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울산의료원

조용선 우정병원 원장 / 기사승인 : 2020-12-23 06:3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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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들여다보기

이달 초 한 요양병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울산시는 즉시 코호트 격리로 대응했다. 코호트 격리 중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구분했다고는 하지만 의료진은 한 데 모여 식사하고 환자의 목욕을 함께 도왔다고 한다. 결과는 대상 격리자 343명 중 20일 현재 238명이 감염돼 70%가 확진됐다. 동시에 지역사회 안에서도 환자가 계속 발생해 입원하지 못하고 대기 중인 환자가 52명이나 되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대기하다 사망하는 환자도 발생하는 상황이 됐다. 


울산대병원만으로는 지역에서 발생하는 환자를 수용할 수가 없어 지역 내 민간병원으로 전원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고 타 지역으로 환자를 보내지만 전국적인 대유행으로 이마저도 쉽지는 않다. 경기도에서는 한 민간병원이 병원 전체를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전환해 미담이 됐지만 민간병원의 선의로만 현재 상황을 해결할 수는 없다.


지난주 정부는 감염병에 대한 효과적 대응 및 지역 필수의료 지원을 위한 공공의료체계 강화 방안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공중보건 위기에 대응할 의료 인프라를 확충해 지역별로 질 좋은 공공병원을 만들어 지역의료 격차를 완화하겠다는 내용이다. 2025년까지 현재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 중인 부산서부권, 대전동부권, 진주권 지방의료원 3개를 신축하고 이외에도 진료권 내에 적정한 공공병원이 없고 신축 필요성이 높으며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수립된 경우에는 필요하다면 절차를 간단하게 해 지원하겠다고 한다. 


울산시는 정부에 설립 예정인 산재전문 공공병원으로는 감염병 대응이 어려우니 ‘공공의료원’ 건립을 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까지도 산재전문 공공병원이라도 필수 공공기능을 강화해 공공병원의 기능을 할 수 있다고 강변했던 사실을 떠올린다면 입장의 변화가 의외지만 반가울 따름이다. 지금이라도 산재병원으로는 이러한 공공보건의 위기를 돌파하고 그 외의 공공의료 수요를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은 다행이다. 


그런데 ‘공공의료원’이란 단어가 모호하다.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한 공공의료기관에는 국립대학병원, 국립중앙의료원, 적십자병원, 보훈병원, 산재병원, 원자력의학원, 국민건강보험공단병원, 지방의료원 등이 있다. 대통령과 시장이 약속했던 울산 공공병원은 시민의 염원과는 달리 이미 산재전문 공공병원으로 구체화됐다. 울산 ‘공공의료원’이라는 표현은 또 한 번의 오독의 우려가 있다. 전체 시도를 고려해야 하는 중앙정부의 입장에서는 울산은 이미 산재전문 공공병원을 짓기로 했는데 또 웬 공공병원이냐 주장을 할 수 있고, 법에 정해져 있는 공공의료기관에는 ‘공공의료원’이라는 형태는 없다. 도대체 뭘 원하는지 알 듯 말 듯 혼란스럽다. 


그렇다면 국립대학이 없는 울산에 지을 수 있는 공공의료기관은 적십자병원, 보훈병원, 산재병원, 원자력의학원, 건강보험공단병원, 지방의료원 등이 될 수 있다. 적십자병원은 1960년 거창적십자병원 이후에는 새로운 병원을 짓지 않고 있다. 보훈병원은 산재병원과 비슷하게 특수 집단을 우선으로 하는 공공병원이고 산재병원은 이미 짓기로 했다. 원자력의학원은 가까운 기장에 있으니 곤란하고 건강보험공단병원은 한 때 공단의 재정이 넉넉할 때 나왔던 선택 중의 하나였지만 지금은 문케어로 재정이 상당히 소진된 상태며 지방에 지어진 전례가 없다. 지방의료원이 남는다. 지방의료원의 명칭은 해당 지방의료원을 설립한 지방자치단체의 명칭에 ‘의료원’을 붙여서 사용해야 한다고 법으로 정해져 있어서 울산의 지방의료원은 울산의료원이 된다. 그러니 울산에 ‘공공의료원’을 건립해 달라는 요청은 정확하게는 ‘울산의료원’ 건립을 해 달라는 요청이다. 


문제는 지방의료원의 설립은 지방자치단체만 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러니 정부에 대고 ‘울산의료원’을 건립해 달라는 요구는 법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다만 정부는 국고를 지원할 수는 있고 현행법상으로는 울산광역시의 경우 신축비용의 50%를 지원받을 수 있다. 결국 울산시가코로나 위기 상황에 대응하고 울산시민의 건강과 공공보건을 위해 울산의료원을 짓겠으니 정부가 건립을 도와달라고 해야 하는 것이다. 시가 주체가 돼 울산의료원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시민의 요구를 모아 정부를 설득해 울산의료원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코로나19의 기세가 무섭다. 올 겨울 시민들은 공공병원 없이 대유행을 견뎌 내야 한다. 코로나가 거셀수록 시민들의 울산의료원에 대한 염원은 커질 것이다. 아 참 그런데 정부의 내년도 공공병원 신·증축 예산은 0원이다. 


조용선 우정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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