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와 자살위험, 커뮤니티 케어로 극복하자

이승진 나은내일연구원 이사 / 기사승인 : 2020-12-23 00: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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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울산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지 오래다. 감염병 스트레스에 따른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표현하는 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나타나는 가족 간의 갈등이나 자가격리에 의한 감정변화 역시 코로나 블루라고 할 수 있다. 눈에 띄게 늘어가는 아동학대 원인으로 주목받기도 한다. 버스나 지하철같이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때 이런 민감도는 더욱 높아진다. 주변 모든 사람을 경계하고, 의심해야 하는 상황에서 상호 신뢰와 공동체 의식이 해체되고 있다. 


통계적으로는 젊은 층이나 여성에게서 더 많이 나타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개한 ‘코로나19로 인한 국민의 의료이용 행태 변화’에 따르면 우울증 등 기분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공개 당시 기준으로 71만 명이었다. 전년도에 66만 명이었으니 7.1% 증가한 것이다. ‘기분장애’는 ‘스스로 기분이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서 비정상적인 정서 상태가 지속되는 장애’를 말한다. 이 가운데 우울증으로 인한 고통에 취약한 사람들이 젊은 여성들이었다. 19~44세 사이의 여성 환자가 작년보다 21.6%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는 같은 연령대의 남성 환자 증가율이 11.2%라는 사실과 비교해 봤을 때 두 배 가까운 수치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2020 건강투자 인식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20대 여성 56.7%, 30대 여성 50.5%, 60대 여성 57.9%가 코로나 블루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20대 여성의 절반이 코로나 블루의 원인으로 ‘외출과 모임 자제로 인한 사회적 고립감’을 꼽았다. 실업과 소득 감소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도 자살위험을 부추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업계의 강제 휴직과 생활고에 20대 승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충격을 주기도 했다. 전세로 얻은 원룸의 대출 원리금조차 갚지 못하는 상태였고, 유서에는 자신의 장기를 기증해 달라고 남겼다. 한 청년의 꿈과 삶이 그렇게 사라졌다.


젊은 여성들에게 코로나 블루가 더 많이 나타나는 이유가 뭘까? 학자들은 여성들의 감성지수를 꼽았다. 호르몬의 특성을 주목한 것이다. 이런 표현은 성차별이나 성역할을 강제한다는 위험성이 있으나 유엔에서도 코로나19 위협의 하나로 여성이 감염병 같은 재난에 더 취약하다고 밝혔다.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대면 서비스직’에서 여성들이 일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이후 이 직종에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세상이 달라졌다고 해도 여전히 여성들에게 ‘양육과 가사 부담’이 가중되는 것도 현실이다. 경제활동은 더 제약받게 되고, 이에 따른 갈등이 가정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개인이 겪는 모든 상황을 성별과 연령으로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아무래도 젊은 여성층이 실업과 양육, 가사 스트레스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더욱 심각한 지표는 ‘자살위험’에서 드러난다. 우울증 환자의 자살위험은 20배나 높게 나타났다. 우울증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중증 난치성 우울증 환자의 자살위험은 일반 우울증 환자보다 7배나 높다. 보건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9~2020년 상반기 자살 현황’에 따르면 여성 자살률이 지난해 대비 43%나 급증한 것으로 보고됐다. 작년 기준으로 6468건이었던 자살 예방 상담 건수가 올해 비슷한 시기에는 1만7012건으로 폭증했다. 코로나 블루에 따른 적색경보가 나타나는 것이다. 


정부도 이런 현실을 감안해서 코로나 블루에 대한 정신건강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우선 우울증 검진체계와 심리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앱을 이용해서 상시적으로 정신건강 자가진단을 할 수 있도록 하고, 현재 ‘10년마다’ 할 수 있는 국가건강검진 우울증 검사를 ‘10년 중 필요할 때 한 번’으로 바꿔 시의성을 높이기로 했다. 자살 예방 상담 전문 인력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는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당사자 동의 없이도 사례관리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연예인들의 경우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과 비공개 심리 상담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젊은 층과 여성들에 대한 별도의 대책도 눈에 띈다. 20~30대 위기 여성 종합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해서 심리·정서 지원을 위한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기로 했다. 무급휴직 중인 청년 여성과 프리랜서 발굴·지원,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인턴제도를 확대한다. 이들의 돌봄 부담을 낮추기 위해 공동육아나눔터 등 대안적 돌봄 기능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울산지역에서도 커뮤니티 케어(지역사회 통합돌봄) 사업 모델을 개발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서도 나타난다. 구청과 군청, 지역 주민들이 함께 시도해 볼 만한 사업이다. 기억하자. 서로가 서로를 돌볼 때 해체되는 공동체 의식을 되살리고, 코로나 블루에 따른 사회적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이승진 나은내일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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