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의 <행복론>을 읽고

김수복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인문강사 / 기사승인 : 2021-07-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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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여러 가지 이유 중에 ‘행복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행복은 개인마다, 상황마다, 환경마다 다르게 규정된다. 그럼에도 리는 행복을 갈망한다. 행복하기를 바라면서도, 우리는 ‘행복’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행복을 막연한 것으로, 행운 정도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까?


이런 의문에 버트런드 러셀은 말한다. “행복은 무르익은 과실처럼 요행한 환경에 의해 저절로 입속으로 굴러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사람은 피할 수 있는 불행과 피할 수 없는 불행, 불행의 원인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행복의 조건은 크게 외부적 조건과 내부적 조건으로 구분할 수 있다. 러셀은 이 책의 범위를 ‘극단적인 외부적 불행의 요인이 없는 사람들에게’라는 단서를 붙여 제한하고 있다. 1부에서 ‘불행의 원인’을, 2부에서는 ‘행복의 원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러셀은 사람이 불행해지는 원인을 ‘경쟁, 권태와 자극, 피로, 질투, 죄의식, 자기연민과 자기 찬양, 여론에 대한 공포’라는 키워드로 설명한다. 경쟁은 어느 정도 성취감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성공을 위해 다른 요소들을 모두 희생한다면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설명한다. 권태는 어떤 일에 대한 욕망이 좌절된 것을 뜻하며 전쟁, 학살, 박해는 권태에서 벗어나려는 인간의 몸부림이었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러셀은 적당한 단조로움과 자극은 행복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한다. 


러셀은 과도하게 고민하는 정신적인 피로는 큰 문제라고 진단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어떤 문제에 대해 뚜렷한 해결책이 없을 때도 끊임없이 고민한다. 우유부단한 것보다 더 피곤한 것은 없으며 가장 무익하다고 말한다. 평범한 인간의 여러 가지 감정 중에서 질투는 가장 불행한 것이다. 질투의 대표적인 예는 비교하는 습관이다. 즐거운 일이 생겼을 때, 그 자체로 충분히 즐겨야 한다. 내 즐거움이 다른 사람의 즐거움에 비해 못하다고 비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자기 연민과 자기 찬양은 일종의 자신에 대한 기만이라고 러셀은 말한다. 진실이 아무리 불쾌한 것일지라도 단호하게 직면하고 익숙해져서 그 진실을 토대로 삶을 세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포에 대해서도 그것을 회피하지 말고 이성적으로 침착하게 집중해서 그 공포가 나와 완전히 친숙해질 될 때까지 철두철미하게 생각하라고 말한다. 이런 친밀감은 공포에 대한 두려움을 약화시킨다. 


러셀은 행복의 원인을 ‘열의, 사랑, 가족, 일, 일반적 관심사, 노력과 체념’이라는 제목으로 설명하고 있다. 러셀이 말하는 열의는 어느 하나에 꽂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곳에 관심을 두라고 조언한다. 다양한 관심을 갖는 사람은 세상에 잘 적응하고 인생은 지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근본적인 행복은 인간과 사물에 대한 우호적인 관심에 달려 있다. 접촉하는 사람을 지배하거나 그들로부터 찬양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흥미와 즐거움을 누릴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태도로 타인을 대하는 사람이 진정 행복한 사람이다. 러셀은 행복의 원인으로 가족관계에 대해 중요한 조언을 한다. 야단맞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에게 야단을 치는 것처럼 무익한 일은 없다는 것이다. 부모는 처음부터 자녀의 인격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러셀은 각자가 하는 일을 행복의 원인으로 볼 것인가, 불행의 원인으로 볼 것인가는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한다. 그러나 과도하지만 않다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일이 있는 것이 덜 고통스럽다고 말한다. 러셀은 행복의 요소로 ‘노력과 체념’을 이야기하면서 ‘중용’을 강조한다. 노력과 체념은 상반되는 개념이다. 그러기에 중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중용은 노력과 체념 사이의 균형이다. 러셀은 행복하기 위해 몇 가지 더 강조한다. 종교적 죄의식이나 타인의 도덕적 판단, 지나친 도덕적 금욕주의에 대해 신경 쓰지 말라고 충고한다. 합리적인 관점에서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일으키지만 않는다면, 자신에게 쾌락을 주는 것은 찬양할 만한 일이라는 것이다. 


러셀은 이 책에서 불행의 원인과 행복의 원인을 나눠 설명하고 있지만 이 둘은 불가분의 관계다. 불행의 원인이라고 말했던 요소들은 과하지만 않다면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행복의 원인도 마찬가지다. 행복의 원인도 지나치면 불행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대립적인 것으로 보이는 행복과 불행은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다. 동전은 앞면과 뒷면, 양면이 있어야만 온전한 동전이 된다. 행복론에서 중요한 것은 행복과 불행, 이 둘 사이의 균형이다.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으려는 노력, 중용의 자세가 필요하다.


이 책은 행복에 대한 어려운 이론서가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주변을 돌아봄으로써 행복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부드럽게 설명한다. 행복에 대한 개념이 혼란스러울 때, 내 주변의 상황 때문에 힘들 때 가볍게 수필 읽듯이 읽으면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김수복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인문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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