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는 왜 상류사회에 몰입하는가? <원 더 우먼>

배문석 / 기사승인 : 2021-10-19 00:00:16
  • -
  • +
  • 인쇄
미디어 평

<펜트하우스> 시리즈를 잇는 부유층 소재 드라마 성공기

 

조폭 행동대장의 딸에서 비리 검사로 신분 상승한 조연주(이하늬). 그녀는 교통사고로 기억상실이 된 후 난데없이 재벌가 며느리에 재벌그룹 대표이사 강미나(이하늬)로 한 번 더 상승한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은 도플갱어. 성격만 빼고 모든 게 똑 닮았다. 결국 자신이 강미나라고 생각하고 재벌가 며느리의 삶을 잠시 살아보기로 한다. 그러나 웬걸. 상류사회 일원치고 별 볼일이 없다. 시댁에서는 온갖 집안일을 담당하고, 새벽부터 몇 번의 아침상을 차리며 시댁 식구들을 떠받들어야 한다. 

 

 


한주그룹 회장인 시아버지 한영식(진국환)은 유민그룹 상속녀인 며느리가 지닌 재산을 갈취할 생각뿐이고 시어머니와 시누이들 역시 사람 취급을 안한다. 게다가 남편 한성운(송원석)은 불륜녀를 집 앞마당에 들일만큼 뻔뻔한 남자로 결혼은 그저 재벌 가문끼리 계약일 뿐 아무런 애정이 없다. 


그런 강미나를 구원해주는 인물은 한주그룹 경영권 다툼에 아버지를 잃고 외국을 떠돌다 돌아온 한승옥(이상윤). 그는 양아버지 덕분에 유민그룹의 최대주주로 금의환향했고, 아버지의 사망사건을 재조사하면서 한주그룹을 옥죄는 과정에 강미나가 조연주라는 사실을 알고 연대전선을 친다. 그리고 조연주는 모든 기억을 되찾고 열혈 검사이자 재벌 회장이란 두 가지 신분을 갖게 된다.

 


<원 더 우먼>. 풀어놓고 보면 꽤 복잡해 보이는 구조를 지녔다. 도플갱어로 신분이 바꾸는 예전 동화 <왕자와 거지>도 떠오른다. 거기에 기억상실, 재벌가의 음모, 검찰과 재벌의 야합, 상속 분쟁, 조직폭력배 등 우리가 흔히 잘 알고 있는 온갖 설정이 범벅돼 있다. 그렇게 조금 복잡한 뻔한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거기엔 제목을 통해서도 보여주듯 ‘우먼’ 여검사이자 여재벌의 속 시원한 활극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중 삼중의 덫이 없는 대신 조연주와 강미나를 합체해 정의구현하는 ‘사이다’ 광폭 행보가 있을 뿐이다.


게다가 제법 화려하고 또 제법 웃기다. 과장된 설정이긴 하지만 조연주의 막힘없는 언변으로 벌어지는 상황들이 그렇다. 여기엔 두 역할을 잘 소화하는 이하늬가 한몫해주기 때문이다. 이하늬는 영화 <극한직업>(2019)으로 미스코리아 출신으로 미모를 담당하는 여자배우가 아니라, 입담과 액션 모두 수준급인 전천후 배우로 변신에 성공했다. 이번 드라마도 그 연장선에 있다. 

 


오히려 아쉬운 것은 악역들이다. 한주그룹에서 가장 야욕이 큰 한성혜(진서연)가 그나마 강력한 흑막을 자처하지만 내공과 지략에서 모두 밀리는 형세다. 게다가 재벌과 붙어먹은 검사장은 가면 갈수록 허당이고, 재벌 손에서 놀아나는 사기꾼들도 예리한 맛이 하나 없다. 그러니 결국 ‘원더우먼’이 나가는 길에 허수아비처럼 후드득 무너질 형국이다. 

 


전체 16부로 예정된 진행 중 과반을 훌쩍 넘어 <원 더 우먼>은 빠르게 종국으로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모든 것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될 것이다. 다만 이 모든 결과로 상류사회는 바뀌는 게 없고 더욱 화려하게 나아갈 것이라는 점. 그 과정에서 조주연도 강미나도 ‘원더우먼’으로 보란듯 영웅이 되어 개선할 것이다. SBS는 이 드라마의 성공으로 상위 1% 세상 속 더러운 욕망을 막장으로 그린 <펜트하우스> 시리즈에 이어 또 한 번 상류사회라는 소재로 만찬을 차린 셈이다.


배문석 시민기자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오늘의 울산 이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