하고 있다.


<서울역사총서> 시리즈는 서울의 행정사, 건축사, 교통사, 상공업사, 인구사, 재정사, 항일독립운동사, 공연예술사, 재해사, 사회복지사, 체육사 발간에 이어 고대부터 현대까지 서울의 도시계획 역사를 시대별로 정리한 서울도시계획사를 제12권으로 펴낼 계획이다.


연도별 서울시정의 구체 내용을 일지로 정리해 현대 시정 연구를 위한 기초 사료로 활용하는 <시정일지>도 해마다 발간한다. 1982년부터 서울시 각 국·실·사업소 등에 배포해온 시정 자료는 2016년부터 <서울 시정일지>라는 이름으로 바꿔 발간하고 있다.
 

▲ 서울역사편찬원 건물 안에 있는 서울역사자료실 일반열람실. ©이종호 기자

 


시민들이 쉽게 이해하는 서울역사

서울의 혼례, 장례, 제사, 음식, 복식, 주택, 축구, 야구, 연극, 영화, 농구, 배구 등 문화와 스포츠, 서울사람들의 삶을 소책자로 엮은 <서울문화마당> 시리즈도 지난해 17권까지 발간했다. 올해는 <서울의 차>와 <서울의 술>을 펴낼 예정이다. 1997년부터 서울의 산, 고개, 하천, 성곽, 시장, 길, 능묘, 누정, 발굴 현장, 조선시대 관청 등을 책자로 펴낸 <내 고향 서울>은 올해 제11권 <서울의 공원> 편을 준비하고 있다.


2010년부터 시정사, 주제사, 생애사 등 세 개 분야로 나눠 <서울역사구술자료집>을 펴내왔다. <서울 토박이의 사대문 안 기억>, <서울사람이 겪은 해방과 전쟁>, <영등포 공장지대의 25시>, <미싱은 돌고 도네 돌아가네>, <서울 상인들의 시장통 이야기> 등 11권의 구술자료집을 발간했다. 


시민들이 참여해 ‘역사도시 서울’을 함께 공부하는 답사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2017년부터 <서울역사답사기> 다섯 권을 펴냈다. 1,2권은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아차산 등 외사산, 3권은 한강, 4,5권은 북악, 인왕산, 낙산, 남산 등 내사산이 답사 주제였다. 내년부터는 궁궐, 사직과 종묘, 종로대로와 남대문로, 영등포와 구로, 조선시대 정자와 문인, 예술인의 흔적을 좇아 답사한 기록을 책으로 엮는다. 


시민을 위한 서울역사강좌도 인기다. 지난해 하반기 13회 열린 온라인 강좌에는 780명이 참여했다. 강좌들은 대중 교양서인 <서울역사강좌>로 묶어 해마다 상반기와 하반기에 시리즈로 펴내고 있다. 2016년부터 모두 11권이 발간됐다. 지난해 하반기에 발간된 제10권은 출산, 육아, 장애, 질병, 죽음 등을 다룬 <서울사람들의 생로병사>였고, 올해 2월 나온 제11권의 제목은 <코로나 시대, 다시 집을 생각하다>였다.
 

▲ 서울역사자료실 열람실 책꽂이에 서울역사편찬원이 발간한 도서들을 모아놨다. ©이종호 기자

 


학술연구와 서울역사자료실

서울시사편찬원은 2004년부터 해마다 서울역사학술대회를 열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역사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 학술대회 주제는 ‘6.25전쟁, 서울사람들의 기억’이었다. 한국연구재단 등재 학술지인 <서울과 역사>도 지난해 제106호까지 발간했다. 한문으로 된 원문 사료를 한글로 번역하는 <서울사료총서>는 지난해 <국역 부재일기>까지 17권이 나왔고 올해 제18권 <경무청일지> 발간을 앞두고 있다. 


신진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서울역사중점연구>는 지난해 7,8,9권 세 권이 발간됐다. 편찬원이 서울역사 연구 취약 분야에 대한 연구 공고를 내고 응모한 신진 연구자들의 연구발표회를 열어 선정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공모 주제는 ‘조선후기 서울 상업공간과 참여층’, ‘근현대 서울의 공공의료 형성’이었다. 이 연구 주제에 선정된 원고는 올해 <서울역사중점연구> 제10권과 11권으로 발간된다.


2017년부터 <서울지역 관할 미군정 문서>, <경성부 법령 자료집>, <경성부 건축도면 자료집>, <미군정방첩대 서울 문서>, <일제강점기 경성부윤 자료집> 등 다섯 권의 <서울 근현대사 자료집>이 발간됐다. 올해는 제6권 <서울지역 관할 미군 제7사단 정보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서울역사편찬원 건물에 있는 서울역사자료실은 일반열람실과 보존서고에 지난해 10월 기준 3만2593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편찬원이 발간한 도서들은 전자책(e-book)으로 만들어 시민들이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광역별 지역사 연구기관 꼭 있어야”

박명호 서울시사편찬과장은 “지역사 자료들은 그때그때 수집하고 조사하고 연구하지 않으면 빠르게 소멸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신도시 개발 등으로 이미 많은 지역의 자료들이 빠르게 소실하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도나 특·광역시 같은 광역단위에서 지역사 연구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독립적이고 지속적인 그리고 내실 있는 지역사 연구기관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지역문화나 예술행사 관련 사업과는 분리된 기구 형태가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지역사 연구와 지역 정체성의 관계에 대해 박명호 과장은 “1990년대 이후 발굴조사와 연구, 조사 결과 백제의 수도가 서울로 굳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서울의 역사는 600년에서 2천년으로 변화됐다”며 “역사도시로서 서울의 이런 정체성이 부각되고 인식되기 시작한다면 그 문화적 효과는 아마 서울 방문의 경제적 효과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사 연구는 그 지역의 변화되는 정체성을 확인하고, 재인식하며, 지역주민과 소통을 통해 자부심을 드러내는 역할과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면서 “울산광역시의 경우 차근차근 지역사 연구가 이뤄지고 점차 자료들이 축적된다면 울산만의 정체성이 역사 연구를 통해 잘 드러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종호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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