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삭 속암수다”

김매자 울산병원 내과의사, 유니힐 통일토론모임 대표 / 기사승인 : 2020-12-16 00: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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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확진자가 하루 천 명의 시대가 됐다. 의사로서 곧 우리도 저 이태리나 미국같이 병상부족으로 의료체계마저 붕괴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설레발을 치게 된다. 코로나 백신이 개발됐다고는 하나 백신을 아무리 맞아도 바이러스를 이기기는 무척 어렵다. 코비드 19 바이러스의 변이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비형간염을 예로 들면, 1차 약제가 나오고 몇 년 후 비형간염 바이러스의 변이로 약제 내성이 생겼다. 2차 3차 약이 계속 개발돼야만 했다. 라미부딘, 탈비브딘, 아데포비어 등등의 새로운 약제의 개발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의 창궐은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해 자연파괴가 그 원인이다. 코로나가 인류에게 준 교훈에 우린 겸손해야 한다. 자연 파괴의 대가가 우리를 멸망으로 이끈다는 만고의 진리를 깨닫지 못하는 호모사피엔스는 안타깝게도 아무리 많이 가져도 절대 만족할 줄 모른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까지 침투한 건 숲 같은 서식지를 잃은 박쥐나 천산갑 등의 바이러스 숙주 동물이 인간 가까이까지 오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을 우리가 만들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오지 않도록 환경을 만드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 특히 동물의 서식지인 숲을 파괴해 육류 소비를 위한 소 돼지 닭 사육장으로 만들고 소비재를 위한 공장을 만드는 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산업혁명 후 숲의 파괴는 심화됐고 이산화탄소 배출로 심각한 기후위기가 와 있다. 지난 2만 년 동안 지구온도가 겨우 4도 올라갔는데 산업혁명 후 오직 100년 만에 우린 지구 온도를 1도나 높여 놓았다. 기후위기가 인류 멸망으로 이어지는 건 너무도 자명한데 한국은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이 아직도 줄어들지 않고 있고 석탄을 쓰는 화력발전소 등의 좌초자산이 현재 세계 1위다.


15년 전 강원도에 산불이 크게 났고 양양 낙산사까지 불타버렸다. 그 후 불탄 산림의 한쪽은 인간들이 조림사업을 했고 다른 한쪽은 자연 그대로 놓아뒀다. 수 년 후 어느 쪽이 더 건강한 숲으로 회복됐을까? 당연히 그냥 놔둔 쪽이었다. 한국은 그린벨트 때문에 세계에서 독일 다음으로 숲 가꾸기에 성공한 나라다. 그리고 세계적인 희귀보물 DMZ가 있다. 숲은 모든 생명의 시작이다. ‘숲 보존’이야말로 코로나보다 더 센 팬데믹이 오더라도 그 근본적 에방이 될 것이다. 자연보존을 잘하면 그 대가는 엄청나다. 극단적으로 말해 코로나 때문에 드는 전 세계적인 막대한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확실한 자연보존.’ 이보다 더 좋은 경쟁력 있는 경제가 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보냐. 


다행히 한반도의 백두대간은 숲 환경의 척추다. 이북은 백두산 개마고원은 물론이고 금강산 칠보산 묘향산 등 귀중하고 귀중한 산들이 즐비하다. 더 무서운 코로나 팬데믹이 안 오도록 이 모든 이북의 자연 환경도 우리가 지켜야 할 우리나라 국토다. 이곳에 무분별한 개발이 있다면 당연히 국제적 연대를 해서라도 막아야 한다. 한상훈 동물학 박사의 말을 빌면 이북도 자연의 동식물을 훼손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이 남다르다고 한다. 김일성 주석이 생전 지극히 자연 사랑을 강조했기 때문이라고. 수년 전 북한 소나무제선충 방제를 위해 남쪽에서 이북 금강송을 점검하고 오신 분이 “먹고 살기 힘든 나라지만 나무 보존 체계가 제법 잘 돼 있었다”고 말했다. 천만다행이다.


울산엔 천혜의 보고 영남알프스가 있다. 이 세계적인 숲의 보존이야말로 어떤 값으로도 매길 수 없다. 그런데 성스런 신불산에 케이블카를 2022년부터 건설한다고 한다. 케이블카 상부에서 하부까지 총길이 400미터의 산이 황폐화되고 신불산은 쓰레기와 오물로 뒤덮일 가능성이 높다. 상하수 배관 전기 통신 케이블관 매설 등으로 인해 신불산 400미터 구간이 마구 파헤쳐져야 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온 관광객들의 신불산 오염은 해를 두고 쌓일 것이다. 코로나 후, 더 큰 팬데믹 위험의 시대로 이미 접어 들었는데 그냥 자연경관이 좋으니까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오게 해 돈은 좀 벌겠다는 발상인가? 아마 오랫동안 우린 거리두기를 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적으로 케이블카 타기를 기피하려는 경향이 증가할 것이다. 하늘을 나는 개인 전기 자동차를 타고 상공을 배회하는 상품이 더 현실적이 될지 모른다. 그런데도 2022년에 자연파괴를 하려는 발상은 어리석다.


수 년 전 신불산 파레소 폭포 자연휴양림 내 3.55킬로미터의 모노레일을 환경단체의 반대에도 20억이나 들여 깔아 놓인 적이 있었다. 운행 첫 날 고장이 나 탑승객들이 모노레일을 잡고 내려오는 촌극이 벌어졌다. 그 모노레일은 철거비 또한 만만치 않아서인지 현재 흉물스럽게 남아있다. 그런데도 또 케이블카까지 만들어 환경재앙을 불러일으키다니 이건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이 신불산엔 민족의 역사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6.25 때 수많은 포화가 터져 수백 년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불타 버렸다. 빨찬산의 본거지 995 고지 외에, 남도부 하준수의 빨치산 사령부 흔적이 있는 660 고지도 있다. 빨치산들을 한미합동으로 소탕하기 위해 만든 넓은 작전로 끝에는 소탕 기념 전망대까지 세워져 있다. 우리 민족 최대의 과제인 남북통일을 위해 이 아픈 역사를 되새기는 일이 케이블카 설치보다 더 급해 보인다. 신불산에 새겨진 사상적 대립에 의한 상흔을 사회적 합의로 어루만지는 일도 버거운데 케이블카가 웬 말이란 말인가. 


자본주의적 사고방식을 영남알프스에 들이대는 것만큼은 절대 지양하자. 리치웨이라는 미국인 실업가가 있다. 어느 날 신불산 등반 후 큰 영감을 얻고 미국에 돌아갔다. 이 신불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된다는 소식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케이블카 설치 반대운동 환경단체를 후윈하기에 이른다. 영남알프스는 그만큼 국제적으로도 귀중한 자산이다.


난 지난 일요일 신불산에 올라 제8차 케이블카 설치 반대 캠페인에 작은 힘이라도 보탰다. 산에 온 많은 분들이 설치 반대 캠페인에 적극 찬동하던데 왜 무엇 때문에 자연 파괴를 굳이 하려는지 이해가 안 됐다. 결국 관광수입? 케이블카로 얼마나 떼돈을 벌까? 잃는 것이 더 많다면 후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죄악을 저지르는 것이다.


내려오면서 모든 회원들이 쓰레기를 주웠다. 자연보호라는 구호를 아무리 입으로 수천 번 외친들 엎드려 땅에 떨어진 쓰레기 한 줌 집는 행위에 비할 소냐. 커다란 석유통도 주웠다. 플라스틱 물병은 왜 그리 함부로 버리는지. 어느 몰상식한 사람이 먹은 도시락과 숟갈 젓갈을 바위틈 사이에 살짝 숨겨 놓았다. 바위틈에 아무리 숨긴들 그 바위가 산에 속해 있을 텐데 플리스틱 쓰레기가 하늘로 날라 갈까 땅에서 썩을까. 이토록 천박한 생각에 머무르는 건 우리 세대가 교육을 잘못한 탓이다. 우리 모두 반성해야 한다.


남북통일도 남북 산하 모두 자연 파괴로부터 자유롭고, 쓰레기더미로부터 해방된 후의 일이다. 한반도 문제는 남북 당사자가 합의해 해결한다는 2018년 4.27 선언. 이미 늦었지만 기회가 되면 매우 중요한 안건 하나를 추가하자고 제안한다. ‘남북은 한반도의 평화통일이 있는 그날까지 자연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계환경연합에 동시 가입한다.’ 4.27때 이 한 구절을 넣었다면 전 세계인에게 남북통일의 의미가 더욱 각별하게 각인됐으리라.


신불산 ‘노 케이블카’ 캠페인엔 멀리 추자도에서 온 분도 있었다. 앞뒤로 서서 같이 걸으며 “폭삭 속암수다”를 연발한다. 내가 어딘가에 속았다는 말인 듯하다. 내가 무엇에 속았지? 곰곰 생각하며 걷는다. 나중에야 ‘무척 수고 많습니다’라는 제주 방언임을 알았다. 울산환경연합사무처장님, 영남알프스학교 이사장님, 만일만보걷기 통일의병님, 진해에서 와 캠페인 참여하는 여 전사님, 쓰레기 줍기의 달인 김 대장님, 추자도에서 와서 “폭삭 속암수다”를 연발하는 청정 한국인 부부. 모두 속암수다.


김매자 울산병원 내과의사, 유니힐 통일토론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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