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설명으로의 추론

김민우 취업준비생 / 기사승인 : 2020-12-23 00: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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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변호사 신분으로 택시기사를 폭행한 사건이 알려졌다. 예전 같았으면 정무직인 법무부 차관의 도덕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즉각 사퇴했을 거다. 하지만 이번 정부에 그런 도덕성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위법만 아니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법원의 유죄 판결도 큰 문제는 아니다. 검사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무리한 기소를 했고, 그것을 막아야 할 법원이 제 역할을 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을 개혁하고 법원을 개혁하면 해결될 일이다.


조국 사태 이후 공직자의 도덕성 기준이 희미해진 것도 문제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검찰 개혁의 실체가 무엇인지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경찰은 이용구 차관의 폭행 사건을 ‘내사종결’ 처리했다. 헌법재판소의 판례를 근거로, 이용구 차관의 사건이 “공중의 교통안전과 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없는 장소에서 계속적인 운행의 의사 없이 자동차를 주·정차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봤다. 즉 아파트 단지 내는 위험한 곳도 아니며, 피해자인 택시기사가 이 차관을 마지막으로 퇴근하려 했다고 본 것이다. 해당 판례는 법률 개정 전의 것이고 입법 취지를 더욱 명확히 한 현재의 특가법을 적용하면, 이용구 차관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지 안이라고 해도 자동차가 위험한 물건인 것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건이 그동안 검찰 개혁의 근거로 내세우던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와 근본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죄를 지은 사람이 벌을 받게 해야 한다는 ‘법 앞의 평등’이 진정한 개혁의 목적이었다면, 최소한 개혁의 주체인 차관 자리에 이런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 개정된 수사권 조정안이 실행돼 경찰에 대한 검찰의 견제가 약해지면,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기 더욱 쉬운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제까지 제기된 반대 목소리를 그저 적폐의 반발로 치부하고 ‘개혁’한 결과다. 


검찰 개혁은 논리적 일관성을 잃었다. 사실 검찰 개혁이 진정성을 잃은 건 오래 전의 일이다. 적폐 청산 수사 중 수사대상이 사망해도 피의자 인권은 안중에 없었으며, 되레 수사를 이끌던 윤석열을 총장으로 임명했다. 그러다 자신들이 수사 대상이 되자 윤 총장을 다시 비판한다. N번방 사건 때도 마찬가지다. 포토라인 폐지의 최초 수혜자였던 조국 전 장관은 조주빈의 신상 공개가 논란이 될 때, SNS에 근거 법률을 제시하며 신상공개가 가능하다고 했다. 성범죄자를 포토라인에 세워 얼굴을 공개하는 것이 공익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최선의 설명으로의 추론(inference to the best explanation)’이라는 것이 있다. 현상을 설명하는 가설을 채택할 때, 경쟁가설 중 가장 설명력이 높은 가설을 채택하는 추론 방식이다. “법 앞의 평등, 피의자 인권 등 사법정의를 위해서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는 가설은 논리적 일관성을 잃었다. 논리적 일관성을 상실한 가설은 설명력이 없다. 남은 경쟁 가설 중 현상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은 “정권의 이익” 또는 “당의 이익”이란 가설이다.


최근에는 정치에 환멸을 느낄 때가 많다. 어른들이 왜 “그 놈이 그 놈”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김민우 취업준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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