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술의 역사기행] 반구대 암각화2

김문술 / 기사승인 : 2015-10-28 17:12:52
  • -
  • +
  • 인쇄

바위그림은 대개의 경우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반구대 바위그림이 있는 곳은 매우 신성한 장소였다. 당시 사람들은 이곳에서 하늘에 제사를 올리기도 하고, 수호신을 위한 굿을 하기도 했다. 또한 사냥과 고기잡이의 성공과 풍성한 수확을 비는 의례 장소 혹은 사냥 방법과 분배 원칙을 가르치는 교육 장소로도 이용되었다.

12암각화도상

296점에 이르는 바위그림들 가운데 동물상이 65%를 넘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어 사람의 모습이 5%, 배?그물 등 도구를 표현한 것이 4%, 그리고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는 것이 26%를 차지하고 있다.
반구대 바위그림의 중심이 되는 중앙 바위면에 새겨진 그림들을 좀 더 자세히 보도록 하자. 바위 왼쪽 가장자리에는 거북이 세 마리가 자리 잡고 있다. 거북이 그림 오른쪽으로 멀리 망을 보는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사람은 집단의 우두머리 혹은 주술사로 보고 있다. 이 그림 밑으로 여러 마리의 고래들과 함께 그물과 울타리도 보인다. 가운데 부분에는 멧돼지, 사슴, 호랑이, 표범 등이 조각되어 있으며, 오른쪽 아래 부분에 있는 역삼각형의 사람 얼굴이 이채롭다.

반구대 바위그림의 2/3를 넘는 동물 그림은 크게 바다짐승과 육지짐승으로 나눌 수 있다. 64마리에 이르는 바다짐승 가운데 고래가 58마리에 이르러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곳에 있는 고래 그림은 언제부턴가 울산의 상징이 되어 각종 로고, 벽화 등 여러 곳에 사용되고 있어 울산 시민이라면 누구나 친밀감을 느끼고 있다.

반구대 바위그림의 백미라 할 수 있는 고래그림 가운데서도 가장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은 어미고래와 새끼고래가 겹쳐진 그림이다. 이 그림을 새끼 밴 고래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미가 새끼를 업고 수영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옳겠다. 새끼 고래는 30초 이상 호흡을 멈추고 물속에서 지내기 어렵기 때문에 어미 고래가 머리위에 업고 다닌다고 한다. 이 고래는 귀신고래 혹은 쇠고래라고 하며, 한자로는 극경(克鯨)으로 표기한다.

귀신고래라는 이름이 특이하다. 이 고래는 암초와 해초 사이를 헤집고 다니다가 갑자기 물위로 솟구쳐 오르는 등 그 행동이 마치 귀신같이 민첩하다고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울산극경회유해면’의 바로 그 고래다. ‘울산극경회유해면’이란 귀신고래들이 새끼를 낳기 위해 이동하는 경로를 뜻한다. 그러나 지금 울산 앞바다에는 귀신고래가 자취를 감춘 지 이미 오래 되었다. 떠나간 귀신고래가 다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

귀신고래 밑에 있는 여러 고래들 가운데는 사각형의 머리와 가늘고 긴 아래턱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는 향유고래도 섞여있다. 한꺼번에 오징어 3만 마리를 먹어치우는 대식가이기도 한 이 고래는 머리에 많은 기름이 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1시간 동안 6~7번 물 위로 올라오는 혹등고래는 주름이 많은 모습으로 새겨져 있으며, 아래턱이 큰 유선형으로 수증기를 내뿜는 북방긴수염고래, 몸체에 여러 개의 긴 선을 그어놓은 흰긴수염고래, 몸체의 반만 쪼아 새겨 가운데 배가 하얗게 드러난 범고래, 가운데 부분에 굽은 등지느러미를 새긴 참돌고래 등 많은 그림들이 사실적으로 잘 묘사되어 있다.

한편 잡은 고래를 배에 연결해 끌고 가는 기구인 부구(浮具)도 그려져 있다. 부구는 작살에 맞은 고래가 요동치는 충격이 배에 전달되는 것을 완화시켜주는 기구다. 이렇게 여러 종류의 고래들과 부구, 작살, 그물 등 고래잡이와 관련된 조각 그림이 한 곳에 집중되어 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 반구대 암각화가 유일하다.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오늘의 울산 이슈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치

+

경제

+

사회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