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시대의 정부 정책과 예산의 모순, 철학을 알 수 없다

이승진 나은내일연구원 이사 / 기사승인 : 2020-12-09 00: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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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울산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미국도 백신에 대한 신뢰 문제와 사회적 우려가 일어나고 있으나 곧 백신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역시 4400만 명 분량의 코로나19 백신 수급계획을 발표했다. 그 정도면 감염확산 위험도를 낮추는 집단면역 효과를 내기에 충분한 양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60~70%가 접종하면 집단면역이 형성되는데 정부 수급 목표는 전 국민의 85% 수준이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를 의식이라도 한 걸까. 근래 들어 코로나19 확진자가 한꺼번에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통제할 수도, 감당할 수도 없는 국면으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을 보이기도 한다.


필자가 거주하는 울산 역시 한 요양병원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이틀 사이 97명으로 늘어났다. 70대에서 100살이 넘는 노인까지 고령층만 48명이다. 울산광역시(이하 “울산시”) 담당 공무원들도 망연자실하는 분위기다. 시립노인병원을 제외하면 공공보건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울산시의 특성상 울산대학교병원조차 병동을 비우고 이들을 수용할만한 상황과 여력이 안 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급하게 음압병실을 더 늘리겠다는 계획이 발표됐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확진자들이 나타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높아가고 있다. 


이런 시국에 우울한 소식이 하나 더 있다. 2021년도 예산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지만 공공병원 신규 설립이 아닌 기존 공공병원 증축을 위한 설계 예산 15억 원만 책정됐다. 이렇게 되면 공공기능을 담당하는 종합병원이 존재하지 않는 울산과 대전, 광주는 집단감염 사태가 벌어졌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거의 없게 된다. ‘슈퍼예산’이라고 불리는 558조 원에서 공공병원 관련 예산이 15억 원이라니. 왜 이런 예산안이 만들어지고 통과됐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한편 정부는 감염병 상황에서 취약계층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코로나19 시대 지속가능한 돌봄체계 개선방안(코로나19 돌봄 대책)’을 마련했다. 우리나라 영유아와 아동, 노인, 장애인 등에 대한 돌봄 체계는 필자가 각종 토론회와 방송, 칼럼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밝힌 바와 같이 정부의 획일적 기준이 적용되면서 오랜 시간 경직된 문제가 누적돼 왔다. 그러다보니 코로나19 사태 이후 긴급돌봄 수요에 대한 체계적 대응도 어려웠고, 집단서비스와 대면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는 재가서비스와 비대면서비스 개발 역시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결국 이번 대책은 감염병 시대를 경험하면서 기존의 돌봄체계를 재정비하고, 대상자별 서비스를 다양화하는 한편 가정돌봄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거리두기 단계와 지속 기간 등 위험도 종합 평가에 따라 서비스 제공 여부와 방법 등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각 시·도 사회서비스원을 중심으로 긴급돌봄지원단을 설치해서 취약계층 상황에 맞는 긴급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돌봄 공백 발생이 우려되는 사회복지시설과 의료기관 등에 대체인력을 지원하기로 한 내용도 눈에 띈다. 울산시도 사회서비스원 설립 단계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설립 전에라도 이러한 체계를 구축하고 제공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정부 발표 가운데 주목해야 할 지점이 있다. 바로 감염병 시대, 사회서비스와 IT기술은 이제 불가분의 관계라는 사실이다. 아동과 청소년 분야에서는 원격교육이 이미 대세로 자리 잡았다. 노인 분야 역시 비대면 돌봄서비스와 건강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부 정책이 흘러가고 있다. 독거노인 가정과 양로시설 등에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레이더 센서(심박·호흡)같은 비대면 서비스 장비를 보급해서 안전 대응을 강화하고 고독사를 예방해 나가겠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비대면 치매예방과 인지재활 같은 프로그램도 온라인으로 확산시킬 전망이다. 요양시설, 방문간호서비스 스마트협진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인 분야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장애인 복지 영역에서 IT기술을 떼 놓고 고민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거주시설과 재가 장애인 대상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특히 장애인들의 사회활동 가운데 스포츠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스포츠강좌 역시 대면강좌와 함께 실시간 온라인 비대면강좌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특수학교나 특수학급도 맞춤형 원격교육 플랫폼 구축이나 현장 중심 학습 콘텐츠 개발 등을 통해 원격교육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에는 주로 사람들이 직접 제공하던 사회서비스 영역에 본격적으로 IT기술이 접목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 케어) 사업에서도 이러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사회복지 종사자들과 담당 공무원에 대한 IT기술 교육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이제는 노인들을 포함해서 전 세대가 지식정보화 사회에 맞는 새로운 기기를 적정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삶의 질을 높여나갈 수 있게 됐다. 이러한 흐름들을 살펴보니 코로나19에 따른 정부 정책의 그늘과 개선 방안을 두고 양가감정이 일어난다. 현 정부의 정책적 철학이 무엇인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각 분야의 정책과 예산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모순과 격차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진 나은내일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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