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보호작업장 인권유린 더는 없어야

권명길 울산장애인소비자연대 대표 / 기사승인 : 2021-07-26 00: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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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권

내가 장애인보호작업장을 알게 된 계기는 사회복지실습 때문이었다. 사회복지학과 4학년은 현장실습이 ‘필수과목’, 나 역시 현장실습을 진행해야 했지만 보조기기 휠체어를 사용하는 내게 현장실습 기관을 찾는 건 어려웠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면서 기관에서 방문은 원하지 않았다. 지정된 실습 기관에 전화해서 ‘휠체어로 접근이 가능한지, 장애인 화장실이 있는지’ 등에 대한 시설 파악이 어려웠다. 혼자서 고민하다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울산지체장애인협회 남구지회를 방문했다. 그 후 내가 실습할 수 있는 기관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무사히 현장실습을 마칠 수 있었고, 올해 초 졸업했다.


나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과연 뭘 할 수 있을까?’라고 걱정한다. 그러나 실습했던 ‘신정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실습을 담당했던 팀장님은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셨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는데, 이곳이 ‘직업재활시설’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이곳이 최근에 ‘인권유린’으로 독점보도됐다. 관련 기사에 기관의 이름이 거론됐기 때문에 나 역시 숨길 생각은 없다. 방송을 통해서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청각장애인노동자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기사를 통해서 접한 내용들만으로도 문제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었다. 장애인 당사자라서 더 감정이입을 할 수밖에 없는 일이기도 했다.


청각장애인에게 ‘수어’는 의사소통이다. 물론 필담이나 입 모양으로 가능하다곤 하지만 내겐 청각장애인노동자가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원하는 의사소통 방법은 어떤 것이었는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정당한 편의제공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왜’ 정당한 편의 제공을 하지 못했는지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더 나아가 다른 유형의 장애인노동자에게도 정당한 편의 제공이 되고 있는지 또는 어떤 정당한 편의 제공이 필요한지 알아보길 바란다.


청각장애인이 찾아간 기관 3곳 중 울산농아인협회는 청각장애인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기관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일에 있어 청각장애인노동자가 고충을 토로했을 때 자세히 알아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기자회견장에 참석했지만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관련 담당자에게 전화했지만 통화는 할 수 없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런 일들이 생길 때마다 누군가에게 ‘책임전가’하는 모습을 보곤 한다.


비슷한 일을 경험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도 ‘피해자의 입장‘보다는 사태수습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더 상처가 됐다. 미흡한 점이 있었다면 해명이 아니라 ‘사과를 먼저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방송 보도 후, 울산지체장애인협회에서는 지목된 가해자를 해임시켰고,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이번 일을 계기로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두 번 다시 ‘인권유린’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장애인보호작업장이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장애인보호작업장의 역할은 직업능력은 있으나 이동 및 접근성이나 사회적 제약 등으로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노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며, 경쟁적인 고용시장으로 옮겨 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장애인보호작업장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지자체는 관심을 갖고 관리감독을 하고, 체계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이 구축되길 바란다.


권명길 울산장애인소비자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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