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의 농업

정진익 농부 / 기사승인 : 2020-12-23 00: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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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방송에서 좋은 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거기서 건축 전문가가 그 집을 지은 집주인에게 누구나 본능적으로 집을 짓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감탄하는 장면을 보았다. 의식주 가운데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이 먹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누구나 농사짓는 유전자를 가졌다. 사람이 농사를 짓게 된 것이 1만 년 남짓 하지만 우리 유전자 속에는 농사의 유전자가 각인돼 있다. 밭에서 논에서 농사를 지어 먹을 때 경험을 해보면 사서 먹는 것이랑 전혀 다른 느낌이 온다. 이는 일상생활에서 오는 감동과 다르다. 예술에서 오는 감동과도 또 다르다. 자연이 살아있음을 느끼고 자연으로 내 생명을 살리는 묘한 감정을 느낀다.


농사는 생명의 활동이다. 생명을 길러 내 생명을 살리고 다른 이의 생명을 살린다. 생명을 기르는 것이 농사인 것이다. 인간의 기본적인 활동이고 직업이다. 그러기에 유전자에 각인됐다고 표현한 것이다.


현대인의 활동 가운데 농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형편없이 떨어진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조그만 빈틈만 있어도 농사를 짓는다. 아파트 화단에서도 짓고 옥상에서도 짓고 길가의 공터에도 어느새 짓는다. 그래서 우리나라 도시농업이 대단할 것이라 믿는다. 


이런 농업이 과거에는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과거 농업은 뼈 빠지는 일이었고 골병드는 일이었다. 이제는 우리에게 각인된 농업의 유전자를 일깨우는 일은 훌륭한 취미 생활이 될 수 있다. 한편 생각해보면 등산이나 자전거 타기 축구 탁구 등의 취미 생활은 자체로 먹을 것이 생기지 않는다. 그래서 과거 어른들은 비싼 밥 먹고 뭐하는 짓이냐고 나무랄 정도였지만 먹고사는 문제를 벗어나 이제 문화 생활을 누리는 선진국이 되고 취미 생활은 중요한 일이 됐다. 그럼에도 농사는 훌륭한 감동을 준다. 


이제 골병드는 농사가 아닌 문화 생활로서 농사를 생각해보자. 농사를 문화 생활이라고 하면 어색하지만 음식으로 연결하면 음식 문화가 된다. 음식의 기본은 농산물이고 이는 농업과 연결된다. 대통령의 만찬에 독도 새우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이렇듯 새우 하나라도 이야기가 있으면 달라진다. 농업에 이야기를 만드는 일 이것이 문화라고 생각된다. 


대도시와 공존하는 울산 농업의 한 방향을 이러한 문화로 채워보면 어떨까? 농촌체험, 주말농장이 시발이라 생각된다. 누구나 쉽게 농사를 할 수 있게 농지를 빌리는 것, 반납하는 것, 농사를 짓는 것, 농산물을 수확하는 것을 손쉽게 하는 농지은행, 농기계, 수리센터, 농기계, 임대사업소, 저온창고 등을 묶어 한곳에서 해준다면 쉽게 농사에 접근할 수 있고 개인과 협동조합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농업 주체들이 나타나리라 믿는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은 먹어야 한다. 이 먹거리는 대부분 농사를 통해서 얻어진다. 수동적으로 마트에서 사 먹는 것에서 일부는 내가 직접 길러서 먹는 즐거움은 21세기인 지금도 유효하다. 직접 길러 먹는 신선함, 내 땀과 자연 이런 것들은 같은 것이 없는 유일한 것이기에 내가 만든 농산물 하나하나가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것이 음식으로 만들어지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통로가 되고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즐기는 농업은 우리에게 새로운 일거리가 되고 문화가 된다. 나를 위해 내 몸을 움직이고 자연과 더불어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야 만들어지는 농업은 4차 산업의 빠른 속도와 인간소외를 상쇄하고 치유와 안식을 줄 수 있다. 모든 것을 다해주는 왕이 행복하지 않은 것처럼 기계가 모든 것을 해주는 시대가 도래하면 도래할수록 인간의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중요한 시대가 역설적으로 된다. 지금도 일과 운동은 다른 개념이고 다른 가치가 있지 않은가. 


우주인들의 음식이 일반화될 수 없다는 것은 먹방 시대가 도래한 것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세상이 자동화할수록 인간적인 것이 그리워진다. 농업이 가장 그리워질 것이다. 


정진익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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