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어른’ 24세로 연장, 사회적 연대 실현을 위한 울산시의 역할

이승진 나은내일연구원 이사 / 기사승인 : 2021-07-26 00: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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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울산

‘고밍아웃’을 아십니까? 두 번째 이야기

최근 정부가 ‘보호종료아동 자립강화 방안’을 수립했다. 보호 종료와 함께 500만 원 남짓의 지원금, 옷가지가 담긴 박스 하나만 들고나와서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열여덟 어른들에 대한 지원정책이 이제 획기적으로 달라진다. 그 전부터 아름다운재단에서 보호종료아동 자립지원 캠페인 ‘열여덟 어른’을 활발하게 전개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고, 필자가 울산저널의 지면을 빌어 ‘고밍아웃’의 현실에 대해서 소개하기도 했다. 


보육원 같은 아동양육시설과 공동생활가정에서 퇴소하거나, 가정위탁보호가 종료되는 열여덟 어른들. 열여덟 살이면 아동이라 부르기도 어려운 나이다. 우리나라 사회복지 전달체계가 아동과 청소년으로 혼재돼 있어 연령대가 겹치는 문제도 있다. 아동복지법에서 아동의 연령은 만 18세까지 규정하고 있고, 청소년 관련법에서 청소년의 연령은 만 9세에서 24세까지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공직선거법에서는 선거연령을 만 18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고, 통상 20세가 되면 성인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들이 있다. 관련법과 용어, 연령대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법과 제도가 혼재돼 있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행정을 집행해야 하는 정부 부처나 지자체 담당 부서, 수행기관들 사이에 혼선과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런데 이번 정부 발표에 따르면 완벽하지는 않아도 일정하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아동복지법령에서 자립지원 업무의 법적 근거를 재정립할 때 ‘보호종료아동’이란 명칭을 ‘자립준비청년’으로 변경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연도별로 편차는 있지만 매년 약 2500명이 관련 시설이나 가정에서 보호가 종료된다. 자립하려면 소득이 제일 중요하다. 관련 통계에서 청년들이 233만 원 수준의 소득분포를 가지는 것에 비해 보호종료아동은 51만 원이나 적은 182만 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대개의 청년이 별도로 부모님들이나 보호자들의 지원을 받는다는 걸 감안했을 때 실질소득 격차는 더 벌어진다. 퇴소 이후에 몇 가지 제도를 지원해 주기는 한다. 퇴소할 때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500만 원 이외에 매월 30만 원씩 자립수당을 지급하는 한편, 주거지원통합서비스도 실시하고 있지만 통계 수치를 살펴보면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보호가 종료되는 친구들의 실업률은 16.3%로 청년들의 실업률 8.9%의 두 배 수준이다. 보호종료아동 절반인 50%가 한 번 이상은 자살을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통계에서 나타나는 청년들의 16.3%보다 3배 이상이다. 이제는 보호를 넘어 좀 더 체계적인 자립 대책을 세워서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우리 사회가 함께 키우고 지원한다는 ‘사회적 연대’의 의미에서 국가의 역할을 좀 더 길고 촘촘하게 설정해야 한다. 이번 정부가 잘한 일 가운데 하나다.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보호기간을 연장해서 ‘보호받을 권리’를 좀 더 길게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보호종료연령을 만 18세에서 ‘본인 의사’에 따라 만 24세까지 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자립지원전담 기관과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내용도 눈에 띈다. 부모나 보호자 역할을 할 수 있는 동반자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주기적 대면 만남으로 정서적 지지 관계를 형성하고, 생활·주거·진로·취업 상담과 다양한 자립 정보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현재도 아동양육시설에서 퇴소하면 5년간 자립전담요원의 추후 지도를 받지만, 공동생활가정은 소규모라는 이유로 자립전담요원이 배치되지 않았고, 가정위탁보호를 받았던 친구들도 소수의 센터 직원으로부터 ‘절차적 서비스’만 받아 왔다. 


앞에서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러 있는 소득 문제를 언급했는데 이번 발표에서 매월 30만 원씩 지급하는 자립수당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내년에는 디딤씨앗통장의 정부 매칭 비율을 두 배로 높여 월 5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확대한다. 그러면 1인당 평균 적립금이 447만 원에서 1000만 원 수준으로 대폭 늘어나게 된다. 주거정책에서도 LH가 내년까지 2000호의 공공임대주택을 지원하고, 군복무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퇴거한 경우에는 해당 기간을 보호종료 5년 이내에 산입하지 않기로 했다. 대학과 협력해서 근로장학금을 받으며 기숙사에 들어가서 생활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제 정부 발표를 넘어 울산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짚어봐야 할 시기다. 울산시도 ‘울산광역시 인권증진 기본계획 수립 공청회’에서 필자와 관련 시설 종사자들의 제안을 수렴하고 보호종료아동과 학교밖청소년을 포함한 ‘탈시설 취약계층 주거권 보장을 위한 주거수당 지원 사업’을 추가했다. 수많은 복지정책 전문가들과 활동가들이 울산시와 함께 수립한 ‘울산시민복지기준(2019년)’에도 시행 근거가 마련돼 있다. 열여덟 어른을 위한 사회적 연대가 이미 울산에서도 이뤄지고 있었다. 이제 울산시가 예산을 편성하고 실행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승진 나은내일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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