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밥상] 날씨가 차가워지면 처마 밑에 곶감 발을 매달아요

이영미 / 기사승인 : 2015-11-12 15:18:04
  • -
  • +
  • 인쇄

팔에 화상을 입어 언제 나을지 알 수 없을 때 많이 아쉬운 것 중에 하나가 올해는 감 따기도 못하고 곶감 깎기도 못할지 모른다는 것이었어요. 해마다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고 아침저녁 기운이 뚝 떨어지기 시작할 때 최고의 즐거움이 처마 밑에 껍질 깎은 감으로 감발을 엮고 곶감으로 되어가는 것을 쳐다보는 것이었는데...

04_2

집에 한 그루 있는 감나무에서는 기대할 수 있는 감이 별로 없고 감 따기도 힘들고 해서 깊은 골짜기에 감나무가 많은 곳에 사시는 이웃마을 분께 홍시로 먹을 감을 부탁드렸습니다. 아침저녁 날씨가 제법 쌀쌀해진 어느 날 도착한 감은 곶감으로 깎을 수 있게 감꼭지가 ‘ㅜ’자 모양으로 붙어 있었습니다. 속 깊은 항아리에 잘 모셔두면서 홍시로 익혀 꺼내 먹어도 좋겠지만 곶감을 깎고 싶은 마음이 조금씩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감을 깎고 나서 날씨가 따뜻하거나 비가 오면 곶감으로 제대로 마르지 못하니 날씨가 더 차가워지기를 기다리면서 마음으로는 곶감 깎을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팔도 많이 좋아졌고요.

아름다운 10월의 끝 무렵 아름다운 산골짜기로 채식평화연대 회원님들과 ‘가을나들이 겸 감따기 체험’을 갔습니다. 그런데 모두들 커다란 감나무 앞에 서서 입을 쩍 벌리셨습니다. 그냥 장대로 딸 수 있는 곳에는 감들이 별로 없고 사다리를 딛고 올라서서 따거나 감나무 타고 올라가서 장대로 따야 할 만큼 높은 곳에 빨갛게 익은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지요. 아무도 감나무에 올라갈 엄두를 못 내시길래 감나무 타기 좋아하는 제가 앞장서서 감나무에 올라갔습니다.

감 따는 날은 하늘을 보고 또 보는 날이지요. 감나무 가지 사이사이로 작게 보이는 푸른 하늘 그리고 가끔씩 눈 돌려 바라보는 먼 곳의 넓고 푸른 하늘과 군데군데 흩어져있는 흰 구름들을 볼 수 있는 것은 감나무 타고 감 딸 때 받는 선물입니다. 물론 새참으로 따 먹을 수 있는 홍시의 달콤함도 좋구요. 감나무 아래에 있는 분들은 가을 맑은 햇살과 바람을 가득 받으며 감나무에 올라간 사람이 감을 따서 장바구니에 가득 담아 밧줄로 내려 보내면 받아주고, 떨어진 감을 줍기도 하고, 아직 된서리 맞기 전에 푸르게 남은 애호박과 호박잎을 따기도 하고, 고구마 캐면서 걷어낸 고구마 줄기도 다듬었습니다. 그렇게 반나절이 흘러 도시락을 나눠 먹은 뒤 몇 사람은 먼저 가고 세 사람이 남아서 감 따고, 감 받고, 감 줍고, 나물 다듬는데 밭주인언니께서 “세 사람이 모여 무슨 일이라도 하겠네! 소라도 잡겠네!” 하셔서 제가 깜짝 놀라 “아, 농담으로라도 소 잡는 건 안 돼요! 셋이서 두부를 만들면 되지요!” 했었죠.

그 날 오랫동안 하늘 쳐다보면서 감을 따고 난 뒤에 그날 밤 심한 목감기가 걸려 며칠째 힘들지만 세 아이들과 함께 감 깎아서 처마 밑에 주렁주렁 엮어놓은 감발을 볼 때마다 행복해집니다. 빠알간 감발이 짙은 갈색으로 변해가는 추운 겨울 어느 날부터 식구들이, 오고 가는 손님들이 하나 둘 곶감을 빼먹고 남은 감꼭지가 하나 둘 늘어나겠지요.


<곶감 만들기>

보통 주택에서 곶감을 깎아서 말리지만 도시의 아파트에서도 바람이 잘 드나들게 베란다 문을 열어 놓으면 조금 만들어 볼 수 있다. 아침 저녁 날씨가 차가워지고 맑은 날이 계속되는 11월 이후가 곶감 깎기에 좋은 때다. 곶감용을 감을 구해서 감껍질을 깨끗이 닦아내고 감꼭지 부분을 잘 손질한 후 감자 깎는 칼이나 과일칼로 감껍질을 얇게 깎은 후에 무명실에 고리를 만들어서 감꼭지를 끼우고 처마 밑이나 베란다 등 바람이 잘 드나드는 곳에 매달아서 말린다. 감꼭지에 ‘ㅜ’자 모양이 없으면 곶감용 꼭지를 사서 매달아도 되고 작은 크기로 쪼개어 채반에 펼쳐서 감말랭이로 말려도 된다. 감말랭이는 껍질째 쪼개어도 되고 껍질을 깎아서 편썰어 말려도 된다.
곶감을 깎고 나온 감껍질은 항아리에 담아 감식초로 만들거나, 잘 말려서 찰떡을 만들 때 넣어도 좋고, 대추 등을 넣고 차 끓일 때 넣어도 좋다.

<홍시 된장 소스 샐러드>

잎채소 100그램, 홍시 한 개, 된장 1T
1. 잎채소를 깨끗이 씻어 다듬어서 알맞은 크기로 썰거나 손으로 찢는다.
2. 껍질을 살짝 벗겨낸 홍시를 그릇에 담고 된장을 잘 풀어서 홍시된장 소스를 만든다.
3. 준비한 채소에 홍시된장 소스를 고루 살살 무쳐 준다.
(과일이 있으면 조금 채썰어서 같이 무쳐도 좋다).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오늘의 울산 이슈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치

+

경제

+

사회

+

PHOTO NEWS