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강제하고 있는 학교의 변화

도상열 두동초등학교 교사 / 기사승인 : 2021-01-07 00:00:46
  • -
  • +
  • 인쇄
교육 톺아보기

아이들에게 지난 한 해를 세 단어로 나타내라고 했더니 코로나, 마스크, 원격수업이라고 답했다. 이 특별한 체험을 세계 모든 아이가 함께하고 있으니 새로운 문화 코드를 가진 새로운 인류가 만들어지는 중이다. 이 아이들이 지금의 세계를 어떻게 형상화하고, 어떤 정서로 채색하고, 어떤 미래를 상상하느냐 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문화인류학자들이 코로나 이전과 이후는 완전히 다른 세계일 것이라고 말할 때 이해가 잘 되지 않았는데 1년간 코로나와 씨름하며 원격수업을 진행하면서 그들의 말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코로나는 우리의 일상을 디지털 세계로 몰아가고 있다. 학교에서의 수업도 디지털 세계에서 이뤄지고 있으니 가히 혁명적인 변화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수년이 걸려도 지금처럼 완벽하게, 전 학교에서 원격수업이 이뤄지게 하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심지어 원격수업은 학부모와의 상담, 교육계획 수립을 위한 토론회, 교직원 회의까지도 원격으로 이뤄질 수 있게 만들었다. 이런 변화는 사회 곳곳으로 확산해 개인적인 모임, 독서토론회, 초청강연회까지도 화상으로 이뤄지게 하고 있으니 문화사적으로 보면 혁명적인 변화다.


지난해 울산교육연구소에서 저자와의 만남을 줌으로 한 적이 있다. 책을 먼저 읽고 쟁점을 뽑아 회원끼리 먼저 토론한 후 저자와 줌에서 만나 대화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저자와 참가자 모두 만족한 시간이었다. 저자와 참가자 모두 오가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고 우리는 쉽게 모실 수 없는 저자와 깊이 있는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학교에서는 2021년 교육계획 수립을 위한 토론회를 줌으로 했다. 교직원, 학생, 학부모들이 함께 참여해 학교 교육활동과 학생자치회, 학부모자치회 활동을 공유하고 2021년 교육계획에 반영해야 할 사안을 주제로 토론했다.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학생과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원격수업은 대면 수업만큼 교육적 효과가 높지 못하다. 동기부여가 부족하고 친구들과 대화하고 토론하며 자극을 받는 환경을 만들기 어렵고 학습활동에 관한 확인과 피드백이 실시간으로 이뤄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이 형성되지 못한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에는 심각한 학습결손이 우려된다. 언어발달, 수학 개념의 형성, 공간 지각력 및 신체기능의 발달 등 여러 영역에서 학습결손이 나타날 것이다. 익혀야 할 때 익히지 않으면 그 기능은 잘 자라지 못한다. 코로나로 인한 학습결손의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생명과 안전이 우선이기에 이 문제가 크게 보이지 않을 뿐이다.


올해도 학교는 원격수업의 가능성과 한계 사이에서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롤러코스터 타듯이 오가며 몸부림칠 것이다. 하지만 불규칙한 흐름을 미리 예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난해와 다르다. 해서 목표와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코로나 상황에 맞는 교육목표와 교육 방향을 설정하고 교육청과 학교가 함께 힘을 모은다면 울산교육은 위험을 최소화하고 가능성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원격수업의 가능성을 적극 활용하고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울산교육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코로나 상황이 비상 상황인 만큼 선생님들은 수업 준비와 교육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보자. 그렇게 하기 위해선 교육부와 교육청이 교육목표와 교육 방향을 코로나 상황에 맞게 과감하게 수정하고 반드시 해야 할 목표치는 명확하게 하되 학교 재량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형식적인 업무계획 세우기, 보여주기식 통계, 가시적인 성과물 작성에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해 교사들이 아이들 교육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자. 형식적인 계획 세우기로 가장 많이 지적되는 분야가 ‘범교과’와 ‘안전교육’ 영역인데 교육청 차원에서 코로나 상황에 맞는 예시 만 학교에 보급하고 형식적인 보고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청 담당자마다 업무 보고를 받지 말고 교육청 차원에서 업무를 구조화해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오래 누적돼온 문제라 교육청의 업무 담당자가 서로 협력하고 창의적으로 융합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교육청이 먼저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학교의 변화를 추동해야 설득력이 있다. 


지난해처럼 원격수업에 필요한 콘텐츠를 최고의 수준으로 만들어 현장에 보급하고 ‘거꾸로수업’과 같은 방법을 교사들이 적용할 수 있도록 학교 안과 학교 밖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연결해 스스로 탐구주제를 찾아 연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 


2021년 울산교육의 성패는 1월과 2월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교육청과 학교가 협력해 과감한 변화를 이뤄보면 좋겠다. ‘본질적인 교육활동만 남기고 형식적인 업무는 과감하게 없애 보자.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보자’. 교사로서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기도 하다.


도상열 두동초 교사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도상열 두동초등학교 교사
뉴스댓글 >

오늘의 울산 이슈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치

+

경제

+

사회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