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중대재해 469번째 죽음에서 멈추길

김형균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 / 기사승인 : 2021-05-24 00:00:55
  • -
  • +
  • 인쇄
노동과 사회연대

지난 5월 8일 어버이날 7살 아들의 아버지가 중대재해를 당했다. 이 노동자는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에서 단기공사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물량팀)에서 2월부터 고용돼 일당제로 용접일을 하고 있었다.


사고가 있던 날에도 도크장에서 건조 중인 원유 운반선 탱크 내부 14m 높이에서 용접일을 하다가 용접용 드럼을 가져오기 위해 갑판 위로 올라가다가 사다리에서 미끄러져 20m 아래로 추락해 사망했다.


현대중공업에서 지난 10년 동안 현장에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 수가 50명인데 그중 38명이 하청노동자였고, 또 그중에 12명이 추락으로 사망했다. 현대중공업에는 1만2000여 하청노동자가 일하고 있는데 이들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기본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유해 위험에 내몰려 있다.


노동자들에게는 자신이 일하는 곳에 어떤 유해 위험이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도록 교육을 받을 권리가 보장돼야 하고, 자신이 일하는 작업과 장소에서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안전보건 계획 수립에 참여할 권리가 보장돼야 하며, 유해 위험작업이라고 판단할 때는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이것은 산업안전보건법으로 보장된 당연한 권리이지만 하청노동자들에게는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고 있다.


재해자는 ‘단기 프로젝트 협력사’(물량팀) 소속이었다. ‘단기 프로젝트 협력사’는 그동안 조선 사업장에 불법 다단계 하청 고용구조를 개선하라고 요구하자 이름을 바꿔서 물량팀을 전담하는 업체와 계약하는 방식으로 바꾼 고용구조인데 현재 20여 개에 1000여 명에 달할 정도로 늘어나 미숙련 노동, 불안전한 환경에 내몰리는 노동자가 확대됐다.


이번 사고 조사 과정에서도 노동자들이 매월 받는 안전교육 서명이 대부분 다르고 표준작업지도서/유해위험평가서의 서명과 업체 소속, 직종도 다른 것이 확인됐는데 이것은 기본적인 안전보건 관리가 안 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최근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면서 올해부터 산업안전보건 계획을 회사 경영이사회에서 승인받도록 돼있다. 올해 2월, 현대중공업 이사회에서는 2021년 안전보건 계획으로 ‘생산주도의 자율안전관리 체계 정착’, ‘현장 중심의 안전관리체계 개편’을 정했는데 이는 생산 현장이 책임지고 안전관리를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생산 현장에 하청 비율이 70%에 달하고, 그들은 구조적으로 자율안전관리를 할 수 없다는 것이 그동안 중대재해 통계와 원인 분석으로 모두 드러났음에도 현실에 맞지 않는 계획을 수립한 것이다. 노동조합이 2020년 한해 현장 활동을 하면서 유해 위험작업에 대해 작업중지한 건수가 234건에 이를 정도로 여전히 기본적인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이 심각하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가 발생한 유사 작업장에 대해 작업중지를 명령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울 때까지 유지한다. 또한 40여 명의 근로감독관과 산업안전공단 전문가들이 특별감독을 진행한다.


그동안 여러 차례 중대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작업중지와 특별감독, 노동조합의 일상적인 작업중지 등의 조치가 있었음에도 중대재해를 멈추지 못하는 것은 바로 하청 고용구조 때문이다. 조선업은 건설 현장의 특성과 유사해서 작업 상황이 공정에 따라서 계속 변화할 수밖에 없으므로 일시적인 점검체계로는 중대재해를 예방할 수 없는 구조다. 특히 저임금 노동, 장시간 노동, 미숙련 노동의 구조적인 문제와 알권리, 참여할 권리, 작업중지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하청 고용구조에서는 재해 발생을 멈추기 어렵다.


기나긴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는 조선산업이 다시 한 번 새롭게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고용구조부터 개선하고, 469번째 죽음에서 멈출 수 있도록 근본적인 안전보건 대책이 필요하다.

 

김형균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형균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
뉴스댓글 >

오늘의 울산 이슈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치

+

경제

+

사회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