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주경 시인의 맛집 멋집 탐방] 수을

황주경 / 기사승인 : 2015-10-28 17:2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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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작부리길 좋아한다. 수작이란 내말에 다들 지레 겁먹지 마시길. 단언컨대 나의 수작질은 술잔을 주고받는다는 원래의 의미를 넘어서지 않는다. 절대로 정치적이거나 음모론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수작질을 좋아한다고 해서 다들 내 주량이 엄청난 걸로 오해 마시라. 가끔씩 폭음에 쩔 때도 있지만 내 주량은 소주 한 병을 잘 넘질 못한다. 모든 주당들이 그러하듯 내게도 단골 수작질 장소가 있었다. 요즘은 바쁘다는 핑계로 찾는 횟수가 뜸해졌지만 불혹 즈음만 해도 일 주일에 두어 번은 꼭 이 집을 찾았다.

‘수을’?은 술의 고어이다. 수을의 주 종목은 ‘황금주’, ‘백련주’, ‘동동주’가 있다. 이집 여 사장님의 남편이 매일 목욕재개하고 맨팔둑으로 술독을 저어 빚는 술이다. 하루라도 이를 거르면 술맛이 달라진다 하니 이 집 술은 한마디로 정성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황금주와 백련주는 청주의 일종인데 황금주는 글자 그대로 누룩 최초의 황금색을 띄고, 백년주는 백년초를 넣어 빚은 술로 마치 농익은 여자의 입술처럼 붉은 빛깔이 곱다.

처음 이 집을 찾았을 때 필자는 황금주를 맛보고서 그 옛날 우리 민초들이 사용한 예주의 재현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네 평범한 조상들은 명문세도가처럼 소주고리에 고급소주는 못 내렸지만 정성들여 막걸리를 담고 그 윗술을 뜬 청주로 제사주, 결혼식 이바지 술과 같은 예주로 사용했다. 딸을 고추당초보다 맵다는 시집에 보내며 이바지 술로 빚은 청주는 어떤 맛이 났을까. 수을의 동동주는 목 넘김이 미끌하다. 운동이나 하산주로 이집을 찾는다면 동동주를 마시라. 혀에 착 감겨 당신의 타는 술허기를 충분히 달래고도 남을 것이다.

황금주, 백년주의 안주로는 보쌈수욕이 제격이다. 식전 안주라면 더욱 좋다. 품질 좋은 고기를 엄선한 관계로 백김치와 무우말랭이무침과 쌈싸먹는 수육의 식감은 쫄깃 고소하다. 간에 좋다는 다슬기찜도 추천할만한 안주다. 사각의 하얀 접시에 기본찬으로 나오는 명태무침, 계란말이, 콩나물국이 정갈하다. 이것만으로도 술시의 안주로 충분하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수을 여 사장님은 넘치지 않고 부족해 보이지도 않는 인상이다. 오래 전 개업할 당시만 해도 손님 걱정에 전전긍긍하시는 모습을 보았는데 요즘은 밀려드는 손님으로 주체를 못하신다. 황금주는 몇 년 전 전국 술 품평회에서 은상을 받았다. 정성으로 술을 빚은 결과라 생각된다. 이 집을 들릴 때마다 필자를 백년손님 사위 반기듯하는 중년의 여사장님은 복을 타고나신 분이 틀림없다.

어느 해 봄날 수을 마당에 홀로 앉아 황금주 술잔에 매화 한 잎 띄운 사진을 멀리 있는 친구에게 보낸 기억이 있다. “친구야! 함께 마시고 싶구나.”


울산 남구 월평로227번길 14 (T. 276-0083)



정정합니다. 쓰담 4호 7페이지에 가게 이름 '수을'이 '수울'로 잘못 표기되어 인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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