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대한 감정

이영선 문화공간 소나무 대표 / 기사승인 : 2020-12-16 00: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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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관리 리더십

인생살이에는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면이 있는데 특히 돈에 대한 스트레스가 생기면 감정 관리를 잘해야 한다. 상대가 저럴 수밖에 없는 사정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요즈음 나는 다른 분들과 같이 운동하면서 다양한 대화를 한다. 그런데 한 가지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어느 집안의 어느 아들이 부모님 집에 와서 방바닥에 칼을 꽂고 재산을 내어 놓으라고 협박을 했다는 것이다. 정말 놀라운 가족 이야기이다. 누군가의 돈에 대한 의존도는 우리를 분노하게도 하고 슬프게 한다. 재산이 없는 엄마를 둔 내 아들은 대학 졸업 후 혼자서 은행 대출을 통해 집을 샀고 결혼식 비용도 스스로 다 해결했다. 그래서 누구네 혼사 때 흔히 말하는 ‘신랑 측에서 아파트를 사주거나 전세를 얻어주거나’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내 가슴이 조금 쓰리고 아프기도 하다. 


내 지인, 그녀의 나이는 사십대 후반이다. 시어머니가 많은 재산을 갖고 있었는데 자녀들에게 미리 증여해 주지 않아서 부잣집 며느리답게 살지 못했다. 그런데 그 시어머니가 재작년에 교통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셔서 갑자기 갑부가 됐다. 며느리는 그 재산을 고맙다고 표현하지 않았다. 오히려 원망했다. 그녀가 아이들을 키우며 힘들 때는 돈이 매우 필요했는데, 이제 그 돈이 있어도 요긴하게 못 쓴다는 것이다. 그녀 역시 그 많은 재산을 두고 암으로 지난여름에 먼 나라로 갔다.


내가 존경하는 어르신이 벼농사를 굉장히 많이 짓는다. 올 가을에 추수한 쌀이 정미소에서 방아를 찧자마자 모두 순식간에 없어졌다. 봄에 모내기를 하고 여름 내내 새벽마다 논에 가서 물을 대며 벼가 자라는 것을 보살피고, 올해 우리 지역에는 풍수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기뻐했다. 그런데 그렇게 애정을 주면서 키우고 추수한 것을 모두 지인들에게 나눠줬다고 한다. 누구에게 줬다고 말하지 않았고 나도 묻지 않았다. 가까이에 있는 이가 농사를 도와주고 그 어르신을 “회장님”이라 부르며 존경하고 따르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런데 이 분이 평소에 외며느리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또 장손에게 시집 온 그 며느리는 설명절과 추석명절에는 친정으로 가버린다. 짓궂은 내가 그 이유를 여쭤보니 “결혼을 했는데 내가 집을 마련해 주지도 않고 전세금도 도와주지 않았으니 당연하지” 하신다. 그 아들은 회장님이 외국에 유학을 보내줘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서울의 좋은 직장에 다닌다. 아버지의 뜻을 잘 받아들여 성실하고 믿음직스럽다. 부모에게 재산이 있지만 미리 자녀에게 주지 않고, 걸음마를 가르치듯 스스로 일어서서 걷도록 처신해야 하는 것을 우리는 알지만 실행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자본주의 세상에서 우리는 자녀들에게 돈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분명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돈이란 현금을 포함해 액수로 표현되는 모든 금액이며 물건을 효율적으로 구매하고 판매하기 위해 사회가 약속해 숫자로 정량화한 가치다. 그 가치를 인쇄해서 물리적으로 표현한 것이 화폐이며 영수증이기도 하고 빚이기도 하다. 이렇게 돈이란 각 경제 주체의 거래 능력을 숫자로 나타낸 추상적인 개념이다. 돈을 통해서 우리의 의식주와 관련된 개인과 기업의 제품이 거래되며, 나아가 국제관계에서 힘의 질서를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돈은 강력한 힘을 갖고 우리 사이에 감정을 해치기도 한다.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은 대인관계에 존재하는 신뢰를 손상시키는 것이다. 좋은 감정은 신뢰의 양이다. 두 사람 이상의 대인관계에서 생기는 감정은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 주고받고 구분할 수 있다. 좋은 감정을 주는 것은 대인관계에 있어 타인에 대해 배려하고 베풀고 신뢰를 쌓거나 회복하는 것이다. 즉 타인의 인심을 얻는 것이다. 우리는 돈과 감정을 어떻게 잘 조화롭게 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돈에 대한 스트레스가 생기면 그냥 참는 게 아니라, 한 차원 승화된 감정 관리를 위해 그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선선히 수용하는 지혜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영선 문화공간 소나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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