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의 눈물

정익화 울산생활과학고 교사 / 기사승인 : 2020-12-17 00: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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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여행

사공의 뱃노래 감을거리며 삼학도 파도깁히 숨어드는ㅅ대
부두의 새악씨 아롱저진 옷자락 리별의 눈물이냐 목포의 서름

삼백련(三栢淵) 원안풍(願安風)은 로적봉 밋헤 님자최 완연하다 애닯흔 정조
유달산 바람도 영산강을 안으니 님그려 우는마음 목포의 노래

깁흔밤 ㅅ조각달은 흘러가는데 엇지타 녯상처가 새로워진가
못오는 님이면 이마음도 보낼것을 항구의 맺는절개 목포의 사랑


위 가사는 1935년 오케레코드에서 발매한 음반의 가사지에 쓰인 당시 표기법 그대로 적은 내용입니다. 2절 가사의 “삼백연 원안풍”은 당시의 SP음반을 들어보면 “삼백년 원한품은”으로 들리는데 “삼백년 원한품은”이라는 가사를 검열을 피하기 위해 둘러댔다고 전합니다. 임진왜란 겪은 지 300년 지나 일제강점기에 접어 들은 한을 표출했다고 하는데 2박자의 전형적인 엥카(演歌) 양식인 왜색풍의 단조 5음계 트로트(Trot) 노래여서 씁쓸합니다. 울산 출신의 고복수가 부를 뻔했는데 목포 출신 가수가 부르는 것이 낫겠다고 여겨 십대 소녀가수 이난영의 노래로 취입이 됐다고 합니다. 

 


이난영은 1939년에 결성돼 1945년까지 활동한 우리나라 최초의 걸그룹이라고 평가받는 ‘저고리 시스터즈’의 리더로서 <오빠는 풍각쟁이야>로 유명한 박향림, <연락선은 떠난다>의 장세정, 민요가수 이화자 등으로 구성된 4인조 걸그룹인 조선악극단 소속의 ‘저고리 시스터즈’의 멤버로도 활동했습니다. 그 후 이난영의 자녀 두 명과 조카로 이루어진 ‘김시스터즈’가 1960년대 미국에서 활동한 것도 우연이라고 할 수는 없겠습니다. 김시스터즈는 <에드 설리번 쇼>라는 토크쇼에 비틀즈보다 많이 출연하고 엘비스 프레슬리의 데이트 신청도 거절할 정도로 폭발적인 한류 바람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유달산에는 1969년 대중가요 최초로 건립된 이난영 노래비가 있습니다. 목포를 대표하는 노래인 목포의 눈물을 기리는 목포 시민들의 애정을 표현한 노래비인데 역사적인 사실을 알 수 있도록 친일에 대한 설명을 덧붙인다면 좋겠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신춘엽서> <이천오백만 감격> 등 조선의 청년들을 전쟁판, 죽음의 현장으로 몰아넣고 일본 천황을 숭배하는 노래를 부르며 친일가수로도 활약한 사실을 잊지 않도록 일깨우는 면도 필요하리라 봅니다.

 

노래 가사에 나오는 삼학도에는 이난영 공원이 조성돼 있고 이난영 나무라고 이름 붙인 배롱나무 아래에는 이난영의 유해를 이장해 수목장을 조성했습니다. 유달산 노래비에 이어 삼학도에 이난영 공원을 만들고 생가터에는 작은 소공원을 만들 정도로 목포 시민의 사랑을 많이 받는 가수이기 때문에 역사의 과오를 정확하게 알리는 작업이 중요하리라 생각합니다. 대중 음악계의 천재라 할 수 있는 남편 김해송이 한국동란 때 실종된 이후 가왕 남인수와 사실혼 관계를 맺었다가 남인수 사후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 개인사는 별개라 하더라도 말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애창곡이기도 했고 해태 타이거즈 팀의 응원가이기도 했습니다. 전라도 관중들은 이 노래를 부르면서 엉엉 울었다고 하는데 호남인의 한이 맺혔다고 볼 수 있겠지요.


야구 경기가 7,8회에 지고 있을 때는 <목포의 눈물>, 이기고 있을 때는 <남행열차>를 목이 터져라 불렀다는 일화도 전합니다. 호남평야의 곡창 지대이며 서해와 남해의 각종 생선이 포구로 몰려들던 목포는 일제가 강점하기 전부터 예술과 문화가 발달한 예향이었으며 공출이라는 명분으로 쌀을 수탈하는 대표적인 항도였습니다. 


<목포의 눈물>은 대중 가요사에 이난영 풍의 트로트를 정착시키는 노래이기도 하지만 “일제하 우리 민족의 망향가이자 해방 후에는 전라도 사람들의 시름가이기도 하고 광주항쟁을 겪으며 민주화 시대에는 남도민의 진혼가이기도 했다”라는 말이 어울리는 대표적인 남도의 노래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정익화 울산생활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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