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의 사생활

조숙 시인 / 기사승인 : 2020-12-17 0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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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세상

문어는 아이큐가 높다. 반려견이나 반려묘 정도라고 한다. 문어는 머리모양이 사람처럼 보이고 더군다나 먹물을 가지고 있어서 文魚(문어)라고 한다. 그런데 문어의 머리모양은 사실 몸체다. 문어에 대해서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다큐영화 <나의 문어 선생님>을 보고나서부터였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찍은 이 다큐는 촬영감독이 자신이 어릴 적부터 놀던 고향바닷가에서 한 마리의 문어를 만나면서부터 시작된다. 문어는 사람들의 눈동자와 같은 검은 눈동자를 갖고 있는데 돌 틈에 숨어서 조심스럽게 새로 나타난 생물체를 바라봤다. 차가운 바닷물에 맨몸으로 산소호흡기 같은 별다른 장비 없이 머무르는 것은 어려운 일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 감독은 천천히 끈질기게 문어의 속도에 맞춰 접촉했다. 문어는 지능이 높은 동물답게 물고기를 따라다니며 장난을 치거나, 여러 가지 주변의 도구를 갖고 엄폐물을 만들어 숨기도 했다. 조개껍데기와 물풀로 자신을 바위처럼 꾸미고 그 안에 숨었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두 발로 걸으며 조개껍데기나 코코넛껍데기를 들고 다니는 모습이 촬영되기도 했다. 문어의 천적인 상어에게 공격받는 장면이 있었는데 문어가 한 쪽 다리를 잃고 창백해져서 돌 틈 사이로 몸을 피했다. 문어는 다리를 잃게 되면 새로운 다리가 나올 때까지 행동이 활발하지 않고 헤엄칠 때 균형 잡기가 힘들다. 6개월 만에 다 큰 다리를 갖게 됐다. 그러는 사이에 문어는 감독과 친해져서 감독의 손과 몸을 접촉하고 마중 나오게 됐다. 가슴에 붙어서 물 밖으로까지 나오기도 했다. 


문어의 놀라운 능력은 8개의 다리에 있다. 다리에는 빨판이 있는데 이것이 직접 맛을 보고 느끼고 신경반응을 할 수 있다. 빨판으로 사람의 손처럼 물건을 집거나, 뇌처럼 맛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문어의 뇌가 9개라고도 한다. 문어는 좋아하는 사람을 식별하기도 하는데 자신을 괴롭힌 사람을 기억하고 있다가 물총을 쏜다. 그리고 자신에게 잘 대해 준 사람에게는 빨판이나 부리입으로 무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문어의 피부변신도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인데 색깔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질감까지 순식간에 변화를 시켜서 자신을 눈에 띄지 않게 할 수 있다. 바위 옆에 있으면 우둘투둘한 느낌까지 살려서 변화한다.


이렇게 문어의 맛과 영양에 대해서가 아니라, 생물체로서의 특징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면 주변 사람들이 그만 이야기하라고 한다. 이제는 문어를 못 먹게 될 것 같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문어를 잘 못 먹는다. 그래서 문어를 먹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지만, 문어를 맛있게 먹더라도 문어의 특징을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문어가 느끼는 공포와 문어가 보내는 신호를 이해하는 것이 더 나은 일 아닐까. 


문어는 오래 살지 못한다. 3년에서 5년 정도가 수명의 전부다. 그리고 모성애가 강하기로 유명하다. 문어는 마음에 맞는 수컷을 만나면 짝짓기를 하고 그 정자주머니를 받는다. 그것을 지니고 있다가 안전한 굴속에 알을 낳으며 그 정자를 뿌린다. 그리고 알이 부화할 때까지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보호한다. 신선한 물이 드나들도록 물을 순환시키고 천적이 잡아먹지 못하도록 방어한다. 그러느라 암컷은 아무 것도 먹지 못한다. 알에서 새끼가 부화하는 순간 새끼들을 수관으로 불어서 멀리 떠나도록 하고 그 자리에서 죽는다. 문어는 세대 간의 학습을 시키지 못한다. 타고난 본능이 높은 지능을 유지하도록 한 것이다. 


문어에 대한 관심을 갖고 나서부터 나는 문어가 붉은 고무다라이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모습을 외면하지 않는다. 영화 속의 생기 있고 장난스러운, 그리고 호기심 가득한 문어를 떠올린다. 문어는 분주한 시장바닥에 끌려 나와 무엇을 보고 느끼고 있을까, 인간으로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동물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조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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