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이고 계산적인 관계가 아닌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고 싶어요”

구승은 인턴 / 기사승인 : 2021-10-20 00: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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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마을

엄마의 커피 취향을 알게 됐어요 (쓰담소담 참여자 구00 이야기)

 

엄마가 수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찰흙을 이용한 예시작품 만드는 걸 도와주면서 엄마와 이야기했다. 요즘 가장 맛있게 먹었던 카페가 어딘지 물었다. 예상외로 엄마는 카페를 안 가서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나마 스타벅스 카드에 넣은 충전금액을 이용해 먹었던 커피가 맛있었다며 라떼 종류를 좋아하지만 우유가 많아 별로인 것 같다는 이야기에 엄마의 커피 취향을 알게 됐다. 난 우유 양이 적은 커피 종류를 추천해줬고, 동네에 새로 생긴 동네 카페에 가서 숏라떼를 함께 먹자고 제안했다. 다음 날 같이 먹으러 갔다. 그렇게 엄마와 함께 카페에 함께 가 볼 기회가 됐다. 엄마도 내게 질문했다. 요즘 기분 좋게 해줬던 사람은 누구였고 나랑 맞지 않아 힘들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시원한 답변은 아니었지만 속상함을 토로하니 엄마도 마음 맞는 사람, 마음 편한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런저런 질문을 하면서 울산 중앙여고 다니던 순수한 열정과 발랄함이 가득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을 알았고, 점심 도시락은 점심시간이 되기 전 다 까먹어서 담 넘어 식빵 팔던 아저씨한테 돈을 던지면 담벼락 넘어 식빵이 날라 왔다는 이야기에 웃었다. 패션 대학으로 진학하고 싶었지만 장녀이기에 책임져야 할 부분들이 있어 진학을 포기했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씁쓸했다. 수업준비물을 만들고 나니 자연스럽게 대화는 끝났다. 


다 아는 것 같으면서도 모른다(쓰담소담 참여자 김00 이야기)

 

아이 셋을 키우고 있다. 셋째는 100일도 되지 않은 갓난아이다. 홈스쿨을 하고 있어서 내가 출근하면 아내는 오롯이 혼자서 세 아이를 돌본다.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어 요즘 주어진 업무를 감당하기가 녹록지 않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기 전 아내가 힘들어하는 걸 알기에 육아를 힘내 해보겠다고 “할 수 있다” 외치며 최면을 걸어본다. 저녁을 먹는데 아내는 힘들다고 죽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잘못했고 나를 탓하는 것 같아 아내의 힘듦에 대해 공감해주지 못했다. 아니 안 했다. 


아내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고 며칠이 지나갔다. 쓰담소담을 이유 삼아 아내에게 질문하고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최근 한 달 중에 가장 즐거웠던 순간이 언제였어?” 아이들 재우고 가스버너에 오징어 구워 마요네즈 찍어 먹었던 날이 기뻤다고 한다. 나는 당연히 셋째가 태어나고 5명이서 간만에 떠난 나들이라고 이야기할 줄 알았다. 맘 편히, 몸 편히, 맛있게 재밌게 오징어 구워 먹으며 이야기 나눴던 날, 셋째 예방 접종하고 10분간 앉아서 감자튀김 먹었던 롯데리아에서 기뻤다는 이야기에 조금은 놀랐다. 


최근 가장 힘들었을 때가 언제인지 물었다. 아내는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그 날을 이야기 했다. 이건 예상한 답변이었다. 세 아이를 돌보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버텨내고 있었는데 둘째가 불안 증세로 눈을 깜빡거리는 거 아니냐는 시어머니의 말에 여기서 뭘 더할 수 있을지 궁지로 몰린 느낌이었다고. 그래서 엄마가 되지 말았어야 했나 그런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고 했다. 나는 하나인데 채워주어야 하는 마음은 세 개라며 문득 너무 힘든 순간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내가 공감해주지 못하자 너무 슬퍼 방에 가 혼자 울었다고 했다. 운 것을 그때야 알았다.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다 듣게 된 순간이었다. 나는 참 아내와 가깝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니 다 아는 것 같았는데 모르는 것이 참 많았다. 그렇게 우리는 쓰담소담 질문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쓰담쓰담 했다.

 

구승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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