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경 인문강좌] 1년 동안 니체…<도덕의 계보>(3)

최미선 전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대표 / 기사승인 : 2020-12-16 00: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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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TV 지상중계

루나와 리브의 니체 썰전
책을 좋아하는 루나와 철학을 가르치는 리브가 벌이는 흥겨운 철학 수다


Q 니체의 계보학적인 방법론이란?

루나: 계보는 니체가 만든 독특한 방법론인가?


리브: 계보학적인 방법론을 니체가 어떻게 접했는지는 잘 모르겠어. 그러나 진리를 탐구하는 계보학적인 방법론은 니체가 갑자기 떠올린 발상은 아니야. 내가 준비해온 게 있어. 니체가 20대 후반에 쓴 짧은 논문이야. 이 논문은 니체가 써놓고 출간하지 않았는데 니체가 죽기 몇 년 전에 여동생에 의해서 출간됐어. 이 논문이 중요한 이유는 이미 20대에 니체가 사람들이 옳고 그르다는 것의 배후를 캐물으려는 경향이 나타나 있기 때문이야. 


루나: 지층을 계속해서 파 내려가려고 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거지?


리브: 사람들이 옳고 그르다는 것이 어떻게 형성됐는가를 추적해가려는 태도를 이 논문에서 보여주고 있어. 지금부터 읽어 줄 구절은 굉장히 유명한 구절이야 진리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20대 때 폭로하는 구절이야.

<비도덕적 의미에서의 진리와 거짓에 관하여>


진리는 무엇인가? 유동적인 한 무리의 비유, 환유, 의인관들이다. 간단히 말해서 시적, 수사학적으로 고양되고 전용되고 장식되어 이를 오랫동안 사용한 민족에게는 확고하고 교의적이고 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인간적 관계들의 총계이다. 진리는 환상들이다. 진리는 마멸되어 감각적 힘을 잃어버린 비유라는 사실을 우리가 망각해버린 그런 환상이며, 그림이 사라질 정도로 표면이 닳아버려 더 이상 동전이라기보다는 그저 쇠붙이로만 여겨지는 그런 동전이다.

리브: 굉장히 유명한 구절이지. 사람들이 진리라고 불렀던 것은 인간이 삶에서 유용하기 때문에 만들어낸 것에 불과한데 그 기원을 망각하고 마치 진리 그 자체가 어디에 있는 것처럼, 플라톤의 이데아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본질이 어디엔가 있는 것처럼 여긴다는 것이지.


루나: <도덕의 계보>에 대한 총체적인 내용인 것 같아.


리브: 그런 사고방식을 이미 20대에 니체가 하고 있었다는 거지. 비록 계보학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을 뿐이지 그런 사고방식을 이미 가지고 있었기에 불과 한 달 만에 <도덕의 계보>를 완성할 수 있었지.

Q. 죄를 갚아라 처벌로

루나: 니체는 죄와 처벌의 기원을 채무–채권자의 관계로 보고 있어, 경제적 논리를 가지고 와서 죄와 처벌에 적용하고 있어.


리브: 죄와 벌 개념을 채무-채권 관계로 설명하는 것도 하나의 가설이야. 죄를 지은 사람은 당한 사람에게 일종의 빚을 진 것이라는 것이지. 독일어에 죄에 해당하는 단어가 shuld슐트야, 빚이라는 독일어 단어가 shulden이야. 흥미롭지. 독일어에는 죄에 해당하는 단어와 빚이라는 단어가 어원적으로 유사해. 벌을 가한다는 것은 마치 빚을 진 사람에게 ‘빚을 갚아라=벌을 받아라’의 관계로 볼 수 있다는 거지. 니체가 이 개념으로 기독교의 대속자 개념을 비난하는 데 응용하지. 


루나: 대속자가 대신 빚을 갚아 줬다는 의미지? 기독교에서 예수가 우리의 빚을 대신 갚아 줬잖아. 그래서 우리가 영원히 빚을 갚을 길이 없어. 그러면 우리는 영원히 채무자인가? 아니면 예수가 빚을 갚았기 때문에 우리에겐 빚이 없는 건가? 


리브: 독자 여러분이 갑자기 왜 채무-채권 관계가 나오지?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어. 


루나: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느냐.


리브: 니체는 이것을 응용해서 기독교라는 사상이 얼마나 악랄한 종교인가를 폭로하려고 하는 것이야. 기독교는 노예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 낸 악의 꽃이야. 이런 악의 꽃이 도대체 왜 피어났을까? 이것을 니체는 채무-채권 관계로 설명하는 것이지. 기독교는 우리 인간을 태어나는 순간부터 빚더미에 올라있는 존재로 만들어 버려. 


루나: 그렇지 원죄라는 개념으로.


리브: 사실 죄를 범한 건 아담과 이브인데, 태어나보니 빚더미에 올라있어. 니체 생각은 이것이 얼마나 악랄하냐는 것이지.


루나: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졸업하자마자 빚쟁이가 되어버리는 것처럼.


리브: 기독교 논리를 이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애초에 원죄를 통해서 빚더미에 오른 존재다. 그런데 인간은 감히 그 큰 죄, 즉 하느님과 깨져버린 관계를 회복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회복할 수가 없어. 빚을 탕감할 수 없어. 빚을 탕감해 줄 영웅이 필요하게 되지. 


루나: 그 영웅이 예수네.


리브: 예수는 하나님으로부터 진 빚을 탕감해주는 존재지.


루나: 그럼 빚이 없어졌네.


리브: 없어졌지. 니체는 이것을 ‘쑈하고 있네’ 이렇게 본 거야. 빚더미에 올려놓고 탕감해주는 영웅이 나타났다? 니체 생각으론 짜고 치는 고스톱인 거지. 


루나: 니체의 관점으로 보면, 기독교의 신은 부채 감정의 최고의 형상화로 볼 수 있겠네.

Q 죄를 누가 지었나

루나: 기독교 신과 그리스 신은 성격이 달라. 니체는 그리스 신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반면에 기독교 신은 맹렬히 비난하고 있어. 그리스 신은 인간이 죄를 지어도 인간의 죄를 떠안는다는 것이 니체의 주장이야. 예로 인간이 어떤 죄를 지었을 때, 아테네 신이 시켰어라고 하면서 인간의 죄를 신에게 떠넘겼다는 것이지. 그리스 신들이 이렇듯 인간의 죄를 떠안은 반면에 기독교 신은 인간을 죄인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니체의 주장이야.


리브: 개인적으로 니체를 만난다면 물어보고 싶어. 당신은 신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없다고 생각하느냐? 니체가 무신론자처럼 보이지만 신 개념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아. 니체의 기준은 신이든 뭐든 간에 나에게 좋은 것이냐 나쁜 것이냐로 보는 거야. 그런 점에서 봤을 때, 그리스 신은 좋은 것이지. 그리스인이 자신의 실수에 대해 신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것이 아니라 실수 등 내 삶의 결과를 긍정하겠다는 것이지. 도피하지 않겠다. 받아들이고 인정하겠다는 것이지. 그리스 신과 함께 살아갔던 그리스인이 자신의 운명을 긍정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긍정한다는 것이지. 다른 삶을 추구하지 않고. 니체가 보기엔, 기독교 신은 사람을 빚쟁이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지. 그리고 자신이 빚을 탕감해주겠다고 하는 것이라는 거지. 사람에게 양심을 심어주고 원죄를 심어주고 하느님이 창조주기 때문에 그분의 심판을 두려워해야 하고 항상 머리를 조아려야 하고 겸손해야 하고 너 자신을 비워야 하는 것이지. 니체가 보기엔 기독교의 믿음 체계는 삶의 의지라고 하는 힘을 쭈욱 빼버리는 거지. 정신적인 의미에서 늙어버린 것이지. 니체가 봤을 때, 기독교는 흡혈귀 같은 존재라는 것이지. 안 좋은 종교라는 것이지.


루나: 우리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니체가 그 근원을 파보니 좋음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고 악함이나 원한에서 출발한 것이 많다, 우리가 맹목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재검토해봐야 한다, 가치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재검토해봐야 한다는 게 니체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거지?


리브: 니체가 지금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느냐를 잘 살펴봐야 해. 이건 과학이 줄 수 없는 메시지야. 니체의 메시지는 “그것이 전통과 관습일지라도 내 삶을 창조하는 데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면 나쁜 것”이라는 것이지. 그렇다고 니체가 범죄를 용인하는 것은 아니야. 그것으로부터 결별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고 그 용기로 삶을 당당하게 살라는 메시지야.


루나 : 그것이 강자고 귀족 정신이지.


최미선 전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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